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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아프리카 등지 재외공관 잇단 철수…한국 정부 “대북제재 강화 따른 외화난 때문”


앙골라 수도 루안다 거리에서 차량들이 운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앙골라 수도 루안다 거리에서 차량들이 운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아프리카 등지에 있는 재외공관을 잇따라 폐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로 북한 당국의 외화난이 심각해진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자국 특명전권대사가 27일 앙골라공화국 대통령을 작별 방문했다고 30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병철 특명전권대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에게 보내는 따뜻한 인사를 전했고, 로렌수 대통령은 이에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와 함께 정동학 우간다 주재 북한대사가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을 23일 작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아프리카의 오랜 우방인 우간다와 앙골라에서 공관을 폐쇄하고 외교관을 철수시킨 겁니다.

앙골라 현지 매체인 ‘조르나우 드 앙골라’는 지난 25일 보도를 통해 북한이 앙골라 주재 외교사절단의 일방적 폐쇄를 발표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우간다 언론 ‘인디펜던트’는 정 대사가 우간다 측에 북한이 대외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대사관 수를 줄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로 외화벌이에 차질을 빚어 공관 유지가 어려워 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통적인 우방국들과 최소한의 외교관계를 유지하기도 벅찬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사이트에 게재된 앙골라의 대북제재 결의 통합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앙골라는 2017년 11월 북한의 건설회사 ‘만수대’와 계약을 해지하고 이 회사에 소속된 북한 노동자와 고용인들에게 떠나라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아프리카 주재 북한 공관들에선 동상이나 무기 수출, 의사와 간호사 송출 등에 관여하며 외화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이런 경제활동도 대부분 차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의 대외보험총국 해외지사에서 근무했던 탈북민 출신의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인권센터장은 사회주의 동유럽 붕괴 이후 북한 경제가 쇠락하면서 재외공관 수가 꾸준히 줄어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센터장] “사회주의 동유럽 붕괴 이후 그리고 북한의 고난의 행군, 장기적 경제난을 겪으면서 대사관 외교관들한테 월급도 못 주는 형편이 됐죠. 그래서 이게 지속적으로 축소돼 오다가 이게 이제 좀 더 축소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고요.”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수교국은 현재 150개 나라가 넘지만 이번 아프리카 공관 철수 전까지 북한이 공관을 운영한 국가는 53개국뿐이었습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또 최근 중국 당국에 홍콩 주재 총영사관 폐쇄 의사를 전하는 등 재외공관 10여 곳의 운영을 중단할 계획입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생전인 동서 냉전시대에 국제 무대에서 한국과 체제경쟁을 벌이며 아프리카 비동맹 국가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외교를 전개하면서 다수의 국가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했습니다.

앙골라의 경우 1975년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 전 대통령이 1981년과 1987년, 1989년 평양을 세 차례나 방문했습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가한 이후에도 협력관계를 이어가면서 북한이 앙골라에 군수물자를 지원하고 건설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동서 냉전이 사라지면서 비동맹 외교를 추구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의 입장이 변해 지금은 각자 실리외교를 펴는 양상이고 남북한 체제경쟁도 한국의 압도적 우위로 판명이 났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그 때만 해도 북한의 정체성이 혁명수출의 의미가 있었어요. 아프리카 국가들의 많은 부분이 내전에도 있었고 좌우로 나뉘어서 싸우는 것도 꽤 있었고 그런 면에서 자신들의 정체성 측면에서의 아프리카 지원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탈냉전 이후 점차 줄어들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런 분야에서의 한국과의 경쟁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죠.”

앙골라와 우간다는 최근 국제사회의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규탄에 보조를 맞추기도 했습니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는 북한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 3건이 채택됐는데, 우간다와 앙골라 모두 북한의 6차례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안 45호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김광진 센터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해당 국가에서 벌여 온 각종 외화벌이 사업에도 차질이 생겨 북한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 경제적 가치가 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센터장] “아프리카에서 과거엔 정치적 이유로 관계를 확대했지만 지금은 경제적 이유도 있겠죠. 근로자 파견, 우상화물 수출 이런 것들로 외화 획득하고 경제난을 극복하는 그런 목적도 추구해야겠지만 그 가능성까지 다 막히고 있으니까 아프리카에 돈만 쓰면서 대사관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겠죠.”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잇단 공관 철수 의도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외부 정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고립주의적 정책을 펴는 가운데 재외공관을 통한 탈북 사태를 막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해외공관을 통해서 탈북자들이 늘어나고 그런 문제와 관련해서 체제 단속적 차원에서 아주 필요 불급한 거점 이외엔 불러들이는 형태로 내부 단속 차원에서도 그게 이뤄진다고 볼 수 있을 거에요.”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외교전략의 ‘선택과 집중’을 고민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3년 반 동안의 국경 봉쇄로 북한 당국의 외화 사정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제한된 외교 자원을 소수의 반미연대 국가들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중국, 러시아, 시리아, 이란, 쿠바의 경우는 북한이 거점외교로 활용하는 국가들이거든요. 신냉전 외교가 약화되는 게 아니고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보면 향후에도 범위는 줄이되 거점국가에 대한 외교는 강화할 거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박원곤 교수는 “북한의 외교가 중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외교 기반의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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