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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반핵단체들 “북한 핵실험, 인류·환경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


지난 2016년 9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핵실험을 기념하는 군민집회가 열렸다.
지난 2016년 9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핵실험을 기념하는 군민집회가 열렸다.

북한이 실시한 것과 같은 지하 핵실험은 인류와 환경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국제반핵단체가 지적했습니다. 방사능 전문가는 풍계리에서만 6번의 핵실험이 실시된 것에 주목하면서 방사능 유출로 인한 주민들의 피폭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국제 반핵 단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의 방사능 유출 가능성과 북한 핵실험 지속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이 단체의 알리시아 자크리 정책·연구 조정관은 13일 VOA의 관련 논평 요청에 “ICAN은 북한을 포함해 전 세계의 핵무기 실험이 인도주의적, 환경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크리 조정관] “ICAN is concerned about the humanitarian and environmental impacts of the legacy of nuclear weapons testing around the world, including in North Korea. Ionising radiation has intergenerational impacts and disproportionately impacts women. All governments should prevent further exposure of people to radiation from nuclear tests and address past consequences by joining the 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

이어 “전리 방사선(IR)은 세대 간 영향을 미치며 여성에게 더 영향을 미친다”면서 “모든 정부는 핵무기 금지 조약에 가입해 핵실험으로 인해 사람들이 방사선에 더 이상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과거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계속된 핵실험과 이로 인한 인근 지역 주민들의 피폭 가능성의 인과 관계를 설명하면서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크리 조정관] “Underground nuclear weapon testing and storage of nuclear waste material risks contaminating groundwater, which can lead to long-term and serious consequences for communities near and even far away from nuclear test sites. Such risks are unacceptable and must be addressed by prohibiting nuclear tests and taking action to remediate contaminated areas, as is required by the TPNW.”

“지하 핵무기 실험과 핵폐기물 저장은 지하수를 오염시킬 위험이 있으며, 이는 핵실험장 인근은 물론 멀리 떨어진 지역 사회에서 장기적이고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험은 용납할 수 없다”며 “핵무기금지조약(TPNW)에서 요구하는 대로 핵실험을 금지하고 오염 지역을 복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 입구.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 입구.

앞서 한국 통일부는 지난달 29일 한국원자력의학원이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길주군 등 인근 8개 시군 거주 이력이 있는 탈북민 8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11월 실시한 방사선 피폭과 방사능 오염 검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원자력의학원은 보고서에서 “모든 수검자에서 검사 시점을 기준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방사능 오염은 없었다”고 판단하면서, 유의미한 핵종 오염이 없었거나 있었다고 하더라도 반감기를 계속 거치면서 체내에 검출한계 미만의 수준으로 남았을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 가운데 일부에서 염색체 변형을 확인했지만, 핵실험으로 유출된 핵종에 노출됐을 가능성과 컴퓨터단층촬영(CT), 흡연, 고령 가능성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이번 조사에서는 핵실험에 따른 피폭과 염색체 이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그러나 핵실험에 따른 인근 지역의 피폭 사례와 인과 관계는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수없이 제기되고 확인된 것이라며, 명확한 인과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검증과 북한의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크리 조정관] “Many communities affected by nuclear weapons testing around the world are still seeking answers about their exposure to radiation that have been concealed from them by the governments of the countries that carried out nuclear tests. All nuclear-armed states should release such data and information to survivors immediately. In the meantime, research by independent experts to reconstruct radioactive doses from past nuclear tests, such as this study about French nuclear testing in Maohi Nui / French Polynesia, is very welcome and should be replicated elsewhere.”

“전 세계에서 핵무기 실험의 영향을 받은 많은 지역 사회는 핵실험을 실시한 국가 정부가 은폐한 방사능 피폭에 대한 해답을 여전히 구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프랑스가 지난 1966년부터 1996년까지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에서 실시한 핵실험의 피해를 실제보다 축소해 실상을 은폐했다는 연구 결과를 상기시키면서 “이처럼 과거 핵실험에서 나온 방사선 선량을 재구성하기 위한 독립적인 전문가들의 연구를 매우 환영하며, 다른 곳에서도 재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국의 본부를 둔 유럽 최대 규모의 반핵 단체 ‘핵군축캠페인(CND)’도 13일 VOA에 세계 각국에서 핵실험과 원자력 발전에 따른 인근 지역의 피폭 사례와 인과 관계를 분석한 자료를 공유하며,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도 이와 같은 피폭 위험이 초래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케이트 허드슨 CND 사무총장] “For example, over 40 epidemiology studies world-wide show increased leukaemia rates among children living near nuclear power stations and nuclear test site. Nuclear power is inherently prone to risks, meaning there can never be a complete guarantee of human and environmental safety when using such a dangerous technology.”

