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일부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 남용으로 북한 등 국제 안보 위협에 대한 집단적 대응이 가로막히고 있다고 유엔총회 의장이 비판했습니다. 한국은 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데니스 프랜시스 제 78차 유엔총회 의장이 23일 일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북한 등이 제기하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프랜시스 의장] “The Council remains unable to collectively address critical peace and security situations in the Gaza Strip, in Ukraine, the Syrian Arab Republic, the Republic of Mali, and concerning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At this precarious time of heightened geopolitical tensions – and when ongoing and emerging crises demand our urgent and decisive action – it would be a derogation of our duty as the General Assembly if we stood idle and allowed the unrestrained use of the veto to paralyze, not only the Council itself, but the United Nation’s ability to respond efficiently to questions of peace and security.
프랜시스 의장은 이날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 사용 감시를 위한 ‘거부권 이니셔티브(Veto Initiative)’ 결의안 채택 2주년을 맞아 열린 회의에서 “안보리는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시리아, 말리, 그리고 북한과 관련한 중대한 평화 및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유엔의 지속적인 적절성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것이며, 거부권이 행사될 때마다 집단적 행동의 실패로 인식돼 유엔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프랜시스 의장] “If we do nothing, questions on continued relevance of the United Nations will escalate, and public confidence in this institution will increasingly dwindle – with each veto cast perceived as our collective failure to act. Perhaps, despite the situation being unacceptable, it is precisely for the reason of its state of paralysis that we must ramp up momentum for Security Council reform – reinvigorating the Council’s capacity to fulfill its responsibilities.”
프랜시스 의장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안보리가 마비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는 안보리 개혁을 위한 추진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안보리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북제재 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임기를 내년 4월까지 1년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부결된 바 있습니다.
한국도 이날 총회에서 일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벽에 막혀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조현우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차석대사는 지난 2022년 5월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자기 모순적인 거부권 행사 이후 북한은 관련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면서 최소 7차례에 걸쳐 ICBM을 발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현우 차석대사] “Since these self-contradictory vetoes, the DPRK has launched at least 7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all in blatant violation of the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However, the Council has been unable to take any corresponding measures up to now despite operative Paragraph 28 of the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397 and here I quote expresses its determination to take further significant measures in the event of a further DPRK nuclear test or launch. Then last month's veto against the draft legislation renewing the mandate of the 1718 Committee of the Panel of Experts went a further step. The veto caused the loss of the UN monitoring mechanisms and the enforcement of the Council's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It also punished the council's authority by silencing the panel's future reporting on veto wielding members' own unlawful procurement of weapons from the DPRK. This is why the Republic of Korea is deeply disappointed by the veto of March 28th.”
그러나 “안보리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 시 추가적인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대북 결의 2397호 28항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어떠한 상응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더해 “지난달 1718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무를 갱신하는 법안 초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면서 “이로 인해 유엔 감시 메커니즘과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행이 중단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거부권을 행사한 회원국들의 불법적인 북한 무기 조달에 대한 전문가패널의 향후 보고를 침묵시킴으로써 안보리의 권위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차석대사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견제 장치인 ‘거부권 이니셔티브’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거부권 남용을 제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거부권 이니셔티브’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22년 4월 26일 유엔 총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유럽의 리히텐슈타인이 주도하고 미국, 영국 등 83개국이 공동 제안한 이 결의안은 안보리에서 거부권이 행사되면 열흘 이내에 총회를 열고 해당 상임이사국 대표가 발언자로 나와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로버트 우드 유엔주재 미국 부대사도 이날 총회에서 ‘거부권 이니셔티브’가 “안보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혁신”이라면서 “미국은 결의안 이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때때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거부권 이니셔티브는 안보리 운영의 가장 논쟁적인 측면 중 하나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우드 부대사] “We recognize the veto is at times controversial. This is why the veto initiative is so important to increase transparency and accountability on one of the most contentious aspects of the Security Council's operations. We look forward to continuing to engage openly and candidly on this challenging and difficult issue.”
다수의 유엔 회원국들은 이날 총회에서 거부권 제도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습니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침략에 대한 안보리 내 논의를 고의적으로 막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상임이사국이 분쟁에 직접 연루된 경우 거부권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케냐는 “거부권을 보다 신중하게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 거부권 행사 시 다른 상임이사국 또는 선출직 이사국의 과반수가 동의하는 대안 제안을 수반해야 한다는 ‘건설적 거부권’ 제도를 추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반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이 같은 제안에 반발하면서 “거부권은 유엔 구조의 초석”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면서 “거부권이 없다면 안보리는 모호한 결정에 도장만 찍는 기구로 전락할 것”이라면서 거부권 사용을 옹호하고, ‘거부권 이니셔티브’ 결의안도 채택 이후 2년 간 아무런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면서 유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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