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개성공단서 연일 제설작업…‘의복·전자’ 업체 등 길 내며 가동 정황


15일 눈에 덮인 개성공단. 곳곳에 바닥을 드러낸 공장 부지와 도로가 보인다. 개성 방면 도로와 달리 한국으로 향하는 도로엔 여전히 눈이 쌓여 있다. 사진=Planet Labs
15일 눈에 덮인 개성공단. 곳곳에 바닥을 드러낸 공장 부지와 도로가 보인다. 개성 방면 도로와 달리 한국으로 향하는 도로엔 여전히 눈이 쌓여 있다. 사진=Planet Labs

북한 개성공단의 주요 공장 부지에서 눈을 퍼내고 길을 만든 흔적이 포착됐습니다. 차량과 인력이 드나드는 길목마다 제설작업이 한창인데,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의 자산만큼은 계속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15일 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찍힌 개성공단은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전날 내린 눈 때문인데, 눈밭 곳곳에 회색빛의 아스팔트 바닥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공장 앞 공터와 공단 내 일부 도로 구간은 유독 어두운 색으로 표시돼 주변의 하얀 눈과 대조됩니다.

모두 인위적으로 눈을 치우면서 나타난 흔적입니다.

특히 의복과 전자제품 제조 업체가 밀집한 남쪽 지대에서 눈 아래 아스팔트가 훤히 노출됐습니다.

의복과 전자제품 제조 업체가 밀집한 남쪽 지대의 15일 모습. 한국 중소기업 ‘제시콤’과 ‘에스제이-지에스’, ‘쿠쿠전자’ 등이 위치한 건물 공터(원 안)에서 제설작업 흔적이 포착됐다. 사진=Planet Labs
의복과 전자제품 제조 업체가 밀집한 남쪽 지대의 15일 모습. 한국 중소기업 ‘제시콤’과 ‘에스제이-지에스’, ‘쿠쿠전자’ 등이 위치한 건물 공터(원 안)에서 제설작업 흔적이 포착됐다. 사진=Planet Labs

일례로 한국 중소기업 ‘제시콤’과 ‘에스제이-지에스’, ‘쿠쿠전자’ 등이 입주했던 건물 앞 공터가 맨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주변 텃밭이나 다른 건물 공터에 여전히 눈이 쌓여 있는 것으로 미뤄, 이들 업체 출입을 원활하게 하려는 ‘제설 작업’ 흔적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신원 에벤에셀 공장 부지도 건물 앞 화단과 길이 뚜렷이 구분될 정도로 말끔히 눈이 치워져 있습니다. 바로 옆 공장 아스팔트 바닥에 가득한 눈은 이곳만 자연적으로 눈이 녹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신원 에벤에셀 공장 부지(왼쪽 사각형). 건물 앞 화단과 길의 구분이 뚜렷할 정도로 눈이 치워져 있다. 바로 옆 건물(오른쪽 사각형)의 부지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다. 사진=Planet Labs
신원 에벤에셀 공장 부지(왼쪽 사각형). 건물 앞 화단과 길의 구분이 뚜렷할 정도로 눈이 치워져 있다. 바로 옆 건물(오른쪽 사각형)의 부지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다. 사진=Planet Labs

도로 역시 한국 쪽 출입구와 연결된 공단 내 남쪽 도로는 눈으로 덮여 있지만, 각 공장을 연결하는 공단 내 중앙 도로와 개성 시내 방면 출입구로 향하는 도로는 하얀색이 아닌 ‘회색’입니다.

역시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한 제설 작업 결과입니다.

다음날 위성사진에선 전날까지 눈이 쌓여 있던 일부 건물 공터와 도로에서도 눈이 사라진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제설 작업이 추가로 이뤄진 것인데, 개성공단이 여전히 가동 중임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로 제시될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제설작업 정황은 과거 위성사진과 비교해도 뚜렷합니다.

개성공단 가동 조짐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던 2017년과 2018년 1월엔 공장 건물 공터와 도로가 눈으로 덮인 채 수일간 방치돼 현재의 활발한 제설작업 모습과 대조됩니다.

앞서 VOA는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을 무단으로 가동하는 정황을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엔 ‘플래닛 랩스’의 고화질 위성사진을 토대로 총 42곳의 건물 앞에 정차한 버스와 승합차, 트럭 등을 발견했으며, 북한이 폭파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잔해가 상당 부분 정리되고 용도를 알 수 없는 대형 구조물이 그 앞에 설치된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야간 위성사진을 확인해 개성공단에서 한밤중에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이는 모두 북한이 주간은 물론 야간에도 개성공단을 불법적으로 가동 중인 정황으로 해석됐습니다.

당시 한국 통일부 관계자도 “공단 내 차량과 인원의 출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야간 점등 상황도 확인된다”며 VOA의 보도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명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지목한 한국 자산만큼은 배척하지 못한 채 귀중한 산업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 최근 한국 정부는 4일 개성공단지원재단을 해산하고 청산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폐쇄 수순에 돌입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한국 정부가 정당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며 이에 대응한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이들 기업은 공단을 무단 가동 중인 북한에 대해선 별다른 항의나 요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6년 한국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맞서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어 지난 2020년엔 한국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