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은 ‘KN-23’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실전 테스트를 통해 단점을 보완하는 등 역량 강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북한의 대러시아 탄도미사일 지원과 관련해, 아직 제한적인 정보만 제공된 상황에서 100% 확신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러시아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과의 유사성 측면에서 KN-23이 가장 논리적인 체계이자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부차관보] “The KN- 23 is the most logical system both in terms of its capabilities and in terms of its similarity to systems that the Russians already have. So I would think that that's the most logical choice.”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백악관이 제공한 사진 자료를 토대로 봤을 때 로켓 모터의 상단부와 미사일 하단부의 모양 등에서 KN-23과의 유사점이 보인다며, 백악관이 제시한 북한 미사일의 비행 사거리도 KN-23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KN-23이 외형뿐 아니라 기존 러시아군이 개발하고 보유했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운용 체계가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로서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부차관보] “It's generally similar and so the Russians would have more ability to assimilate that missile and operate it than something that was completely different than what's in their inventory.”
북한과 러시아의 미사일 체계가 완전히 같지는 않은 만큼 ‘상호 운용’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유사한 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약간의 교육을 통해 단기간에 작동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기술적 의미를 갖는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북한 미사일은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것과 완전히 다른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뛰어난 작전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KN-23은 북한이 개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러시아제 이스칸데르를 모방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거리는 최대 900km에 달합니다.
특히 저고도 비행 중 급상승을 할 수 있는 등 변칙 기동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과 발사대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사진 자료와 함께 공개했습니다.
당시 백악관은 북한이 제공한 탄도미사일의 자세한 제원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진 자료에는 북한의 KN-23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의 사진이 포함된 바 있습니다.
또 한국 군 관계자도 5일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탄도미사일이 KN-23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로버트 슈무커 박사도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매우 비슷하다고 평가하면서, 러시아가 자국의 미사일 체계와 유사한 북한의 KN 계열 미사일을 이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슈무커 박사] “I think this is something like a license production in North Korea from the Russian Iskander. This is that North Korea is also a licensed producing the Tochka. So they are doing, performing and manufacturing this under license from Russia.”
슈무커 박사는 북한이 과거 러시아로부터 단거리탄도미사일인 토치카와 이스칸데르의 핵심 기술을 지원받거나 역설계해 각각 ‘KN-02’와 ‘KN-23’을 생산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산업은 사실상 러시아로부터 면허를 받아 제조 및 생산 작업을 수행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이에 따라 양국의 미사일 체계가 상당히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전쟁으로 인해 “당장 생산 시스템이 부족한 러시아는 공급이 필요하며, 새로운 미사일 제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무기 부족과 생산 시스템 과부하에 걸린 러시아가 손쉽게 사용 가능한 북한제 미사일 수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슈무커 박사] “The number of missiles which are available in Russia from Russian production are of course very limited. North Korea manufactured these systems, the Russia needs these systems because they do not have enough systems.
This is a very simple thing. Immediately they are running out of these systems and they need supply and it takes a significant time to manufacture new missiles.”
미사일 전문가인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도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는 전쟁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미사일 무기고와 재고를 소진했다”면서 북한제 미사일 이전 추세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침투 타격용’ 무기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생산할 수 있도록 산업 전반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체 군수품 생산 체계가 완비될 때까지 임시 방편으로 북한산 포탄과 미사일을 사용하려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Now it does seem that the Russians are retooling their industry to be able to crank out these munitions, particularly their penetrating strike munitions such as SRBMs and MRBMs. But that's going to take time. And so what they may be doing is using North Korean munitions, both artillery and missiles as kind of the backfill or a stop gap until their own munitions production ramps up.”
전문가들은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용도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역내 미군 기지를 타격하기 위한 용도라는 점에서 볼 때 이 같은 미사일을 러시아에 제공한다는 것은 역내 뿐 아니라 한반도 안보에 큰 우려 사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 전쟁을 통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실제 사용해보고 단점을 보완하는 등 역량 강화를 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입니다.
로버트 슈무커 박사는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미사일 자체의 완성도와 발사 요원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러시아전을 통해 “북한은 발사뿐 아니라 모든 단계의 훈련을 매일 실시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슈무커 박사] “They can train this every day and so on. Not only just to fire but to train every step it can be perfectly trained. There are two aspects for these missiles. We have first the perfection of the missile and the perfection of the launching crew. Because you have to adjust the missile to program the missiles and then to orient the missiles and for the launcher and all these things come together.”
반 밴 디펜 전 부차관보도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러시아 제공 문제를 “(한반도) 안보에 가장 큰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평가하면서, 큰 우려 사안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부차관보] “I think that's probably the area where there's the biggest potential security impact. In terms of providing the missiles themselves certainly the North Koreans will be very interested in how those missiles perform. And they'll try to gain ideas that they can bring back and use both in terms of potentially improving the production of the missile in the future and its capabilities as well as learning more ideas on how they might use it in a future war with South Korea if they have to do that.”
미사일 자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성능에 대해 매우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이어 “북한은 향후 미사일 생산과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노력할 것이며, 한국과의 전쟁에서 미사일을 사용해야 할 경우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더 많이 배우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역량 강화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과 역내 미군 기지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지금보다 한층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단순 포탄과 탄약 제공을 넘어 다수의 군인과 민간인을 살상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앞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막연한 제재 강화나 동맹 간 협력 증진 같은 추상적 대응보다 실질적으로 북한과 러시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hat the political authorities in Korea need to be prepared to do is to say for every munitions sent to Russia to use in Ukraine, they're killing Ukrainians and it's mainly women and children that they're killing. You've got to create this basis so that politically the South Korean people understand that what's happening is unacceptable.”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미국 등 서방 국가들로부터 강하게 제기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베넷 연구원은 제언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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