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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법, 사법개혁안 저지...해협 횡단 영국 불법이주 급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난 9월 예루살렘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자료사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지난 9월 예루살렘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이스라엘 대법원이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개혁안을 일부 무효화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병력 수천 명이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불법으로 영국해협을 건너 영국에 도착한 사람이 약 3만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 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L이 만드는 일부 제품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는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이스라엘에서 지난해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법안을 두고 한바탕 내홍이 벌어졌는데요. 이 법안에 대한 이스라엘 대법원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네. 이스라엘 대법원이 지난해 7월 의회를 통과한 사법개혁법안을 1일 무효화했습니다. 이 법안을 두고 지난해 이스라엘 안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진 바 있는데요. 이스라엘 대법원은 1일 찬성 8대 반대 7로 해당 법안을 무효로 했습니다.

진행자) 이 법안이 어떤 내용이었죠?

기자) 네. 대법원이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이나 정부 결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이를 무효화하는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법안은 대법원의 이런 결정을 의회가 표결에서 단순 과반으로 뒤집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판결에 대해서 이스라엘 대법원 쪽에서는 어떤 설명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대법원은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은 민주국가로서의 이스라엘이 가진 기본 특성에 심각하고 전례가 없는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또 의회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네타냐후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에는 대법원 권한 제한 외에 다른 내용도 있었죠?

기자) 네. 판사 임명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거나, 장관이 법률고문 권고를 따르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도 별도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방안이 알려지자 이스라엘 안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사법개혁안이 사법체제를 약화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반대론자들은 이 방안이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권력 장악과 핵심 권력 견제 기관에 대한 공격으로 생각합니다.

진행자) 비판이 거세지면서 격렬한 시위도 이어졌죠?

기자) 네. 2022년 말에 네타냐후 총리가 권좌에 복귀하고 곧 사법개혁안이 발표되자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3월 말 사법개혁안에 반대하는 국방부 장관이 해임되고 관련 입법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시위가 격화하기 시작했는데요.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반대로 이 방안에 찬성하는 쪽 입장은 뭔가요?

기자) 네. 지지자들은 선출되지 않은 판사들의 권한을 제한하고 선출된 관리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함으로써 민주주의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니까 선출되지 않은 판사들로 꾸려진 사법부가 국민이 뽑은 의회와 정부가 하는 일을 막는 것이 부당하다는 겁니다.

진행자) 이번에 나온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이스라엘 정부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해당 법안 설계자인 야리브 레빈 법무장관은 대법원 판사들이 “모든 권한을 그들 손에 쥐고 있다”면서, 이번 판결이 비민주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또 대법원 판결이 “우리를 낙담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판결이 극우파와 연립정부를 꾸린 네타냐후 정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 10월 7일 미국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투가 시작된 이후 사법개혁안을 둘러싼 논란이 일단 잦아든 상태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마스 공격에 맞서 일단 단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논란이 수면 아래에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하마스와의 전쟁이 마무리되면 논란과 분열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의 경쟁자로 현 전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은 사법개혁안 찬성파와 반대파 양측에 지금 이견을 접어두고 전쟁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간츠 전 장관이 하마스와의 전쟁에 집중하자고 했는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안에서 하마스와 싸우고 있는 이스라엘군 병력 가운데 일부가 철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군요?

기자) 네. 이스라엘군 측은 1일 병력 수천 명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이스라엘 육군은 5개 여단 병력 수천 명이 앞으로 수주 안에 가자지구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또 철수 병력 가운데 일부는 휴식이나 훈련을 위해 부대로 복귀하고, 나이가 비교적 많은 예비군 가운데 다수가 집으로 돌아간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그간 이스라엘 측에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서 정밀 공격 중심의 저강도 전투로 전환하라고 촉구해 왔는데, 여기에 부응하는 조처인가요?

기자) 대니얼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병력 일부 철수가 새로운 단계의 전쟁을 의미하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P’ 통신은 이 조처가 올해 내내 하마스 거점과 저항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이스라엘 지도부의 저강도 전투 계획에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구조대가 영국해협 횡단에 실패한 이주민 보트에 접근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프랑스 구조대가 영국해협 횡단에 실패한 이주민 보트에 접근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영국해협을 건너 불법으로 영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일 공개된 영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작은 보트를 타고 영국에 불법으로 도착하는 사람의 수가 지난해 약 3만 명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해인 2022년과 비교해 대략 36% 정도 줄어든 수치입니다. 참고로 영국해협은 세계에서 선박 통행량이 무척 많은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행자) 영국해협을 건너는 사람들 수가 2022년에 기록을 세운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은 약 4만 5천 명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이 숫자가 36%나 줄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두 번째로 많은 숫자입니다.

