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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외교관들 “북한 잇단 공관 폐쇄, 제재 작동 방증…중·러 치중할 듯”


스페인 마드리드의 북한대사관 입구. 최근 직원들이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북한대사관 입구. 최근 직원들이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최근 잇따른 대사관 폐쇄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직 외교관들이 분석했습니다. 재정난을 겪는 북한이 실익이 없는 공관을 폐쇄하는 대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에 치중할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은 1일 연이은 북한의 재외공관 철수 결정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른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 의원]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또 제재가 장기화하다 보니까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었던 자금줄이었던 앙골라, 우간다 이런 나라들과 경제, 또는 군사 협력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거든요. 재정적으로 돈줄이 말라가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공관 운영에) 돈을 댈수가 없는 상황으로까지 갔단 말입니다. 따라서 실익이 없는 대사관들을 지금 줄이고 있는 것이고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외화벌이의 수단이 됐던 국가들이 큰 이득이 되지 않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추가로 폐쇄되는 공관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의 대외 정책 기조는 “아프리카와 유럽 내 국가와의 외교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대국만 잘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아프리카에서 대사관을 폐쇄한 데 이어 스페인에서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페인인민공산당(PCPE)는 1일 홈페이지에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의 서윤석 임시 대리대사가 지난달 26일 자로 보낸 외교 문서를 공개하고 북한 외교 사절단의 철수 결정을 알렸습니다.

관련 문서는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의 철수 배경 등은 설명하지 않은 채 향후 관련 업무는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이 담당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보다 앞선 최근 아프리카의 오랜 우방인 앙골라와 우간다의 공관을 각각 폐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2013년 7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마누엘 프란시스코 투타 앙골라 인민해방운동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을 환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마누엘 프란시스코 투타 앙골라 인민해방운동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을 환영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조병철 특명전권대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에게 보내는 따뜻한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고 이와 함께 정동학 우간다 주재 북한대사가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을 작별 방문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홍콩 총영사관도 추가로 폐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중국은 북한의 홍콩 주재 총영사관 폐쇄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주재 영국대사를 역임한 알레스테어 모건 전 대사는 1일 VOA에 북한의 독특한 외교공관 운영 방침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제재 집행 노력이 잇단 북한의 대사관 폐쇄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모건 전 대사] “I think that the enforcement of international sanctions has had an impact on the DPRK’s ability to raise funding and that probably does have a bearing on their decision to close missions. The DPRK’s diplomatic missions are unusual in that there is little financial subvention from Pyongyang to support them. Embassies are required to raise money to cover their costs. It may be that in current circumstances the DPRK missions that are to be closed are unable to raise funds to cover their costs and DPRK lacks the discretionary resource to cover them. So it could be that this has had the effect not only of reducing direct sources of income for the embassies, but activity involving DPRK nationals with which the Embassies would have been involved.”

모건 전 대사는 “북한의 공관들은 특이하게도 북한 당국의 재정적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며 “공관들이 직접 운영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공관들은 비용을 마련할 수 없고 북한도 이를 메꿀 자원이 부족해 보인다고 부연했습니다.

특히 “우간다와 앙골라의 대북제재 이행이 강화되면서 북한 당국이 이들 나라에서 대사관을 운영할 필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4년 10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우간다를 방문했다.
지난 2014년 10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우간다를 방문했다.

모건 전 대사는 과거 북한이 아프리카에 대사관을 늘렸던 때는 ‘비동맹외교’를 강화하던 때라고 상기하고 “북한의 대사관 폐쇄 결정은 각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경제적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번 움직임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풀이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Pyongyang's need to shutter once-important diplomatic outposts is a sign that the regime is under financial strain. I have made the case over the years that one goal of international sanctions and related measures ought to be to force North Korea to shut down its overseas diplomatic and trade offices. This latest development is good news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since Pyongyang has used these facilities to earn foreign exchange to finance its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북한이 한때 중요했던 ‘외교 전초기지’를 폐쇄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은 정권이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징후”라는 겁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 조달에 이용했던 해외 공관들을 폐쇄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희소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호어 전 북한주재 영국 대리대사는 1일 VOA 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각국의 재외공관 폐쇄 결정은 전쟁 발발 등으로 자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와 외교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또는 비용 절감이 필요할 때라고 설명하며 북한은 아마도 재정 문제가 큰 고려 사항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호어 전 대사] “Finance is probably a large consideration in the North Korean case. That may apply in the North Korea case now is that with sanctions, therefore problems about getting money into and out of the country, financing the embassy, keeping it going, it may be very difficult for the North Koreans.”

국제사회의 제재로 돈을 북한으로 들여가거나 가지고 나오기 어려운 북한으로서는 대사관에 자금을 지원하고 계속 운영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호어 전 대리대사는 그러면서 북한이 일부 국가의 대사관을 폐쇄하는 반면 “항상 자국에 중요한 나라였던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태영호 의원도 “북한은 이제 중국, 러시아처럼 북한에 우호적인 대국들을 활용할 것”이라며 “이득이 없는 곳에 돈을 쓰느니 차라리 중국과 러시아에 인력을 더 보내는 데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너머 심지어 이란, 벨라루스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에는 보다 구체적인 지원을 요청하며 “동반자 관계의 유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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