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9일 이스라엘 정부 지도부를 만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미래와 분쟁 확산 방지 등 현안들을 논의했습니다. 중국 군부의 부패상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패 척결 의지를 다시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에서 역대 최연소이자 동성애 총리가 탄생했다는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이스라엘과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 분쟁 관련 소식 알아봅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부터 중동 순방 일정을 시작했는데요, 지금 이스라엘에 가 있죠?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이 9일 이스라엘 방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9일) 아이작 헤르조그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그리고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 등 이스라엘 정부 지도자들을 만났습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이 이들을 만나 어떤 문제들을 논의했나요?
기자) 네. 하마스와의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 재건과 통치 문제, 분쟁 확산 방지 문제, 민간인 피해 최소화 방안 등이 중점 논의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에 도착하기 전 이런 문제들에 대한 주변국들 견해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어제(8일) 블링컨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는데요, 왕세자를 만난 뒤에 기자들에게 많은 얘기를 했군요?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권 4개 나라, 그리고 튀르키예가 이번 분쟁이 끝난 뒤 어떻게 가자지구를 재건하고 통치할 것인지 계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에 도착하기 전에 이들 5개 나라를 방문했습니다.
진행자) 이들 나라는 원래 그런 문제보다는 휴전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즉각 휴전하고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생기는 민간인들 고통을 크게 줄이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이들 5개 나라 정상이 가자지구를 재건하고 안정시키는 것을 돕고,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진로를 설정하며, 역내 장기적 평화와 안보, 그리고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영국 주재 사우디 대사가 9일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군요?
기자) 네. 칼리드 빈 반다르 알사우드 대사가 이날(9일) 영국 ‘BBC’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가자지구 통치 방식에 즉각적이고도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타협이 없으면 해결책도 없다”면서 “휴전이 없으면 미래 계획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미국은 하마스를 물리친 뒤에 가자지구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 방향을 밝혔죠?
기자) 네.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은 팔레스타인자치정부가 주도해서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이후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설립을 위한 협상을 다시 시작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 통합될 기회를 얻으려면 생존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날(9일) 이스라엘 정부 지도부에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스라엘 측 생각은 미국 구상과 아주 다르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측 구상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이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데,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주변 아랍 나라들도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또 네탸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국가로서 공존한다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에도 여전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전후 구상 외에도 미국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 분쟁이 주변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현재 이스라엘의 행보는 이런 노력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죠?
기자) 네. 미국은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가자지구 내 작전 강도를 낮추라고 이스라엘 측에 계속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병력 일부를 철수하고 정밀공격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는 등 미국 요구에 일부 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격이 계속되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매일 나오고 있는데요. 거기에 최근에는 이번 분쟁이 확산할 것이라고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있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고위급 인사들을 연이어 암살하면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이스라엘이 지난주 레바논 베이루트 근방에서 하마스 정치국 2인자인 살레흐 알아루리를 드론 공격으로 암살했습니다. 또 8일에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보이는 공격으로 다시 레바논에서 이슬람 시아파 무장조직인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 1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들이 암살되자 헤즈볼라와 하마스뿐 아니라 두 조직을 지원하는 이란이 보복과 가혹한 대응을 다짐했는데요.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가자지구를 넘어 레바논 등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은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는 일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공격으로 이번 분쟁에 헤즈볼라와 이란이 끼어드는 것을 미국은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는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번 분쟁을 빨리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회의에서 부패 척결을 거듭 강조했군요?
기자) 네. 시 주석이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20차 전체회의에서 연설하면서 길고 긴 부패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을 촉구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이 8일 보도했습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중국 공산당 사정기구입니다.
진행자) 시 주석은 집권하고부터 강력한 부패 척결 운동을 벌여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 주석은 이번 연설에서도 재정과 국영기업, 에너지, 의약품, 그리고 국가기반시설 부문에서 부패와 싸우기 위해 크게 노력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진행자) 시 주석 지시는 공산당의 부패 척결 운동에 아직 미진한 점이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기자) 네. ‘신화’ 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0년 간 부패와의 싸움에서 크게 승리했다면서도 “상황이 여전히 엄중하고 복잡하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부패와의 싸움에서의 새로운 발전, 그리고 부패의 온상과 조건에 관해 완전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중국의 공무원 부패 문제, 특히 군대 부패의 적나라한 실상을 알려주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 보도였는데요. ‘블룸버그’는 미국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군이 미사일에 연료 대신 물을 채워 넣거나, 중국 서부에 있는 많은 미사일 사일로(격납고)의 뚜껑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미사일 발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그런 문제가 다 군의 부패가 가져온 결과란 말이죠?
