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선박 2척이 북한 해역을 벗어나 공해상을 운항 중이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중 한 척은 뱃머리를 중국으로 향하는 모습을 끝으로 사흘째 위치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해역을 벗어난 유엔 제재 대상 선박은 북한 선적의 동산2호입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동산2호는 현지 시각 18일 자정을 넘긴 시각 중국 산둥성 르자오에서 동쪽으로 약 114km 떨어진 지점에서 신호를 발신한 뒤 사라졌습니다.
당시 동산2호는 뱃머리를 남서쪽 즉 중국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동산2호의 목적지가 중국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다만 약 사흘이 지난 현재까지 동산2호의 위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선박의 위치를 외부로 발신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껐기 때문인데, 이는 국제 수역을 운항하는 선박들이 해적의 기습 공격 등 특수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AIS를 항상 켜둔 채 운항하는 것을 의무화한 국제해사기구(IMO) 규정 위반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금수품 운송에 연루된 동산2호 등 4척의 북한 선박을 제재했습니다.
당시 안보리는 각 유엔 회원국에 동산2호 등에 대한 입항 금지 조치를 취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다른 나라 항구로의 운항이 금지된 동산2호가 어떤 이유에서 한반도에서 수백 km나 떨어진 중국 해상으로 향했는지 의문입니다.
현재 마린트래픽은 동산2호가 골재 운반선이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골재를 포함한 북한의 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한 점으로 볼 때 이 역시도 미심쩍은 부분입니다.
의심스러운 운항을 한 제재 대상 선박은 또 있습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인 삼마2호는 현지시각 21일 현재 일본 대마도와 본토 사이 대한해협에서 신호가 포착됐습니다.
선박의 통행이 많은 항로를 운항하면서 잠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켰다가 이후 이 항로를 벗어나면서 끈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삼마2호를 포함한 선박 27척을 전격 제재했습니다.
당시 안보리는 삼마2호가 2017년 10월 중순 선박 간 환적을 통해 불법으로 유류를 건네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삼마2호를 포함한 13척에는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모두 취해야 한다는 문구가 붙었습니다.
이는 자산 동결이나 입항 금지 혹은 선적 취소 등을 명령한 다른 선박에 대한 제재보다 더 강도가 높은 조치였습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 항구에서 억류될 위험이 높은 삼마2호가 어떤 목적으로 이 해역을 지나쳤는지 의문입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불법 해상활동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열린 국제해사기구(IMO) 제33차 총회에선 각 유엔 회원국이 북한 선박의 제재 회피 행위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총회 의장인 칼리드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영국 주재 사우디대사는 “모든 회원국과 관련 이해당사국들에게 ‘암흑 선단’ 또는 ‘그림자 선단’의 해양 분야 불법 운항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촉진할 것을 촉구하는 부속서 7조 29항을 채택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알 사우드 의장] “We adopt the resolution on urging member states and all relevant stakeholders to promote actions to prevent illegal operations in the maritime sector by the Dark Fleet or Shadow Fleet. In paragraph 29 in annex 7 we adopt.”
결의가 명시한 ‘암흑 선단’과 ‘그림자 선단’은 제재 회피와 안전 또는 환경 규정 회피 등 기타 불법 활동에 관여하는 선박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의가 채택된 지 약 4개월이 지났지만 북한 제재 선박의 해외 운항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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