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북한 남포 유류 항구에 50척이 넘는 유조선이 드나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북한에 불법으로 유류가 계속 유입되는 정황을 보여주지만, 유엔은 연간 허용치의 65%밖에 반입되지 않았다는 공식 통계를 내놨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북한 남포 유류 하역시설에서 포착된 유조선은 모두 51척입니다.
VOA가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1년 치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류 하역 시설이 밀집한 남포항에서 거의 매주 1척씩 유조선이 포착됐습니다.
대부분 100m 길이 내외로 바다 쪽을 향해 길게 뻗은 하역 부두에 선체 중간 부분을 밀착했습니다.
부두 반대편의 육지에는 북한 최대 규모로 알려진 유류 탱크 밀집 지대가 있는 점으로 미뤄 이들 유조선은 유류 하역 작업을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짙은 구름이 낀 날은 위성 관측이 어렵고 야간에 드나든 유조선 역시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곳에 실제로 정박한 유조선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포 유류 하역 시설은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북한의 불법 유류 활동 현장으로 지목한 곳입니다.
전문가패널은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경로를 거친 유류가 북한 선적 혹은 제3국 유조선에 실려 이곳에 하역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남포에서 포착된 유조선 1척이 실을 수 있는 유류 양을 선박에 따라 1만에서 3만 배럴로 추정해 매년 북한에 반입된 정제유를 집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남포를 드나든 유조선 51척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지난 1년 동안 북한이 확보한 정제유는 최소 51만에서 최대 153만 배럴이라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북한이 연간 수입 한도의 최대 3배가 넘는 정제유를 지난해 반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집계한 대북 유류 반입량은 이 같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 유류를 수출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중국은 최근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최신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9월 2만 9천778.917배럴의 정제유를 공급했고, 10월엔 1만 8천154.985배럴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또 11월엔 3만 8천527배럴로 공급량을 늘렸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는 중국의 이 같은 공급량 보고분을 토대로 12월분을 제외한 중국의 지난해 대북 유류 공급량을 21만 9천422.196배럴로 집계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가 1~12월 북한에 공급한 10만 5천845.187배럴을 더해 지난해 북한에 공급된 정제유 양을 32만 5천267.38배럴로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는 연간 한도 50만 배럴의 65.05%에 해당하는 것으로, 중국의 12월분이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도 유조선 입항 빈도를 통해 추산되는 유류 반입량과는 괴리가 지나치게 큽니다.
대북제재위원회가 ‘유류 반입’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올만한 대목입니다.
더 큰 문제는 유엔에 공식 보고된 ‘합법적’ 정제유 수치마저 결함이 많다는 점입니다.
앞서 VOA는 중국의 정제유 공급량 보고 자체에도 허점이 많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의 안보리 보고분과 해관총서 자료를 비교해, 중국이 매월 안보리에 아스팔트 재료인 석유역청과 윤활유, 석유젤리(바셀린) 등 비연료 유류 제품의 단순 합산치를 톤(t) 단위로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석유역청과 바셀린 등을 합친 수치가 안보리에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보고한 규모와 정확히 일치했던 것입니다.
이후 대북제재위원회는 석유역청과 같은 고체 형태의 물체 무게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t 단위 보고분을 배럴로 환산해 자체 웹사이트에 게시해 왔습니다.
이는 중국이 보고한 정제유 공급량에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인 연료용 유류 제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여서 연료성 유류 공급을 끊어 북한을 압박하고자 했던 안보리의 제재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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