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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대상 북한 유조선, 20일 간 중국 영해 머물다 떠나…불법 환적 의혹


북한의 제재대상 유조선 '유선호'가 올해 4월 남포항에서 정제유를 하역하는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개했다.
북한의 제재대상 유조선 '유선호'가 올해 4월 남포항에서 정제유를 하역하는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개했다.

중국 해역에서 발견됐던 유엔 제재 대상 북한 유조선이 북한 방향으로 기수를 돌려 항해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억류돼야 할 선박이 약 20일 동안 중국 해역에 머문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7일 중국 영해에서 발견된 북한 유조선 유선호가 중국 해역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유선호는 현지시각 28일 오후 11시 중국 닝보-저우산 항에서 북서쪽으로 약 140km 떨어진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신호를 발신한 뒤 사라졌습니다.

제재 대상 유조선 유선호가 현지시각 28일 오후 중국 해역을 떠나 북상하는 모습. 자료=MarineTraffic
제재 대상 유조선 유선호가 현지시각 28일 오후 중국 해역을 떠나 북상하는 모습. 자료=MarineTraffic

이 지점은 지난 7일 유선호가 최초 발견된 해역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해상입니다.

당시 유선호는 중국 영해인 이 지점에 자리한 뒤 지난 20여일 동안 간간이 위치 정보를 발신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이 해역을 떠나 북상하는 장면이 마린트래픽 지도에 표시된 것입니다.

현재는 유선호의 위치 정보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선박의 위치 정보를 나타내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껐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현재로선 유선호가 어떤 이유에서 중국 영해에 진입했다가 약 20일 만인 이날 뱃머리를 북쪽으로 돌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로의 입항이 금지되고, 또 입항하더라도 곧바로 억류될 위험에 처하는 제재 대상 선박인 유선호가 중국 해역에서 이처럼 장기간 머무른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유선호를 포함한 선박 27척을 전격 제재했습니다.

당시 안보리는 유선호가 선박 간 환적을 통해 불법으로 유류를 건네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9년 4월 일본 외무성은 북한의 유엔제재 대상 유조선 '유선호'가 공해상에서 선적을 알 수 없는 선박과 불법 환적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2019년 4월 일본 외무성은 북한의 유엔제재 대상 유조선 '유선호'가 공해상에서 선적을 알 수 없는 선박과 불법 환적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공개했다.

특히 유선호를 포함한 13척에는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모두 취해야 한다는 문구가 붙었습니다. 이는 자산 동결이나 입항 금지 혹은 선적 취소 등을 명령한 다른 선박에 대한 제재보다 더 강도가 높은 조치였습니다.

또 유선호가 발견된 닝보-저우산 해역은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북한 선박과 중국 선박의 불법 접선지로 여러 차례 지적한 곳입니다.

유선호가 이곳에 머물며 다른 선박과 유류를 주고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재로선 유선호가 중국 정부로부터 억류 조치를 받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중국 정부가 억류 등의 조치를 취했다면 유선호가 북한 방향을 향해 항해하는 장면이 외부에 포착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 해상에선 유엔 안보리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선박이 연이어 발견됐지만 이들이 억류되거나 입항이 금지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9월과 지난 8월 각각 제재 유조선 천마산호와 지성 6호가 중국 영해에 진입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 2016년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은 미림2호가 지난달 ‘성관호’라는 이름으로 중국 닝보-저우산항 해역에서 위치 신호를 발신했으며, 마찬가지로 유엔의 제재 대상인 북한 유조선 남산8호도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 동쪽 해상에서 남하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VOA는 중국 정부에 문제의 이들 선박에 대한 억류 여부를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지성 6호가 중국 영해에 진입했을 당시 VOA에 “일반적으로 제재 대상 선박은 항구로의 접근이 거부되거나 제재 대상 자산으로서 궁극적으론 압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Typically designated vessel should be denied port access or alternatively seized as a financial asset of a designated entity. So those are the, the actions that should be taken. But as we have seen in the past three years or so, China is turning a blind eye to these illicit activities by the North Koreans.”

이어 당시에도 그런 조치가 취해져야 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지난 3년여 동안 봐 왔듯 중국은 북한의 이러한 불법 활동에 눈을 감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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