이 단체의 케이트 허드슨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40개가 넘는 역학 연구에서 원자력 발전소 및 핵실험장 근처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의 백혈병 발병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원자력은 본질적으로 위험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한 기술을 사용할 때 인간과 환경의 안전은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CND는 어디서 실시되든 모든 핵무기 실험에 반대한다”며 “우리는 핵실험의 끔찍한 영향을 인식하고 규탄하며, 핵무기 실험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인간 및 환경 복원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케이트 허드슨 CND 사무총장] ““CND opposes all nuclear weapons tests wherever they are, that we recognise and condemn the terrible impact of nuclear testing, and we support human and environmental remediation for all those impacted by nuclear weapons testing.”

미국에서 방사능 피폭을 의학적으로 연구하는 비영리단체인 ‘미국 보건 물리학회(HPS)’의 크레이그 리틀 박사는 북한 풍계리핵실험장에서 모두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이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핵실험으로 인한 환경적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와 원자력 규제위원회, 국립 산업 안전 보건 연구소 등에서 40년 넘게 방사선 문제를 연구해온 리틀 박사는 1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지하 핵실험은 대기 핵실험보다는 방사능 유출에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면서도 “같은 지역에서 여러 차례 실험이 있었다면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틀 박사] “Oh yeah it's certainly possible. That depends entirely on the factors that I listed earlier the geology of the site. Is there any groundwater there or are they below any aquifers that exist? How well is it sealed? You know, the purpose of the test was make sure the device worked.”

리틀 박사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핵실험에 따른 환경적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사회적 환경을 가진 나라들과는 달리 북한은 오직 “장치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지하 핵실험이어도 우려할만한 방사능 유출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한 사전 설계와 안전 장치, 사후 조치가 모두 미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풍계리 핵실험장의 지질과 핵 폭발 장치의 깊이, 크기에 따라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칠 만한 방사능 유출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리틀 박사는 또 “핵실험시 방출되는 물질의 경우 반감기가 짧을수록 단위 질량당 방사능이 더 많다”면서 핵폭발에 필요한 핵분열물질인 세슘과 코발트, 크립톤 등은 모두 반감기가 수십 년 정도로 짧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틀 박사] “Well, certainly the shorter the half-life of whatever the material is that's released, the more radioactive it is on a per gram basis or per unit mass. The defusion products cesium 137, cobalt 60, krypton 85, I 131, all of those have much shorter half-lives on the order of decades. It depends entirely on where the person is, how close they are to the, or how much of the material they can either be exposed to either internally by eating or externally by fall out on the ground.”

다만 방사능 유출로 인한 피해 정도는 전적으로 주민들이 얼마나 가까운 지역에 사는지, 음식이나 대기 노출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출하고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중단하고 국제적인 검증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는 13일 북한 핵실험에 따른 풍계리 일대 주민의 피폭 가능성에 대한 VOA 논평 요청에 CTBTO의 국제 감시시스템은 대기권과 지하, 수중 등 전 세계 어디서든 이뤄지는 핵실험을 탐지할 수 있으며 그 효과가 입증됐다고 밝혔습니다.

[CTBTO 대변인] “CTBTO’s International Monitoring System can detect a nuclear test anywhere in the world – in the atmosphere, underground, and underwater – and it has proven its effectiveness. The Comprehensive Nuclear-Test-Ban Treaty is an indispensable component of the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disarmament architecture and should enter into force as soon as possible to ensure a universal and verifiable ban on all nuclear testing.”

CTBTO 대변인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은 핵 비확산과 군축 체계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모든 핵실험에 대한 보편적이고 검증 가능한 금지를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발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CTBTO는 1996년 유엔이 모든 유형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을 채택하면서 만들어진 감시 기구입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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