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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뉴욕 북한대표부, 대북 소장 또 반송...북한 ‘엑스’ 계정 통해 고지될 듯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 맨해튼의 '디플로맷 센터' 건물 입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 맨해튼의 '디플로맷 센터' 건물 입구.

뉴욕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또다시 미국인의 대북 소장을 반송시켰습니다. 최근 미국 법원이 허가한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송 고지 방식이 사실상 유일한 방안으로 남게 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유족 등의 대북 소장이 뉴욕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로 송달되지 못했습니다.

올해 초 북한 정권에 의한 납치와 고문 피해에 대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한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은 이달 12일 기존 소장 내용을 수정했으며, 이어 워싱턴 DC 연방법원 서기관실은 26일 새로운 소장을 뉴욕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VOA가 소장 송달을 맡은 국제우편물 서비스 페덱스(FedEx)의 운송 현황을 살펴본 결과 해당 우편물은 28일 수신인, 즉 북한대표부 측에 의해 거부돼 29일 현재 다시 출발지인 워싱턴 DC로 반송 중입니다.

북한에 피소 사실을 고지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앞서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유족, 가족 등 110여명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당시 북한 정권으로부터 납치와 고문 피해를 입었다며 올해 1월 31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제소했습니다.

이들은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은 기존 푸에블로호 원고와는 다른 소송인단입니다.

이후 이들은 북한 평양 소재 북한 외무성으로 소장 전달을 시도했지만 DHL을 비롯한 국제 우편 서비스 업체가 북한으로의 우편물 송달을 중단하면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외무성 소속 외교관들이 모여 있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로 소장을 보낸 것이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간 것입니다.

미 연방법원은 최초 소송 제기일 120일 이내에 피고에게 소장을 전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소송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푸에블로호 승조원을 비롯한 대북 소송인 등은 북한에 소장을 전달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이 기한을 늘려왔습니다.

또한 북한에 피소 사실을 고지하지 못하면서 소송은 수개월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소송인들은 북한이 피소 내용을 고지 받은 것을 공식 확인한 뒤에야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통상 재판부는 궐석 판결을 통해 북한에 배상 책임을 명령합니다.

뉴욕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미국 법원의 소장을 반송시킨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앞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유족은 지난 7일 법원 소장을 담은 우편물을 뉴욕의 북한대표부로 보냈지만, 이 우편물은 출발 약 일주일 만에 반송됐습니다.

하지만 적군파 테러 피해자 측은 우편물이 반송된 직후 재판부에 소셜미디어인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소송 내용을 고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재판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조만간 적군파 테러 피해자 측은 북한 ‘우리민족끼리’의 엑스 계정에 피소 사실을 통지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송 고지를 하지 못해 난항을 겪던 이번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북한 정권이 사용하는 ‘우리민족끼리’의 엑스(구 트위터) 계정.
북한 정권이 사용하는 ‘우리민족끼리’의 엑스(구 트위터) 계정.

앞서 일본 적군파 요원이 일으킨 테러 사건으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부상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해 5월 30일 북한 정권을 상대로 약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일본 적군파 요원 3명은 지난 1972년 5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 구내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자동소총을 난사해 26명을 숨지게 하고 80여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돕고 일부 테러범들을 훈련하는 등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이번 소송의 피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적군파 테러 피해자들이 엑스를 통해 북한에 소송 내용을 고지할 수 있게 된 만큼 현재로선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도 같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또한 엑스 메시지 전송은 간단한 작업인 만큼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 23일 원산 앞바다에서 임무 수행 중 북한 해군에 의해 나포됐습니다.

북한 정권은 약 11개월이 지난 1968년 12월 23일 승조원 82명과 유해 1구를 미군에 송환했지만 선박은 돌려주지 않은 채 현재까지 반미 선전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은 소장에서 “북한은 승조원 82명을 납치해 334일 동안 끔찍하고 비인도적인 환경 아래 인질로 잡아 두고, 1968년 12월 23일 석방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고문을 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승조원 혹은 승조원의 상속자에게 1천335만 달러를 배상해야 하고, 가족의 경우 배우자에겐 400만 달러를, 자녀와 형제∙자매에겐 각각 250만 달러와 125만 달러를 물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미국 법원은 지난 2006년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윌리엄 토마스 매시 등 4명에게 9천700만 달러의 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2021년엔 북한이 또 다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 171명에 대해 23억 달러를 배상할 것을 명령한 바 있습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승조원 등은 앞선 판례를 근거로 배상금을 책정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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