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한국 공군의 정찰자산이 일제히 군사분계선 일대로 출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인항공기 ‘글로벌 호크’는 16시간 동안 비행하면서 항적을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8일 오전 한국군의 정찰자산이 군사분계선 일대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군용기의 위치 정보를 추적하는 ‘오셔너’ 등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은 이날 오전 9시경 한국 공군의 무인항공기 ‘글로벌 호크’ 2대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E-7A ‘피스아이’가 한국 서해와 경기도 북부, 강원도 상공을 선회 비행한 흔적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글로벌 호크 2대는 주로 서해와 인천 일대를 위주로 비행했으며, 피스아이는 수도권과 강원도 상공을 날았습니다.
이후 ‘오셔너’는 이중 글로벌 호크 1대가 이날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약 16시간 동안 상공에 떠 있었다며, 지도상에 빨간색 선으로 표시된 항적을 공개했습니다.
글로벌 호크는 서해와 강원도 상공을 수십 차례 날면서 지도상엔 남북 군사분계선 바로 아래 두꺼운 빨간색 띠가 형성됐습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호크와 같은 무인 정찰기는 항공기 식별표지인 트랜스폰더를 끄고 운항하면서 항적을 감추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날 한국군 당국은 무인 정찰기 2대에 더해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항적까지 의도적으로 노출해 민간 군용기 추적 계정 등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글로벌 호크(RQ-4)는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로, 한국군은 2019년과 2020년 총 4대의 글로벌 호크를 도입해 사천 공군기지 등에서 운용 중입니다.
작전 반경 3천km, 최대 비행시간이 32시간에 달하는 글로벌 호크는 수십 km 상공에서 지상의 30cm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습니다.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피스아이는 최신형 다기능 전자식 위상배열 레이더와 전자장비 등을 장착해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하는 것은 물론 북한 내에서 이뤄지는 군사 활동도 엿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밀성이 최대 강점인 정찰 자산이 굳이 항적을 노출하면서까지 정보 수집에 나선 것이 북한에 대한 경고 목적인지 주목됩니다.
앞서 북한 대외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17일 논평을 통해 미국의 최첨단 정찰기와 한국의 고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 등이 총출동해 북한 지역의 광범위한 정보를 입수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시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존재하는 조선반도에 정탐행위를 버젓이 행하는 것은 우리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며 지역 정세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적 상황에 몰아넣는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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