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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적군파 테러 피해자, 뉴욕 북한대표부에 소장 전달 실패...“현재 반송 중”


지난 1972년 7월 이스라엘에서 텔아비브 로드 공항 테러 사건 용의자인 일본 적군파 대원 오카모토 코조(가운데)의 재판이 열렸다.
지난 1972년 7월 이스라엘에서 텔아비브 로드 공항 테러 사건 용의자인 일본 적군파 대원 오카모토 코조(가운데)의 재판이 열렸다.

뉴욕에 주재하는 북한 외교관들에게 소장을 전달하려던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유족의 새로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소장 수령을 거부하는 평양의 외교 당국 대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우편물을 보냈지만 결국 반송 처리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의 대북 소장이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송달되지 못했습니다.

적군파 테러 피해자의 소장 송달을 맡은 국제우편물 서비스 페덱스(FedEx)의 운송 현황에 따르면 해당 우편물은 11일 최종 운송 불가 판정을 받고 현재 워싱턴 DC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가 배송 경로를 추적해 보니 해당 우편물은 지난 7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을 출발한 뒤 다음 날인 8일 배달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8일 배달이 연기됐으며, 주말을 넘기고 11일 다시 시도될 예정이었습니다.

현재로선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우편물이 북한대표부에 전달되지 못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페덱스가 더 이상 배송을 시도하지 않고, 반송 처리한 사실로 미뤄 북한대표부가 수신을 거부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앞서 일본 적군파 요원이 일으킨 테러 사건으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그리고 부상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해 5월 30일 북한 정권을 상대로 약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일본 적군파 요원 3명은 지난 1972년 5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 구내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자동소총을 난사해 26명을 숨지게 하고 80여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돕고 일부 테러범들을 훈련하는 등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이번 소송의 피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피해자 측은 최초 지난해 7월 소장 원문과 한글 번역본, 소환장 등을 담은 우편물을 평양으로 발송했지만 이 우편물은 미국을 떠나지도 못한 채 워싱턴 DC 연방법원으로 반송됐습니다.

이어 지난해 8월 국무부에 소장 전달을 공식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지만 국무부는 지난 2월 ‘미국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한 사법 문건 전달을 포함해 북한에 정상적인 영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요청을 반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 측은 지난달 30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등에 소장을 대신 송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해 이를 승인 받았습니다.

당시 피해자 측은 북한대표부에 직접 우편물을 보내는 방안과 더불어 북한 정권이 사용하는 ‘우리민족끼리’의 엑스(구 트위터) 계정에 피소 사실을 통지하고, 동시에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 광고를 통해 소송 내용을 공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법원은 우선 북한대표부에 소장 전달을 시도하고, 실패할 경우 엑스를 통해서만 소송 내용을 알리도록 허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 측은 조만간 ‘우리민족끼리’의 엑스 계정에 소송 사실을 알릴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 연방법원은 최초 소송 제기일 120일 이내에 피고에게 소장을 전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소송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원고가 ‘현황 보고서’를 제출하며 소장이 전달되지 못한 사유를 설명할 경우, 재판부가 소장 전달 시한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이 2020년부터 유엔이 아니거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대북 소송인 등은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반 우체국을 통해 보낸 우편물도 최근 반송된 사례가 있어 소장을 포함한 우편물을 북한에 전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무부를 통한 소장 송달까지 막히면서 북한에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들이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주목됩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소장을 공식 접수한 것으로 확인되면 미 법원은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통해 북한에 배상 책임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장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원고는 공식 재판 절차에 돌입할 수 없습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소장 송달 방법을 고심하는 대북 소송인은 적군파 테러 피해자 외에도 더 있습니다.

앞서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와 북한에 납북됐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부인 등 유족은 각각 지난 2020년 미 연방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한 소장을 제출했지만 여전히 소장은 북한 측에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또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유족, 가족 등 116명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당시 북한 정권으로부터 납치와 고문 피해를 입었다며 올해 1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제소했는데, 마찬가지로 소장 송달에 실패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이미 지난 2021년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2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 또 다른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의 경우 아직 북한에 최종 판결문을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에 최종 판결문이 전달된 사실이 확인돼야만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신청할 수 있으며, 미국 정부에 의해 압류된 북한 자산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배상금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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