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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 ‘WMD 대응 전략’ 반발…“미사일 도발서 외교전으로 대미 전술 전환”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반도 지도 중부 지역을 가리키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반도 지도 중부 지역을 가리키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미국의 ‘2023 대량살상무기(WMD) 대응 전략’에 대해 반발하고 자신들의 핵 무력 고도화를 정당화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한동안 미사일 도발에 집중했던 북한의 대미 전술이 진영 구도를 활용한 외교관계 강화와 적극적인 대외 메시지 발신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4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2023 대량살상무기(WMD) 대응 전략’에 북한이 지속적인 위협으로 명시된 점을 거론하며 “또 하나의 엄중한 군사정치적 도발”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대변인은 “ ‘지속적인 위협’에 대해 말한다면 지난 세기부터 북한을 ‘적국’으로 규정하고 핵 위협과 공박을 확장 강화해 온 세계 최대의 대량살육무기 보유국인 미국에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변인은 미국이 “올들어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을 감행”하고 “핵 공격 모의기구를 가동”시켰다며, “날로 무모해지는 미국의 대량살육무기 사용 위협에 철저한 억제력으로 강력 대응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화국 최고법에 새롭게 명시된 전투적 사명에 충실할 것”이라며 “압도적이고 지속적인 대응 전략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주장한 핵 공격 모의기구는 미한 핵협의기구를 지칭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9년 만에 내용을 갱신한 ‘2023 WMD 대응 전략’을 공개하며 북한을 ‘지속적인 위협’으로 지목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전력을 우선시해 왔다며 “북한의 역량 개발은 북한이 물리적 충돌의 어느 단계에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데 이어 최근 핵 무력 강화 방침을 헌법에까지 명시한 데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핵 보유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이 미중 전략경쟁 구도가 명확해진 가운데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등 진영 구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핵 보유국으로서 미국과 경쟁관계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이제는 자국의 어떤 주장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정식으로 인정받기 위한 수순으로 돌입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대한 구실, 명분을 계속 밝히고 있는 거죠.”

북한은 최근 들어 담화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외교 선전전에 적극 나서고 있는 양상입니다.

지난달 30일엔 최선희 외무상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방침을 헌법에 명시한 것과 관련해 비공개 회의를 연 데 대한 비난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이어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은 1일 담화를 통해 미국이 최근 북러 관계 발전을 세계 평화에 위협인 듯 오도하고 있다며 미한일 안보 협력 강화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세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 원자력공업성 대변인은 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달 29일 북한의 핵 프로그램 중단을 촉구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결의안 채택에 “미국의 어용단체가 북한 주권행사에 가타부타할 자격이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말 최고인민회의에서 외교전을 강조했다며, 한동안 미사일 도발에 집중했던 대미 전술이 반미 반서방 국가와의 연대와 담화 등 대외 메시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이런 담화전은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쏘면서 미국에 대응해 왔지만 그런 일종의 무기를 통한 대응에서 좀 더 외교적 메시지와 외교관계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고 더 공세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그런 쪽으로 좀 더 방향을 바꾼 것 같아요.”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반제 자주적인 나라들의 전위에서 미국과 서방의 패권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할 것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중러와의 관계 강화 등 진영 구도를 활용해 사실상의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외교전에 적극 뛰어드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오는 11월까지 북 핵 문제 관련국들 간 주요 국제정치 행사들이 이어진다며 북한이 이를 앞두고 담화 등 대외메시지를 잇달아 내면서 자신들의 핵 무력 강화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9월, 10월,11월까지 굉장히 중요한 국제 정치 행사들이 계속 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국제무대에 자기들이 직접 참여하진 못하지만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제일 큰 것 같아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미국은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을 초청해 미중 정상회담을 열 계획입니다.

또 한국은 일본, 중국과 연내 서울에서의 3국 정상회의 개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북한이 핵 무력 고도화를 헌법에 명시한 데 대해 4일 입장문을 내고 “만약 북한이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정권의 종말을 맞이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방부는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헌법 명시는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심각한 위협”이라며 “이로 인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고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한층 심화될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의 핵 무력 사용법을 헌법에 명시한 것은 전쟁의 모든 단계에서 핵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그런 과정이라고 얘길 했거든요. 결국 김정은은 핵 무력을 사용해서 북한 중심의 통일을 이루겠다, 소위 말하는 대남 무력 적화통일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거든요.”

문 센터장은 이 때문에 한국 정부의 북 핵 위협에 대한 대응 의지가 최고 수준에서 표명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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