진행자) 두 번째로 많은 숫자이지만, 그래도 줄어들었다는 것이 영국 정부로서는 고무적인 일인 텐데요. 이렇게 해당 숫자가 크게 줄어든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영국 총리실은 약 6억 달러를 들여 프랑스 정부와 협력해 작은 보트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조직들에 단호하게 대응한 것, 그리고 알바니아 같은 나라들과 협정을 맺어 불법이주민을 신속하게 추방하는 조처를 도입한 것 등을 들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지난해 이런 조처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추방됐나요?

기자) 네. 총리실 자료에 따르면 2만 4천 명 이상이 추방됐고요. 밀입국 관여 혐의로 246명이 체포됐습니다.

진행자) 영국해협 횡단을 통한 불법 입국 근절이 리시 수낙 총리의 중요한 공약 가운데 하나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불법이주민 수를 큰 규모로 계속 줄이겠다는 것이 5개 중요 공약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수낙 총리는 지난해 영국으로 오는 보트들을 막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지난달에는 이런 약속이 실현되는 확실한 일자는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영국 정부가 특히 불법으로 들어와 영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들 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이 현재 큰 어려움에 처해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인 르완다와 협정을 맺어 영국 망명 신청 자격이 없는 불법이주민들을 르완다로 보내려고 했는데요. 영국 대법원이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이걸 막았습니다. 그러자 야당인 노동당은 수낙 총리가 공약 이행에 실패했고 그의 이민 정책이 완전 혼돈 상태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최근 영국 정부가 다른 방식의 이민 제한 방안을 도입했죠?

기자) 네. 학생 비자 발급이나 연장 요건, 또 해외 출신 노동자들의 가족 동반 요건을 강화하는 등 조처로 이주민 수를 매년 30만 명 정도 줄인다는 조처를 지난해 12월에 발표했는데요. 이 조처는 1일부터 발효됐습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의 로고. (자료 사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의 로고. (자료 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L이 만드는 몇몇 제품의 중국 수출이 금지됐군요?

기자) 네. ASML이 1일 성명을 내고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 내 소수 고객에게 영향을 미치는 불특정한 수의 기계를 보낼 수 있는 허가를 최근 취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ASML이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회사죠?

기자) 그렇습니다. 네덜란드 회사인데요. 반도체를 만들 때 꼭 있어야 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 시장에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합니다. ASML이 만드는 최신 노광장비 가격이 대당 2억 달러가 넘는데요. 매년 생산되는 수가 적은 탓에 많은 반도체 회사가 ASML 장비 확보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미국 정부와 네덜란드, 그리고 일본이 첨단 칩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었죠?

기자) 네. 미국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1월에 보도한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2022년 10월에 채택한 수출 통제 조처가 ASML이나 니콘, 도쿄 일렉트론 등 동맹국인 일본과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회사들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당시 합의가 실행되는 모양이로군요?

기자) 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관리들이 ASML 장비 중국 선적을 중단시키기 위해 지난해 말 네덜란드 정부와 ASML을 접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ASML 발표를 네덜란드 정부가 확인했습니까?

기자) 네덜란드 외무부 대변인은 개별 사안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는데요. 다만 국가안보를 바탕으로 사안별로 수출 허가를 검토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대중 수출 중단으로 ASML이 크게 타격을 받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ASML 측은 이번 조처가 회사 실적 전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근 몇 년 새 첨단 반도체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 중국 사이에 펼쳐지는 지정학적 경쟁에서 중요한 수단이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등 서방 세계는 첨단 칩이나 제조 장비 같은 최신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 중국으로 넘어가 군사용으로 쓰이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이런 제품을 수출하는 것을 속속 제한하기 시작했는데요. ASML 장비도 이런 부류 제품에 해당합니다.

진행자) 미국이 지난해 말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제한을 강화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첨단 인공지능(AI) 칩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더욱 강화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ASML 발표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어떻게 반응했나요?

기자) 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조처는 미국이 중국을 괴롭히는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왕 대변인은 “이런 행위는 국제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국제 반도체산업의 구조를 크게 훼손하며, 국제 산업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서방 진영의 첨단 제품 수출 제한에 중국도 몇몇 분야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대응에 나서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한 예로 중국 정부가 지난해 7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갈륨과 게르마늄이 몇몇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광물로 알려져 있죠?

기자) 네. 태양광 집열판이나 손전화와 자동차, 그리고 여타 제품에 들어가는 컴퓨터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합니다. 게다가 적게 생산돼서 상당히 귀중한 광물인데요. 현재 전세계 공급량의 80%를 중국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또 역시 희귀 광물인 희토류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중국이 이 희토류를 서방 세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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