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일 북 핵 수석대표들이 북한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언행과 도발, 그리고 무모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러북 간 군사 협력 움직임에 대해 경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강경 발언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미한일 북 핵 수석대표들이 대북 공조를 다지기 위한 대면 협의를 가졌습니다.
정 박 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와 김건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났습니다.
정 박 대북고위관리는 이 자리에서 “북한의 지역과 국제 평화, 안보에 대한 위협은 미국에 매우 우려스러운 사안으로 남아 있다”며, 북한의 대남 위협 메시지가 증가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미국도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고 이러한 언사는 불필요하게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방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여전히 확고하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정 박 대북고위관리는 “우리가 거듭 분명히 했듯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며 “상호 관심사에 대해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불행하게도 북한은 계속해서 대화 제의를 거절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의 대러 탄도미사일 등 무기 이전을 비롯해 핵과 미사일 개발, 악의적 사이버 활동, 자국민 인권 침해 등을 언급한 뒤 “이 모든 건 우리의 관심과 공조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건 본부장은 “우리는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나, 북한은 역주행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내부 결속을 위해 긴장을 조성하고 있고 최근 대남기구 폐지 계획을 발표하고 미한에 책임을 전가하는 낡은 전술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판 쇄국정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러한 시대착오적 시도는 스스로를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최근 러시아 방문 등 러북 관계 동향과 관련해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불법적 군사 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북한을 막다른 길로 이끌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국제 규칙과 규범의 노골적 위반자라는 평판만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마즈 국장은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북한 탄도미사일을 구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수 차례 사용했다며, “이러한 무기 수출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무엇을 제공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한일 3자 협의에 앞서 이날 오전엔 정 박 대북고위관리와 김 본부장 간 양자 협의가 진행됐습니다.
미한은 양자 협의에서 북한이 인위적 긴장 조성 언동과 무모한 핵과 미사일 개발, 도발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외교를 통한 비핵화의 길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전했습니다.
정 박 대북고위관리가 미국의 북 핵 수석대표로 한일과의 대면 협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성 김 전 대북특별대표가 지난해 말 은퇴한 뒤 부대표였던 그가 ‘대북고위관리’라는 새로운 직함으로 수석대표 직무를 이어받은 겁니다.
이런 가운데 러북 두 나라는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예방을 계기로 한층 밀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의 만남과 관련해 “양자관계, 한반도 상황에 관해 대화했으며 가장 시급한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양자 관계 발전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북한이 우리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반복해서 말했고 기꺼이 다시 반복할 것”이라며 “우리는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6일 최선희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특수군사작전에 대한 북한의 지지에 감사한 데 이어 러시아 측이 북한과의 민감한 분야에서의 관계 발전을 언급한 것은 무기 거래를 비롯한 군사 협력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러북은 올해 군사는 물론 경제와 문화 다방면에서 높은 수준의 협력 결과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의식했던 과거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올해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상당 부분 무시해서 군사 분야 협력 그리고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이런 의도를 제시하고 있는 측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보여지고요.”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최 외무상의 푸틴 대통령 면담에서 “양국 친선관계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 전반적인 쌍무관계의 역동적인 발전을 추동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보장을 위한 공동 보조와 호상협동을 긴밀히 해나가려는 쌍방의 입장이 재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16일 있었던 러북 외무장관 회담에 대해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정세를 비롯한 여러 지역과 국제 문제들에서 공동행동을 적극화하기 위한 심도있는 의견 교환을 진행하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한반도 등지 정세에서 러시아와의 공동행동을 언급한 것은 한국과의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국 관계로 규정한 데 따라 대미 대남 공동전선에 맞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교전국가 관계, 전쟁 관계로 전환했다는 거거든요. 그러면 이 상황에서 한반도에서의 공동행동은 결국 러북 군사 협력이고 러시아와 북한이 교전 상대인 한국 그리고 지원하는 미국과 공동전선을 형성한다는 의미거든요. 북한으로선 이 교전 중인 상황에서 러시아라는 우군을 확보했다 이런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적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한국 정부는 러북이 ‘민감한 분야’ 등에서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데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러북 간 교류협력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러북 교류협력은 관련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한반도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해 러시아 측에서 사후 설명이 있을지 여부에 대해 한러 간 필요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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