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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관리들 “북한, 월북 미군 억류 ‘득보다 실’ 판단…대화 계기 여지 없어”


판문점을 통해 월북했다가 27일 북한에서 추방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 관련 뉴스가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나오고 있다.
판문점을 통해 월북했다가 27일 북한에서 추방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 관련 뉴스가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무단 월북 미군 병사를 추방한 것은 억류 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직 미국 관리들이 진단했습니다. 월북 미군이 송환되면 군사 법정에서 중죄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거나 북한과 직접 협상을 해 본 전직 관리들은 북한의 전격적인 무단 월북 미군 추방 조치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27일 VOA에 “북한의 전격 추방 조치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는 과거 북한이 다른 미국인 억류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보여왔던 대응 방식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m shocked. I mean that isn't the way the North Koreans would normally react. And I have no idea why they would do that with him in that kind of a situation. The fact that he entered their country illegally is in itself enough reason to hold them for a long period of time. He was not a soldier who had access to information that would be helpful to the North Koreans.”

킹 전 특사는 과거 북한은 미국인들을 외교적 협상의 지렛대로 삼거나 금전을 비롯한 어떤 이득을 취하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들어서라도 억류하려 노력해왔으며, 한번 억류하면 최대한 장기간 붙잡고 있으려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킹 이병이 스스로 무단 입국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 입장에서는 장기간 억류할 이유가 충분하다면서 북한이 상대적으로 조기에 추방을 결정한 것은 그가 북한에 도움이 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병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앞서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은 이날 성명을 통해 월북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앞서 북한도 이날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킹 이병을 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도 “북한은 킹 이병을 계속 구금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어떤 이득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 think that the North Koreans realized that they could not extract any benefits from continuing to hold him. I think they extracted all the propaganda value they could from him when they created and released a statement that he had been subject to racism. And they felt that that he was probably more troubled than he was worth if they continued to keep him.”

특히 북한이 지난 8월 킹 이병의 월북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놓은 성명에서 “그가 미군 내 인종차별을 겪어 반감을 품고 월북했다”고 주장함으로써 킹 이병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선전 가치는 다 뽑아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킹 이병이 고급 정보에 접근 권한이 없는 사병 출신이라는 점과 이미 미군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월북했다는 점에서 “그를 계속 억류해서 얻는 가치보다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북한 스스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역시 과거 북한과의 핵 협상에 나섰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이 같은 관점에서 킹 이병의 조기 석방의 이유를 찾았습니다.

자발적으로 월북한 킹 이병의 상황은 과거 미국 시민이 안타깝게 억류된 상황과는 명백히 다르며, 바로 이 점이 미국으로 하여금 오히려 북한과의 송환 협상에서 우위에 서게 했다는 진단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King was not detained. He voluntarily fled to North Korea. I think the US showed a complete lack of interest in negotiating any terms for king's release. And the North Koreans decided that they couldn't get anything for King. So they decided to release him because he wasn't worth keeping. So they decided to release him without getting anything in return.”

세이모어 조정관은 미국은 킹 이병의 석방 조건 협상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아무런 대가 없이 그를 석방하기로 결정하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러시아, 중국과 더욱 밀착하면서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킹 이병의 귀환을 대가로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했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에서 킹 이병의 송환이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나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관여에 기여할 여지도 없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This was just a one off event and it's hard to see any larger meaning or significance to it. I don't think it has any impact one way or the other. I think people are grasping at straws. If they think that this heralds a change of heart or a change of policy of the North there's absolutely no indication otherwise that they're willing to meet with the United States and discuss the denuclearization of their program.”

미첼 리스 전 실장은 “이번 석방은 일회성 사건에 불과하며 큰 의미나 중요성을 부여하기는 어렵다”면서 “어떤 식으로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과 만나 비핵화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징후는 전혀 없으며, 석방 조치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이 조건 없는 대북 관여라는 변화를 북한에 선물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VOA에 “외교적 관여에 관한 문제는 전적으로 북한에게 달려 있다”면서 북한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북 관계가 해빙 무드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The question about diplomatic engagement is really a North Korean issue because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made it clear over and over again that they are prepared to resume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over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 North Korea has failed to accept those offers.”

국무부의 매튜 밀러 대변인도 27일 킹 이병의 귀환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재개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밀러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안을 외교 관계에 대한 일종의 돌파구를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로버트 킹 전 특사는 북한이 킹 이병의 무조건적인 석방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 또는 소통 채널의 확대를 모색하겠다는 셈법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We've tried that on many occasions I know when I was the special envoy we were talking quite seriously about providing some humanitarian assistance. And it may be that the North Koreans are interested in having some humanitarian assistance and the United States if we can provide humanitarian assistance in a way that is consistent with our laws and that assures that the help is going to those who are most in need. We're willing to do it and I suspect we would be willing to do it now. And it could be that there is some indication of interest on the part of the North Koreans and this is one way they have of expressing it.”

킹 전 특사는 과거 자신이 북한인권특사로 재직할 당시 북한과 여러 차례 인도적 지원 제공 논의를 했으며 이에 북한이 매우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미국이 지원 의향이 있다면 북한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측에서 관심의 표시가 있었을 수 있으며, 킹 이병 송환은 그들이 그 관심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전직 관리들은 킹 이병이 송환될 경우 다른 미국인 억류자들과 달리 따뜻한 환영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킹 이병이 민간인이 아닌 군인의 신분으로 법을 어기고 무단으로 적국인 북한으로 자진해서 넘어갔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My understanding from the reporting was that he was facing military justice for offenses that he had committed beforehand. He was going to be disciplined. Now I think that these charges will be added to whatever disciplinary proceedings the military was going to bring against him earlier. So he's in quite a bit of trouble. And I think military justice is going to determine what his fate will be.”

미첼 리스 전 실장은 킹 이병이 월북하기 전에 이미 과거 저지른 범죄로 인해 군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추가 징계를 받을 예정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에 더해 군인 신분으로 무단 월북한 것에 대한 범죄 혐의가 징계 절차에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킹 이병은 상당한 곤경에 처해 있으며, 군사 법원이 그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뛰어난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않는다면 미국의 안보를 해치고 외교력을 낭비하게 한 위중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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