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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대북 인도주의 지원 기금 '투명성 강화'


지난 2011년 5월 한국 파주에서 북한에 지원할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5월 한국 파주에서 북한에 지원할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사업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 규모를 축소하고 지원 조건도 까다롭게 관련 규정의 개정을 추진합니다. 지원 사업의 투명성 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에 따른 남북한 대치 상황이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 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연간 지원 기준을 축소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과 협력 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 고시안’을 5일 행정예고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협력기금의 지원 기준이 현행 ‘연 3회 한도’, ‘전체 사업비의 70% 범위’에서 ‘연 1회 한도’, ‘전체 사업비의 50% 범위’로 줄어듭니다.

현행 고시에선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재원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을 경우 기금을 지원할 수 있지만, 개정안에선 지자체는 지원 대상에서 아예 빠졌습니다.

개정안은 또 지원 사업 현장에 접근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금을 지원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조처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했을 때처럼 인도적 지원 사업의 현장 모니터링이 불가능하고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미 기금을 지원했더라도 투명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6개월 지속되거나 사업 단체가 투명성 확보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판단되면 환수, 강제징수, 제재부가금 부과 등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은 단체가 대북 지원 물품을 반출 신청할 때엔 다른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있다면 이를 밝혀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됐습니다. 중복 지원을 방지하자는 취지입니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남북관계 특수성을 고려해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된 대북 지원 사업의 내용을 사업 완료와 정산 때까지 비공개하도록 한 근거 규정을 삭제했습니다.

대신 다른 국고보조사업과 마찬가지로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을 통해 세부집행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통일부는 이번 개정안이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법과 원칙에 따른 질서 있는 대북 교류협력사업’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오는 25일까지 개정안에 관한 여론을 수렴하고 개정 절차를 완료해 연내에 시행할 계획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오경섭 연구위원은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남북협력기금의 부실 운영을 막고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오경섭 연구위원] “민간단체 인도적 지원도 그 동안엔 정부에서 상당히 관리를 느슨하게 했으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부분에 대해선 정확하게 그 목적에 사용되고 있는지 관리하겠다, 그리고 또 북한에 이게 직접 지원이 되는 건지 아니면 지원을 못해서 야적이 돼 있는 건지 그런 케이스들도 많기 때문에 법과 원칙에 맞게 여러 가지 시행령 개정안이 만들어지는 거다 이렇게 봐야겠죠.”

오 연구위원은 또 협력기금 지원 규모를 줄인 데 대해선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은 재원 마련을 단체 스스로 해야 하는 게 원칙인데 그동안 정부가 민간단체를 우회적인 대북 지원 통로로 삼으면서 원칙이 훼손된 부분을 바로잡고 민간단체의 책임성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일부의 이번 조치는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고 오히려 핵 위협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대북 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부정적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교류협력을 재개하는 것은 대북정책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맥락에서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를 반영한 남북 교류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고 그 중에 대표적인 게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협력기금 지원 축소 또 지원 조건을 더 까다롭게 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죠.”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이뤄진 민간단체 대북 인도 지원 물자 반출 승인은 총 12건, 금액으론 55억원, 미화로 약 400만달러 규모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엔 지난 3월 있었던 2억 4천만원 규모의 영양 지원 한 건만 반출승인이 이뤄졌습니다.

남북관계 경색과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북한의 봉쇄정책 등이 영향을 준 탓입니다.

대북지원단체인 우리민족돕기운동 홍상영 사무총장은 북한이 대북 지원에 응하지 않는데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북한 측과의 접촉 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상영 사무총장] “북한이 중단을 하겠다고 했고 또 실제로 그래서 남측과의 접촉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고 그리고 저희가 이렇게 저렇게 노력을 해보려고 해도 현재 조건에선 여러 가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도 아닌 것 같고 그러니까 위축되고 그런 상황이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0년 8월 신종 코로나와 수해라는 악재들 속에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고 국경을 철통같이 닫아 매라”며 인도적 지원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런 기조는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타협 없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강경 노선을 밝힌 이후 한층 강화됐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부 지원에 대한 김 위원장의 거부 반응은 신종 코로나 봉쇄 조치나 남북관계가 풀린다고 해서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한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든 북한 자체가 이미 상당 부분 그런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지 않을 그런 체제로 시스템적으로 변화가 이미 진행됐다, 한국 정책에 의해서 당장 일희일비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보다는 이미 남북한이 서로 그런 부분에선 상당 부분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홍상영 사무총장은 국민 세금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개정 고시안의 취지에 동의한다면서, 다만 남북교류협력법이나 남북관계발전법 등 현행법에 담긴 교류협력 증진 취지도 함께 살려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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