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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2023년 북한 “러시아, 아사자, 김주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올해 북한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러시아, 아사자, 김주애’로 압축할 수 있을 것같은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2023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라는 구명줄을 잡은 한 해였습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실패 이후 경제난이라는 수렁에 빠진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외교적 도박을 벌였습니다.

당시 유엔은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그러자 북한과 시리아, 벨라루스 등 5개국은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외교적 도박은 결실을 거뒀습니다. 5월 26일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이 결의안을 부결시켰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올해 9월 13일 북러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극동 연해주를 방문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자신은 러시아와 함께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앞으로도 언제나 반제국주의 전선에서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을 이 자리를 빌어 확언합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 자리에서 포탄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 거래와 함께 군사정찰위성, 전투기, 탱크, 핵잠수함 그리고 경제협력 등에 합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계속 됐습니다. 북한은 지난 5개월간 수백만발의 포탄과 무기를 실은 3천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러시아에 보냈습니다.

또 북한은 러시아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11월 21일 군사정찰 위성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북한이 포탄 수출의 대가로 러시아에서 받은 돈을 식량난 해결 등에 사용한다면 경제난이 완화될 수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외화 대부분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올해 5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27차례에 걸쳐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3억 달러를 미사일 발사에 쏟아부은 셈입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당국이 주민 생활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같은 무기 개발에 쓴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만일 돈을 민생에 쓴다면 식량난, 아사자가 발생할리가 없죠.아사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 돈은 모두 핵, 미사일 개발에 쓰이고 있다고 볼 수있죠.”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에 돈을 쏟아 붓는 동안 북한의 경제난은 한층 심해지고 있습니다.

4년 전인 2019년 북한의 쌀값은 kg당 5천원, 그리고 옥수수(강냉이)는 1천원선이었습니다.그러나 올 여름 쌀 가격은 6천원대로 그리고 옥수수(강냉이)는 3천원대로 치솟았습니다. 북한 노동자가 한달 월급 3천원을 받아도 쌀을 1kg도 살 수 없는 겁니다.

그 결과 북한에는 굶어죽는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올 1-7월 기간 중 245명의 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과거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지난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굶주림으로 시작해 코로나와 폐렴 등으로 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조충희 씨] ”먹지 못하면 영양이 약해지고, 영양이 약해지면 병균의 피해에 약해지고, 약 없지, 먹을 것 없지 하면 죽는 건데…

전문가들은 지난 5년간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25%나 감소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사회적 혼란도 심각합니다.

국정원은 강도와 살인, 사제폭탄 투척같은 강력범죄가 올해 300여 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의 사상적 동요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젊은 장마당 세대와 농민 그리고 중산층은 노동당에 등을 돌렸습니다. 북한에서 손전화기 또는 컴퓨터, TV와 라디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당의 선전 선동 대신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 그리고 영화를 봅니다.

북한 당국은 한류 확대를 막기 위해 법령을 만들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0년 12월 ‘반동사상 문화배격법’을 만든데 이어 올 1월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단속은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내부의 불만이 고조되자 북한 당국은 ‘공개처형’ 이라는 칼을 빼들었습니다.

일본 `도쿄신문’은 10월 12일 북한 사정에 밝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1년 간 공개처형된 사람이 1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8월 하순에 양강도 혜산에서 주민 2만 명이 모인 가운데 남성 7명과 여성 2명이 총살됐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8월 30일 혜산에서 공개처형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공개처형이 8월30일 있었다고 하는데, 그게 틀림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아시아 프레스’ 취재 협조자가 몇 명 혜산에 있는데, 그 날 협조자도 동원돼 현장에 가 있었어요. 원래 공개비판 모임을 갖는다고 했는데 공개재판이 돼서 9명을 비 오는 속에서 총살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수뇌부는 4대 세습을 꾀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18일 순안공항에서 ICBM 화성-18형을 쏘면서 딸 김주애를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날을 ‘미사일 공업절’로 지정했습니다.

김주애가 처음 등장할 때 `노동신문’은 ‘사랑하는 자제분’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존귀하신 자제분’에 이어 최근에는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김주애는 올해 10살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는 북한 당국이 후계 작업을 염두에 두고 김주애의 옷차림과 호칭, 의전을 격상시키기 위한 선전활동을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Now we began to see a media campaign that elevate her title, status formally in terms of public.”

2023년은 북한이 군사적 도발로 일관한 한 해였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와 밀착해 27차례 미사일을 쐈지만 안보는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게다가 무기개발에 큰 돈이 투입돼 경제난은 심해지고 주민들은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끌고 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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