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의 주요 석탄 항구를 드나든 선박이 130여 척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했지만 사흘에 한 번꼴로 대형 선박이 드나들며 ‘검은색 물체’를 실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해 11월 3일 촬영한 북한 남포항에는 길이가 각각 160m와 95m, 90m인 선박 3척이 부두에 밀착해 있습니다. 선박의 적재함 안과 바로 앞 부두에는 석탄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물체가 가득합니다.
내륙 안쪽에 자리한 석탄 야적장에도 석탄이 쌓여 지대 전체가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71호를 통해 석탄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광물 수출을 금지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VOA가 지난해 위성사진 자료를 살펴본 결과 1년 동안 남포 석탄 항구를 드나든 대형 선박은 최소 61척으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VO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한이 국경 문을 닫기 직전인 2019년 남포 석탄 항구를 출입한 대형 선박이 71척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당시 수준을 4년 만에 거의 회복한 것입니다.
대형 선박들은 지난해 북한의 다른 석탄 항구들도 부지런히 드나들었습니다.
VOA가 북한의 주요 석탄 항구의 1년 치 위성사진 자료를 살펴본 결과 대동강 남쪽에 위치한 석탄 항구인 송림항과 대안항에는 각각 24척과 21척의 선박이 입출항 흔적을 남겼습니다.
또한 동해의 청진항에선 2023년 한 해 동안 27척의 선박이 발견됐습니다.
이들 선박을 더하면 모두 133척으로, 지난해 사흘에 한 번꼴로 북한의 주요 4개 석탄 항구 중 하나에 선박이 정박한 셈입니다.
구름이 많이 낀 날이나 한밤중에 출입해 위성에 찍히지 않은 선박이 있다면 실제 선박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위성사진에 포착된 선박의 입항 모습만으로 제재 위반을 단정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의 대표적인 금수품인 석탄을 취급하는 항구에 160m가 넘는 대형 선박이 드나드는 장면은 의심을 살 만합니다.
특히 이들 항구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등에 의해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의 첫 출항지로 지목된 바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매년 두 차례 발행하는 보고서를 통해 이들 항구에서 선적된 석탄이 제3국으로 향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공개한 중간보고서에선 북한 선박 흥봉 3호가 2022년 12월 북한에서 석탄을 선적한 뒤 자취를 감췄다가 약 한 달 만인 지난해 1월 중국 롄윈강 인근 해상에서 적재함을 비운 채 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유엔 회원국의 분석을 인용해 당시 흥봉 3호가 롄윈강 항구에 석탄을 하역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 닝보-저우산 해역에서 북한 선박이 연루된 선박 간 환적이 계속 포착됐으며, 2023년부턴 롄윈강과 타이산 제도 인근 해역으로의 운송이 증가하는 등의 새로운 움직임이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2023년 1분기에만 약 8만t에 달하는 북한산 석탄이 중국해역으로 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이 사실상 북한 석탄의 최종 목적지를 중국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북한 석탄 유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전문가패널이 관련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북한 선박에서 금수품이 발견되지 않았다거나 자국 선박이 북한 선박과 환적 행위를 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등의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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