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연합연습인 ‘프리덤실드’(FS)가 진행 중인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서부지구 작전훈련 기지를 방문해 전쟁준비 완성과 실전훈련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하는 북한이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북한 군 서부지구 중요 작전훈련 기지를 방문해 시설을 돌아보고 훈련을 지도했다고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7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군대가 적들의 항시적인 위협을 압도적인 힘으로 견제하고 사소한 전쟁 도발 기도도 철저히 제압하고 유사시 중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전쟁준비 완성에 있어서 변화 발전하는 현대전의 양상에 비추어 항상 더 높은 요구성을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전군의 각급이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전쟁준비 강화의 새로운 전성기를 힘있게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전투 능력을 비약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실전훈련을 끊임없이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해당 훈련기지의 시설들과 여러 훈련장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쌍안경으로 훈련 상황을 주시하고 직접 AK-74 돌격소총을 들고 사격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훈련에 참가한 장병들과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훈련 장소는 서부전선 인근 전방부대로 추정되며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사진으로 볼 때 최전방 감시초소(GP) 점령과 일반전초(GOP) 돌파 등의 훈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개된 사진들은 훈련에 동원된 헬기와 중화기, 그리고 군인들의 소총 사격 모습을 담았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지난 4일 시작된 미한 연합연습 '프리덤실드'(FS)에 맞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 국방성은 앞서 지난 5일 담화를 내고 프리덤실드 연습을 “전쟁연습”이라고 규정하면서 미국과 한국이 “안보 불안을 심각한 수준에서 체감하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런 반응들이 미한의 연례적 방어훈련에 대한 적반하장식 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의 7일 브리핑 내용입니다.
[녹취: 전하규 대변인] “북한이 오히려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한반도에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면서 전쟁 기도 이것을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고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수도방위사령부에 있는 지하벙커인 B-1 문서고를 방문해 프리덤실드 연습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신 장관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미한 연합연습을 ‘전쟁 도발 기도’라고 왜곡했다며, “적이 대한민국을 침략하면 최단시간 내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고할 수 있도록 실전적인 연습·훈련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서부지구 훈련기지에서 전쟁준비 완성을 언급한 것은 서부가 주 타격전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평양과 서울이 결국 서쪽 아닙니까. 그러니까 주 전선이고 그렇기 때문에 서부지역을 강조했다고 봐야 할 것이고, 김정은이 최근 해상국경선이라고 말한 것도 서부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서부지역을 선택했다고 생각하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 위원장의 이번 현장시찰은 단순히 실전훈련 강화 의미를 넘어 다음달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른바 남북한 ‘두 국가론’에 입각한 헌법 개정을 염두에 둔 행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박사는 헌법 개정을 통해 서부지역 국경을 자기들식으로 명확히 하게 되면 이에 따라 한국이 경계로 설정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과 충돌을 일으키며 긴장 고조가 불가피하고, 김 위원장이 이에 대비해 ‘전쟁준비 완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향후 이 서해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긴장 상황들을 예상하고 거기에 대한 일종의 예고적 훈련, 발언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행보 차원에서 서해지구에 대한 실전태세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가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치고는 강도가 약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탄도미사일 발사나 대규모 포 사격훈련, 전술핵부대 훈련 등 화력을 과시하는 과거 대응과 결이 다르다는 겁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이번 훈련에 동원된 장비와 관련해 러시아제 헬기인 Mi-17과 대전차 미사일 ‘불새’, RPG-7 대전차 로켓 등이 동원됐다며 새로운 무기체계는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에 비해 무력시위의 강도는 낮다면서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로 대규모 탄약과 무기 지원이 이뤄지는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북한이 과거 같으면 포병사격 등을 통해서 강한 화력을 보여줬지만 그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훈련장 모습으로 대응을 대체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굳이 김정은이 나와서 보여주는 것도 실질적으로 물자와 탄약이 부족한 상황을 감추기 위한 측면도 엿보입니다.”
문성묵 센터장은 프리덤실드 연습이 오는 14일까지 진행되고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등 변수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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