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력 과시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무력 고도화에 속도를 내면서 동시에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끌어 올리는 기존 전략에 한층 더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실패에 이어 세 번째 도전 끝에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운반로켓 ‘천리마- 1형’ 발사 성공을 이끈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을 23일 방문해 과학자, 기술자, 간부 등을 격려했다고 24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군사정찰위성 보유는 “추호도 양보할 수 없고 순간도 멈출 수 없는 정당방위권의 당당한 행사”라며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기도와 준동을 상시 장악하는 정찰위성을 우주의 감시병으로, 위력한 조준경으로 배치한 경이적인 사변”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더욱 분발해 당이 제시한 항공우주정찰 능력 조성의 당면 목표와 전망 목표를 향해 총매진해나가자”고 독려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목표’는 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21일 밤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22일 새벽 전하면서 “앞으로 빠른 기간 안에 수 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격려 방문에 딸 주애를 데리고 갔는데 현장에선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김정식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장 류상훈이 김 위원장을 맞이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장으로 류상훈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위성 개발사업을 지휘해온 인물로 추정됩니다.
김 위원장은 이와는 별도로 북한 정부 명의로 23일 저녁 목란관에서 열린 정찰위성 발사 성공 자축 연회에 아내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참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상석에 자리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상을 제외한 대부분 참석자들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로고가 박힌 반소매 티셔츠 차림이었고 김덕훈 내각총리가 축하연설로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을 비판했습니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의 24일 정례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김인애 부대변인] “북한이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하며 정당방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는데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면서 한반도 및 세계 평화를 직접적으로 위협한 행위를 자축한 데 대해 개탄스럽게 생각합니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김정은 위원장 지도력 과시에 최대한 활용하는 양상입니다.
경제난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연말을 맞아 이렇다 할 지도부의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정찰위성 성공을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킬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이어 9.19 남북 군사합의 사실상 파기를 공식화하면서 최고지도자의 치적 선전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 긴장 고조를 통한 내부 결속을 함께 도모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수석연구위원] “경제난 속에서 다른 부분들은 계속 지지부진한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내부를 추스릴 필요가 상당히 있는데 그게 지금 적절한 계기로 활용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제 보도한 것도 보면 성공 발사 밑에 국방성 성명을 같이 보도한 의미도 외부적 정세 긴장 이 부분도 같이 활용해서 내부 분위기를 독려하려는 그런 의도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정찰위성 발사 대응 조치로 취한 9.19 합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에 반발해 23일 국방성 성명을 통해 사실상 합의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국방성은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선택한 신냉전 전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핵 능력 고도화를 통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한국을 압박하는 데 한층 열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정찰위성 발사에 러시아 지원 정황이 드러났고 향후 북러 밀착이 다방면에서 더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미한일로선 위기 의식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앞으로 정찰위성이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4,5기 이상이 더 쏴져야 되는 것이고, 러시아와의 협력이 지속된다고 볼 수 있는 거고요. 미국 입장에선 그렇게 러시아가 북한을 도와준다면 반대급부로 북한이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고 한국 입장에선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 이외에도 다른 가능성도 점점 열리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니까 실존적 위협이 되는 거죠.”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도 김정은 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의 여파로 러시아라는 우군을 뜻밖에 얻게 된 셈이라며, 2025년 출범하는 미국의 새 행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정찰위성 발사와 같은 전략도발이나 한반도에서의 국지도발을 통해서 존재감을 높이는, 보다 공세적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2025년에 미국 신 정부와 다시 한 번 협상할 수 있는 자신의 입지를 2024년에 다지든지 여하튼 포인트를 많이 적립해 놔야 하는 거죠. 미국과 관련해선 정찰위성이든지 장거리 미사일이든지 핵실험이든지 이런 카드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고.”
한국 정부는 도발에는 분명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우방국들과 함께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오는 27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앞두고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과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 중입니다.
오는 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선 한국과 일본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중국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미국, 한국, 일본은 물론이고 지금 하마스와의 연계설, 우크라이나 전쟁, 군사 협력 이런 것 때문에 EU도 지금 상당히 민감하게 북한에 반응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한미일과 EU 등 서방권의 북한에 대한 공동 대응 체제는 인권을 포함해서 압박 강도는 높아질 것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나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기대하기 어렵고 독자 제재 또한 상징적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러 밀착이 한동안 강화되는 가운데 한반도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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