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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단거리 이어 ICBM 발사… 미한 ‘핵 작전연습’ 합의 등 반발


18일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18일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면서 연이틀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핵 작전연습에 합의하고 미 전략자산이 또 다시 부산에 들어온 데 대한 반발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8일 “오전 8시 24분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을 포착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천km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해당 미사일의 비행시간과 최고 고도 등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본 방위성은 이 미사일이 오전 9시37분께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했으며 최고 고도는 6천㎞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비행 시간과 최고 고도, 비행 거리 등이 모두 지난 7월 고체연료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할 때와 비슷해 북한이 또 다시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올해 들어 5번째이고 지난 7월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지 5개월여만입니다.

이번에 쏜 미사일을 고각이 아닌 정상각도인 30∼45도로 발사했다면 1만5천㎞ 이상 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사거리입니다.

합참은 대북 경고 성명을 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행위이며 유엔 안
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이승오 합참 작전부장입니다.

[녹취: 이승오 작전부장]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위협적 도발을 지속 감행하고 있다.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김명수 합참의장의 상황 보고를 받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활용해 한미일의 공동대응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영토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시 압도적으로 대응하라"며 "이를 위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하게 유지하라"고 말했습니다.
합참은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 경보정보는 한미일 3자간 긴밀하게 공유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3국간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체계가 가동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일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는 최종 검증 단계에 있다”며 “수일 내에 정상 가동시키기 위해서 3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17일 밤 10시 38분경 평양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SRBM)을 발사했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약 570km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습니다.

북한이 연이틀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은 미한의 대북 압박이 거세지는 데 대한 반발이라는 관측입니다.

미한은 지난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핵협의그룹(NCG)회의에서 내년 8월 미한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 때 핵 작전 연습을 처음 실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 국방성은 17일 밤 대변인 담화를 통해 NCG 회의 결과를 “노골적인 핵 대결 선언”이라며 맹비난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으로선 미국의 확장억제가 미한 간 공동 핵 작전 연습으로 발전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공동 훈련을 한다는 의미는 앞서서 계획과 이행 둘 다 한미 간 진전이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 거거든요. 북한 입장에선 가장 민감한 게 한미가 이것을 작전계획화 하는 그런 형태로 가는 게 가장 악몽인데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 전력이 같이 사용되는 측면에서 훨씬 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거죠.”

북한의 이번 도발은 또 미한일이 금명 간 실행할 예정인 3국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조치 그리고 잦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관측입니다.

특히 북한이 17일 발사한 SRBM은 사거리로 미뤄 이날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 핵추진 잠수함 ‘미주리함’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부산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550㎞입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단거리와 장거리를 연이어 쏜 것은 미한의 압박에 대응해 자신들의 다양한 핵 미사일 공격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탄도 미사일이라는 게 한반도 뿐만 아니라 주일 미군기지 나아가 미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하잖아요. 그래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어서 반나절도 안돼서 ICBM을 발사했다는 것은 단거리와 장거리를 동시에 발사함으로써 타격 능력을 키워간다 그런 차원의 그들 나름대로의 탄도 미사일 전략과 전술 개발의 측면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북한이 이번 미사일 도발을 통해 연말로 예정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앞두고 대미 강경 메시지 효과를 증폭시키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원곤 교수는 12월은 북한이 한해를 결산하는 총화 기간이라며 그런 와중에 대형도발을 일으킨 것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내부사정을 감안해 군사적 업적 선전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해 적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는‘눈’을 보유한 데 이어 이번 ICBM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을 때릴 수 있는 ‘주먹’까지 과시하면서 이를 당 전원회의를 통해 대내외에 각인시키려 할 것이라는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이번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미주리함을, ICBM은 미 본토를 겨냥한 대미 도발이라며 북한은 미국에게 자신들이 비핵화 대상도, 핵 공격의 대상도 아님을 분명히 하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당 중앙 전원회의가 아마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대미 강경 입장 표명,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전에 그런 전원회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또는 그와 관련된 사전 정지작업 형식으로 핵 공격을 가상하고 우리를 핵으로 공격하겠다고 하는데 미국 본토도 안전하지 않다는 대미 메시지, 대미 억제력에 대한 과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고요.”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와 9.19남북군사합의의 사실상 폐기에 이어 ICBM까지 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한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이번에쏜 미사일이 화성-18형이 맞다면 고체연료 추진 ICBM의 신뢰성을 높여 실전 무기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내년엔 초대형 핵탄두 또는 다탄두 기술 시험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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