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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장관 첫 통화 “양국 관계 회복 필요” …북 핵, 탈북민 강제북송 등 이견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6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통화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 제공)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6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통화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 제공)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양측은 관계 회복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북한 핵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여전히 이견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은 취임 27일만인 6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처음으로 통화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은 50분 간 이어진 통화에서 고위급 교류와 공급망 협력 등 한중 관계와 북 핵 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습니다.

조 장관은 북한이 연초부터 각종 도발을 지속하며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금지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과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추진하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화하기를 당부했습니다.

조 장관은 한국과의 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새로 규정한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과 잇단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한 우려를 중국 측에 환기시키고 지역 불안정을 원치 않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현재 한반도 형세의 긴장에는 이유가 있다”며 “각 당사자가 냉정함과 자제력을 유지하고 긴장을 격화하는 언행을 택하지 않은 채 대화와 협상으로 각자의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습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자료사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자료사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왕 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한반도 긴장의 책임이 북한에만 있지 않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한미 군사훈련에 화살을 돌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전환되지 않는 한 한반도 불안정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 그런 설명을 한국 외교부 장관에게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면서 7차 핵실험 같은 중국 안보에 영향을 줄만한 대형 도발이 아닌 대남정책 전환이나 미사일 개발 문제로 북한에 개입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장관은 또 왕 부장에게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이 강제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중 외교장관 간 대화에서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언급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정책의 핵심에 두고 공세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한 대목이라는 평가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중국 측이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거치며 중국 당국이 붙잡은 탈북민 증가와 이들의 대규모 강제북송이 국제 문제화된 시점에서 중국도 이를 무시하지만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한국 입국을 허용해 달라는 거지만 실질적으로 중국이 그렇게 할 가능성은 높지 않고, 그러나 당장 임박한 탈북민 강제북송을 억제하고 중국 측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런 측면이 있거든요. 이번에 중국에 대한 공개 요청은 사실상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한중 외교수장은 양국 갈등 최소화, 그리고 관계 회복 필요성에 대해서도 각자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한중 양국이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고 협력 성과를 쌓아나가며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은 대 한국 정책에서 안정성,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고 시종일관 한국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왕 부장은 특히 “한중 간 경제적 연계가 긴밀하고 생산망과 공급망이 고도로 연관돼있다”며 “경제 문제의 정치화, 안보의 일반화와 도구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왕 부장은 또 조 장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조 장관을 중국에 초청했고, 조 장관은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중하는 방안에 대해 외교채널을 통해 협의하자고 답했습니다.

조 장관은 지난해 11월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차기 정상회의 준비에 속도를 내기로 공감했다고 상기하며 이를 위한 후속 협의를 진전시킬 것을 제안했고, 왕 부장은 의장국인 한국의 노력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양국 장관은 또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와 소통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한중 외교안보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1.5트랙 대화 등 협의체가 조기 개최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고유환 명예교수는 한국 정부가 경제안보와 가치외교 관점에서 미일과의 협력에 집중하고 공급망 탈중국화를 시도했던 지난해와 달리 중국과 경제 등 부분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 모두 경제 문제가 자국 내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고 명예교수의 진단입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작년까지 어느 정도 북한 핵 개발에 따라서 ‘공포의 균형’을 잡았고 올해부턴 현안인 경제 문제나 지역의 새로운 질서에서의 역할 등 협력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뭔가 올해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연초부터 시작됐고 비교적 그 쪽을 올해는 신경을 쓰겠다는 방향으로 봐요.”

익명을 요구한 한국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중국이 통상전문가인 조 장관의 임명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조 장관이 미한일 협력을 우선순위로 두면서도 중국과의 갈등을 완화하고 관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또 한중일 정상회의 등 고위급 교류에 한국이 좀 더 적극적이고 중국이 신중한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중국은 올해 4월 한국 국회의원 선거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고 한국과의 관계 설정에 나서려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한중 양국이 단기적으로 경제 분야 협력을 모색하면서 큰 틀의 관계 설정은 정세 변화를 봐 가며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올해는 한국 총선 그리고 미국 대선 이런 여러 가지 불확실한 정세 변화를 예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서 중국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그런 판단 하에 올해보다는 이런 정치 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에 정상회담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한편 이번 한중 외교장관 통화는 전임인 박진 전 장관이 취임 나흘 만에 왕 부장과 통화하는 등 종전 관례와 비교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어 걸끄러운 한중 관계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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