기자) 맞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로켓군과 국가방위산업 내부 부패가 너무 광범위해서 미국 정부 관리들은 시 주석이 향후 수년간 주요 군사작전 수행을 고려할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부패가 군의 작전 수행 능력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은 몇몇 군 부서에서 돈이 없어 군 장비 예산을 빼돌린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음식을 만들 연료가 없어 미사일에 들어가는 고체연료를 쓰거나 항공유 저장 탱크에서 기름을 빼내 쓰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지난해 중국 군 고위 지휘관들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해임된 일이 종종 있었는데요. 이런 일들이 부패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죠?
기자) 맞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리상푸 전 국방부장 사례입니다. 리 전 부장은 지난해 8월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요. 결국 지난 10월 국방부장직에서 면직됐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당시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리 전 부장이 장비 조달 등과 관련한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리 전 부장 외에도 지난해 해임되거나 파면된 장성들이 더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 예로 중국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해 말 전현직 장성 9명을 대의원직에서 파면했습니다. 바로 로켓군 장성 3명, 전직 공군 총장과 남중국해 담당 해군사령관 각각 1명, 그리고 군 장비 담당 4명이었는데요. 이들은 모두 부패 문제로 축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프랑스가 새 총리를 임명했군요?
기자) 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 장관을 신임 총리로 임명했습니다. 아탈 신임 총리는 이날(9일) 수도 파리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에 들어갔습니다.
진행자) 아탈 신임 총리가 프랑스 역대 최연소 총리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1989년생으로 올해 34살입니다. 종전 최연소 기록은 로랑 파비우스 전 총리인데요. 파비우스 전 총리는 1984년 임명됐을 당시 37살이었습니다. 아탈 총리는 또 프랑스 역사상 처음 공개적으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힌 총리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30대에 프랑스 제5공화국의 총리가 됐는데요. 아탈 신임 총리의 정치 경력이 궁금하군요?
기자) 네. 프랑스 명문 파리정치대학교를 나왔고요. 2006년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에 입당했습니다. 2014년 지역 시의원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에 들어섰는데요. 이 때가 25살이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우파 ‘전진하는 공화국(LREM)’으로 당적을 옮겼습니다.
진행자) 마크롱 대통령은 이듬해 프랑스 대선에서 압승을 거뒀죠?
기자) 맞습니다. 당시 프랑스 대선은 기성 정당이 모두 참패하고 거의 정치 신인에 가까웠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끈 신생 정당인 ‘전진하는 공화국’과 르펜 대표의 극우 보수 ‘국민전선’ 간의 대결 구도로 펼쳐졌는데요. 결국 2차 결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66% 넘는 득표로 압승을 거뒀고요. 2017년 5월 마크롱 정부 1기가 출범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아탈 총리도 당시 정부에 합류한 건가요?
기자) 바로 합류하지는 않았고요. 2018년 당 대변인을 거쳐, 2020년 7월 정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022년 5월 재선에 성공한 후에는 공공 회계 장관직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교육부 장관직을 맡았는데요. 불과 5개월여 재임했지만, 당시 프랑스 교육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저학년 학생들의 읽기와 쓰기, 산수 능력 강화를 강조해 긍정적인 여론 반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 프랑스 제5공화국의 근간이 되는 정교분리 원칙을 내세워 이슬람 여성들의 복장인 ‘아바야’ 교내 착용을 금지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 일련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새 총리로 임명했는데요. 마크롱 대통령의 이야기 들어 볼까요?
기자) 네. 마크롱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 ‘X’에, ‘2017년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당신의 에너지와 헌신을 믿는다”며 아탈 총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언급한 2017년은 마크롱 대통령이 신생 정당을 이끌고 대선 돌풍을 일으켰던 해입니다.
진행자)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와 비교하면 지금 인기가 많이 추락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프랑스의 연금제도 개혁을 핵심 국정 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데요.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면서 여론 지지율도 30%대까지 추락했는데요. 이번 총리 교체는 마크롱 대통령이 분위기 쇄신을 통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역대 최연소, 동성애 총리 임명에 대한 프랑스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프랑스 야권과 일부 유권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소셜미디어 ‘X’에, 프랑스인들이 마크롱 정부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오는 6월에 있을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신의 당을 지지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한 여성 유권자는 ‘로이터’ 통신에, 총리를 교체한다고 해서 서민들의 삶이 바뀌는 것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2017년, 39살의 나이로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됐던 마크롱 대통령과 아탈 총리가 비슷하다며 새 총리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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