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접경 지역에서 대북 인권 활동을 했던 한국의 김정욱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김 선교사의 가족들은 생사 확인이라도 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김 선교사 등 북한이 억류한 한국 국민들을 송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김정욱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된 지 지난 8일로 꼭 10년이 됐습니다.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단둥에서 탈북민 쉼터와 국수공장을 운영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했던 김 선교사는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밀입북했다가 지난 2013년 10월 8일 평양에서 북한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이듬해 5월 30일 재판에서 국가전복음모죄와 반국가선전선동죄, 비법국경출입죄 등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김 선교사가 한국 국가정보원에 매수돼 북한 정보를 수집하러 입북했다고 주장했지만 외부 사회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일체의 접촉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영사 접근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한국에 있는 김 선교사 가족들은 그가 어쩌다 붙잡혔는지,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 선교사의 형인 김정삼 씨는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동생이 열악한 시설과 처우로 고초를 겪으며 비인도적 상황에 놓여 있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한국이 아닌 외국 국적자들이 북한에 억류되면 스웨덴 같은 제3국을 통해 영사 접견이 이뤄지곤 했지만 김 선교사의 경우 철저하게 고립돼 있는 탓에 한층 모진 옥살이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에 735일 간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케네스 배 씨는 회고록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역을 해야 했고 음식이라고는 국수 몇 가닥과 달걀 하나, 채소 몇 조각이 전부였다고 밝혔습니다.
정삼 씨는 북한 당국에 동생의 생사 확인이라도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김정삼 씨] “억류된 지 만 10년이 지나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사 확인을 못하는 형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지금 겨울이 또 오는데 겨울이 오면 먹는 것이라든가 이런 게 어렵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너무나 힘든 과정들이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 그런 생각에서 빨리 석방되고 송환되는, 부탁 드리는 그런 부분이죠.”
김 선교사의 나이는 올해 60세로, 김 선교사 부친은 끝내 아들과 재회하지 못한 채 2018년 별세했습니다.
정삼 씨는 동생의 부인과 두 아들은 외부 노출을 꺼리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신앙의 힘으로 견뎌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정삼 씨] “직계 가족들은 제가 이야기하면 그 부분에 대해선 사실 큰 아빠로서 묻기도 상당히 어려워요. 그나마 제가 감사한 건 신앙으로 버텨주고 담대한 믿음으로 이걸 맞이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너무 감사하죠.”
한국 정부는 북한이 억류 중인 한국 국적자가 김 선교사를 포함해 6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는 2014년, 그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 3명이 2016년 각각 북한에 억류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들에 대해 현재까지 소재나 생사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8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한국 국민들을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성명은 “생사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북한 당국의 불법적이고 반인륜적 행위를 규탄한다”며 “북한이 인권 문제에 대해 일말의 인식이라도 있다면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나 캐나다 국적 억류자들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해 왔습니다.
북한은 지난 7월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중 돌연 월북한 주한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을 70여 일 만에 돌려보냈고, 미북 대화가 무르익던 2018년 5월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오 당시 국무장관이 담판을 하고 나서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등 미국인 3명을 한꺼번에 석방했습니다.
공식 기록상 한국 정부가 북한과 억류 국민 문제를 교섭한 것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월 고위급회담이 마지막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이규창 인권연구실장은 “당시 우리 정부가 북한 측에 6명의 석방 문제를 제기하자 북한 측이 ‘실무자들에게 알아보라고 하겠다,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는 통일부의 기록이 있지만 그 후로 성과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실장은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에 비해 한국인 억류자에 대해 한층 반인권적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선교 활동을 체제 붕괴 행위로 보는데다 미국과 달리 억류자 석방으로 한국으로부터 얻을 정치적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규창 실장] “북한에선 김일성 김정일 주의 외에는 다른 종교는 북한 체제를 전복하는 행위로 간주하거든요. 그래서 풀어주지 않고 있는 게 아닌 가 싶고 남북관계에선 북한이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케네스 배나 임현수 목사 같은 경우는 뭔가 얻어낼 게 있으니까 풀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전문가들은 이런 비인도적 상황을 해소하려면 억류자 문제에 대한 국내외 관심과 국제사회의 연대가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최근 김영호 장관 취임 후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한 장관 직속 대책팀을 신설했습니다.
또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미한일 정상회의 때는 공동성명에 사상 처음으로 ‘억류자,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3국 공조’가 명시됐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 민간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연말에 유엔총회에서 통과될 북한인권 결의안에 한국인 억류자들의 국적과 이름이 적시되도록 정부가 외교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분석관] “북한에 있는 억류자들이 대한민국 국적이라는 걸 결의안에 언급하고 더 나아가서 김정욱 선교사 등 다른 분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넣어 달라는 거에요, 요구사항은. 그러면 북한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죠.”
신 분석관은 또 어차피 이 문제는 남북한 당국 간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고위급 대북 특사 파견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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