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 5개월간 북한에 약 2만 5천 배럴에 달하는 정제유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급량 보고 시한을 넘겨 5개월 치를 한꺼번에 유엔에 알렸는데, 유엔은 ‘배럴’과 ‘톤(t)’ 단위를 혼동해 게재했다가 VOA의 지적을 받은 뒤 이를 바로잡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가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최신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작년 8월 북한에 5천713.321배럴의 정제유를 공급했고, 9월엔 9천482.20배럴을 보냈습니다.
이후 10월엔 정제유를 전혀 공급하지 않다가 11월엔 4천151.93배럴, 12월엔 6천591.47배럴로 공급량을 늘렸습니다.
지난 5개월 동안 약 2만 5천 배럴, 월평균 약 5천 배럴에 달하는 정제유를 북한에 넘긴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29일 오후까지 배럴로 추정되는 양이 톤(t) 단위 정보가 입력되는 칸에 게재됐습니다. 이에 따라 8월 대북 유류 공급량은 715.955배럴, 톤으로는 5,713.321t으로 잘못 표기됐습니다.
통상 유류량은 톤보다 배럴 수치가 더 큰 만큼, 두 단위를 반대로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실제로 대북제재위원회는 이날 VOA가 관련 내용을 문의한 직후 이를 바로잡았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나라들에 매월 30일까지 전달의 대북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당시 규정에 따라 러시아는 이미 지난 12월 30일까지 11월 공급량에 대한 보고를 마쳐야 했습니다. 작년 8~11월 공급량에 대한 보고가 시한 내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번 보고로 러시아의 작년 한 해 대북 정제유 공급량은 10만 5천844배럴로 최종 집계됐습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1월 4만 4천655배럴을 북한에 보내며 공급량을 크게 늘린 뒤 매월 5천 배럴 안팎의 공급량을 유지해 왔습니다.
현재 북한에 유류를 공급하는 또 다른 나라인 중국은 지난해 8월까지의 대북 정제유 공급량만을 보고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의 1~8월 정제유 공급량인 13만 2천960 배럴에 작년 러시아의 공급량을 더하면 2023년 북한에 유입된 유류는 23만 8천804배럴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는 유엔의 연간 대북 허용치 50만 배럴의 약 47.7% 수준입니다.
중국의 9~12월 정제유 공급량을 합치면 연간 허용치의 50%를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공식 보고된 정제유만을 근거로 한 것으로, 실제 북한에 반입된 양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북한이 공해상에서 제3국 선박으로부터 유류를 전달받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지만,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유류는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VOA는 중국의 정제유 공급량 보고 자체에도 많은 결함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의 안보리 보고분과 해관총서 자료를 비교해, 중국이 매월 안보리에 아스팔트 재료인 석유역청과 윤활유, 석유젤리(바셀린) 등 비연료 유류 제품의 단순 합산치를 톤(t) 단위로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석유역청과 바셀린 등을 합친 수치가 안보리에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보고한 규모와 정확히 일치했던 것입니다.
이는 중국이 보고한 정제유 공급량에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인 연료용 유류 제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스팔트(석유역청)와 비연료성 제품인 윤활유와 윤활유용 기유 등이 ‘정제유’로 보고되면서, 연료성 유류 공급을 끊어 북한을 압박하고자 했던 안보리의 제재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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