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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조선 AIS 끈 채 운항…이달에 단 3척만 포착


한 때 한국의 ‘대호 선라이즈’호와 ‘우정’호였던 북한 선박 '신평5호'가 지난해 4월 북한 남포항 유류시설 부두에 정박했다. 사진 출처 =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
한 때 한국의 ‘대호 선라이즈’호와 ‘우정’호였던 북한 선박 '신평5호'가 지난해 4월 북한 남포항 유류시설 부두에 정박했다. 사진 출처 =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

북한 유조선들이 위치정보를 외부로 발신하지 않은 채 공해상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인데 추가 제재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지도에 지난 15일 일본과 한국 사이 동해 해상을 운항 중인 북한 유조선 신평5호가 보입니다.

이 지점은 일본 오키노시마 섬에서 북서쪽 약 60km, 한국 포항에선 동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곳으로, 당시 뱃머리를 북동쪽을 향하며 운항하던 신평 5호는 이 해역을 끝으로 지도에서 사라졌습니다.

한 때 한국 선박이었던 북한 유조선 신평5호가 15일 일본 인근 해상에서 포착됐다. 자료=MarineTraffic
한 때 한국 선박이었던 북한 유조선 신평5호가 15일 일본 인근 해상에서 포착됐다. 자료=MarineTraffic

2019년까지 한국 유조선 우정호였던 신평5호는 북한으로 소유권이 불법으로 이전된 이후 이처럼 종종 공해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박의 위치 정보를 외부에 알리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특정 해역에서만 켜는 듯 일본이나 중국 인근 해상을 지날 때만 잠깐 신호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선박이라면 AIS를 끄지 않기 때문에 첫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의 항적이 확인되지만, 신평 5호는 특정 해상에서만 일시적으로 포착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달 포착된 북한 유조선은 신평5호를 비롯해 천마산호, 무봉1호 등 총 3척에 불과합니다.

북한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조선은 약 20척로 추산되지만 단 3척만이 이처럼 잠깐 AIS를 켜는 방식으로 위치를 드러낸 것입니다.

앞서 VOA는 천마산호가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 인근 해역에 나타났다 사라졌으며, 무봉1호도 중국 닝보-저우산 항 인근에 모습을 드러낸 뒤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전달인 9월에는 7척의 북한 유조선이 포착됐는데, 이들 역시 항적을 추적할 수 없을 정도로 단 몇 시간만 AIS 신호를 외부로 발신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전 세계 모든 선박이 AIS를 상시 켜둔 상태로 운항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선박들은 과거 전력을 숨기고 추가 불법 행위를 감추기 위해 AIS를 끄고 운항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2397호는 북한 깃발을 달거나 북한이 운영하는 선박들이 안보리 제재 감시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AIS 의무 조항을 무시하는데 우려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이달에 발견된 3척의 유조선 모두 대북제재 위반 전력이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신평5호가 지난 2021년 팔라우 선적의 유조선으로부터 최소 세 차례에 걸쳐 유류를 건네받는 모습을 포착해 공개했습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신평5호의 소유권이 한국에서 북한으로 이전된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신평5호를 제재할 것을 안보리에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는 북한이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천마산호는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 선박입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8년 3월 천마산호를 유엔의 제재 대상 선박으로 지정하면서, 당시 천마산호가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유류를 건네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중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은 천마산호의 자국 입항을 허가할 수 없고, 만약 입항을 했다면 자산동결 즉 억류해야 합니다.

하지만 천마산호는 이달 2일 중국 해역에 진입했고, 이후 별다른 조치 없이 중국을 떠나 공해상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이달 초 중국 닝보-저우산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북한 유조선 무봉1호도 과거가 깨끗한 선박은 아닙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은 연례보고서에서 무봉 1호가 2019년 여러 차례에 걸쳐 동중국해에서 선박 간 환적을 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미국 정부는 2018년과 2019년 발행한 주의보에서 선박 간 환적을 통해 불법으로 유류를 건네받은 북한 유조선의 이름과 국제해사기구(IMO) 번호를 공개했는데, 무봉 1호도 이 목록에 포함돼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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