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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쿠바와 전격 수교… “북한 ‘신냉전 외교’ 타격”


쿠바 수도 아바나 (자료사진)
쿠바 수도 아바나 (자료사진)

한국이 북한의 핵심 우방국인 쿠바와 전격적으로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반미연대를 골자로 한 북한의 신냉전 외교전략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과 쿠바는 14일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습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15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임수석 대변인] “중남미 카리브 지역 국가 중에서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외교관계 수립은 우리의 대중남미 외교를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자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의 외교지평을 더욱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고 이에 따라 유엔 회원국 중 한국이 수교하지 않은 나라는 시리아가 유일합니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양국 간 교류는 단절돼 양국 간 공식 수교관계를 맺은 적이 없습니다.

반면 쿠바는 북한과는 1960년 8월 수교해 올해로 64주년을 맞았습니다.

쿠바와 북한은 냉전 시기 수십 년에 걸쳐 ‘반미’와 ‘사회주의’를 매개로 긴밀히 교류해왔습니다.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수교는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국가였던 사회주의권에 대한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또 “이번 수교는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고위 관계자는 특히 쿠바가 그동안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린 점을 거론하며 “이번 수교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1986년 3월 당시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의 방북을 계기로 양국이 맺은 친선협조에 관한 조약에는 ‘두 나라는 형제적 연대성의 관계’라는 표현이 포함돼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 입장에선 굉장히 상징성이 큰 그런 동맹국 수준에 준하는 그런 국가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이 쿠바와 수교를 하려고 여러 노력을 할 때 마다 북한이 거기에 대해서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결국은 한국과 수교를 했다는 것은 엄청 큰 충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큽니다.”

쿠바는 190여개 국과 수교를 하고 있고 100개국이 넘는 나라가 수도 하바나에 대사관을 운영할 정도로 중남미 거점국 중 하나입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쿠바가 비동맹 운영과 제3세계 외교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간 쿠바와 수교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쳤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쿠바는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한국과 수교에 소극적이었지만 국익 차원에서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 등을 꾸준히 검토해 왔고 한국 측과의 치열한 물밑접촉 끝에 인식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교 협의는 발표 직전인 지난 설 연휴 기간에 급진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는 양국 외교장관이 비공개로 회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반미연대를 골자로 한 북한의 신냉전 외교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이 원래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53개 재외공관을 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현재 44개에요. 그러니까 9개가 줄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핵심 거점인 쿠바까지 한국과 수교를 했기 때문에 김정은 신냉전 외교에 큰 상처다, 그런 하나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15일 한국과 쿠바 수교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한국과 쿠바 수교 당일인 14일 만수대의사당에서 북한 주재 외교단 성원들을 위한 경축연회를 진행했습니다.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경축연회 사진을 보면 새로 부임한 에두아르도 루이스 코레아 가르시아 북한 주재 쿠바대사도 이 연회에 참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남북한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게 쿠바의 한국과의 수교 명분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두 국가 관계로 한국과 북한을 서로 독립된 나라라고 인정했기 때문에 그것에 근거해서 우리도 국익에 따라 한국과 수교를 해서 한반도 정세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 그런 식으로 북한에 양해를 구했을 수도 있겠죠.”

북한이 상당한 충격 속에서 쿠바를 향해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도 있지만 다른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격한 반응은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었다고 해서 북한과 관계를 갑자기 소원하게 만들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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