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의 중국에 대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됩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대규모 강제북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국제무대에서 이를 막기 위한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23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에 대한 4차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를 실시합니다.
UPR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4년 6개월 마다 유엔 회원국의 보편적 인권기준 준수 여부를 검토하는 제도입니다.
비록 국제 인권조약 위반 행위에 대해 구속력은 없지만 해당국 인권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인권 개선 권고를 통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중국은 2009년, 2013년, 2018년에 이어 이번에 네 번째 검토를 받습니다.
한국 정부는 중국 UPR을 앞두고 탈북민 인권 문제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첫 사전 서면질의서를 제출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질의서엔 북한을 포함한 해외 출신의 이탈자가 접근할 수 있는 난민 신청 절차, 인신매매와 강제결혼, 여타 형태의 착취에 노출된 북한을 포함한 해외 출신의 여성 이탈자 보호와 지원 방안, 그리고 중국 국내법에 따라 불법 체류자로 분류되는 북한을 포함한 해외 출신 여성 이탈자들이 중국에서 출산한 자녀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 방안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내 최대 9만여명으로 추산되는 북한 노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로 장기간 귀국을 못하고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중국 당국에 붙잡힌 경우가 많다며, 한국 정부의 첫 질의서 제출은 이런 대규모 강제북송 우려가 반영된 행동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국경 폐쇄로 장기간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 체류하면서 많은 인원들이 거주지를 이탈했고 이 사람들이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중국 당국에 구금이 돼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국경 개방이 되면서 북한이 탈북자 송환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 놓고 이미 일진이 북한으로 송환됐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대규모 송환이 임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문제가 배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중국은 탈북민들을 공식적으로 한국에 인도한 전례가 없고 다만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일부 탈북민들의 한국행을 묵인 또는 방조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동맹 중심의 전략적 명확성을 표방하는 외교를 펼치면서 이런 이른바 ‘조용한 외교’를 하지 않고 탈북민 인권 문제를 중국에 공식 제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번 중국 UPR을 앞두고 지난 18일 강제북송 피해자와 가족, 북한인권단체를 초청해 강제북송 실태와 인권 침해 피해를 청취하는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에 따른 인권 침해에 관한 국내외 여론을 환기하려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였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탈북민 출신의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는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오빠가 2009년 1월19일 강제북송돼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도 보위부에 구금됐고 이후 국가반역죄 판결을 받아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지만 생사 여부를 모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한별 대표] “북한 양강도에 그 엄동설한, 영하 40도 이하의 날씨에 고문을 해서 손과 발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는 그 이야기를 들은 게 전부인데 이후에 오빠 생사를 확인했지만 북한 정권이 북한을 음해하는 목적의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는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이렇게 가족이 강제북송을 당해서 생사를 모르는 그런 아픔을 지닌 탈북 여성들이 많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제출한 사전 질의에 중국 정부에 대한 탈북민 강제송환 중단 요구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과 북한정의연대,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북한인권단체들은 최근 외교부를 찾아 “이번 UPR에서 중국 정부를 향해 국군포로와 그 가족 등 탈북민에 대한 강제송환 금지 의무 준수를 권고하라”고 호소했습니다.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이와 함께 중국 내 유엔난민기구가 탈북민들과의 접촉과 심사, 그리고 원하는 나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중국 정부의 압박 때문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 문제도 적극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 베드로 대표] “중국이 북한 보위부와 당국과의 협조 아래서 탈북자들을 체포하고 송환하는 것 이게 중지돼야 하고 강제송환 중지의 원칙 이걸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핵심이고 유엔난민기구의 활동을 보장하라는 거죠.”
2014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고문과 처형 등 북송 탈북민이 겪는 인권 유린이 반인도 범죄에 해당하고, 중국의 강제북송과 정보 공유는 북한의 반인도 범죄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적시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국제협약상 강제송환 금지 의무를 무시하고 탈북민 강제북송을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10월 9일 지린성과 랴오닝성 등에 수감돼 있던 600여명의 탈북민이 무더기로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사실이 북한인권단체들을 통해 알려졌고,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최근에도 “지난해 11월~12월 네 차례에 걸쳐 중국으로 탈북한 최소 95명이 북한으로 강제송환됐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이한별 대표는 중국 당국이 안면인식 기술 등 첨단기술까지 동원하면서 공안의 검문검색을 강화해 많은 탈북민들이 잡혀가고 있다는 보고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 완화로 국경이 열렸기 때문에 이들은 언제든 북송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이규창 인권연구실장은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선 한국 정부가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 이슈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규창 실장] “정부가 탈북민 보호를 위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할 것 같고 외교부를 중심으로 해서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공론화하는 그런 문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와 계속 같이 탈북민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 중국 입장에서도 신경 안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부는 해외 체류하고 있는 탈북민들이 자유 의사에 따라서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유관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탈북민 문제를 제기하는 등 양자와 다자 차원의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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