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신냉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매튜 포틴저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진단했습니다. 포틴저 전 부보좌관은 1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이 유럽의 군수물자 재입고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11월 대선 이후 미국의 대외 전략 변화 가능성에 한국은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9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역임한 포틴저 전 부보좌관을 김영교 기자가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한 칼럼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단순히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여기서 승리란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포틴저 전 부보좌관) 승리라는 건 중국 정부가 열전이 됐든 냉전이 됐든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끔 하는 걸 말합니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더 광범위하게는 서방과 서태평양에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과 냉전을 벌이고 있죠.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신들이 이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스스로 중국의 정치체제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될 걸로 봅니다. 중국의 정치체제는 국내에서는 극도로 억압적이고, 국경을 접한 나라들은 물론이고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도 강박적으로 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내 엘리트 등 체제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통치 체제가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긍정적인 일이 될 겁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접근 방식이 지나치게 외교적이고 힘에 결함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하셨는데요. 억제와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합니까?
포틴저 전 부보좌관) 바이든 행정부가 잘 한 것도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특히 서태평양 지역에서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에서 확장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관세 부과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잘한 것이었죠.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첨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와 같은 형식으로 지속되거나 확장됐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방향을 잘못 잡았습니다. 매우 희망적인 사고에 빠지는 1970년대식의 데탕트(긴장 완화) 정책을 펼쳤습니다. 중국은 그것을 약점으로 봅니다. 중국은 자국에 유리하게끔 모든 것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의 대리 전쟁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해치고 있죠. 중국은 2023년 초 러시아 군대를 완전히 재건하고 미국과 유럽에 대해 전쟁을 이어갈 수 있는 거대한 군사 산업 기지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1970년대 데탕트 정책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기자) 중국의 핵무기와 군사력 확장을 고려할 때 미국은 군사적·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합니까?
포틴저 전 부보좌관) 지금은 구소련이 재래식 군사력과 핵무기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1970년대와 매우 유사한 시기입니다. 그들은 양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추월했었죠. 당시 레이건 행정부가 한 일은 소위 상쇄 전략의 실행이었는데요. 상쇄 전략이라는 것은 미국 시스템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었죠. 우리의 혁신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은 소련군보다 질적인 면에서 우위를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군사 분야 혁명으로 이어졌죠. 컴퓨터 칩이 무기 시스템에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을 본 소련군은 스스로 자원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미국에 대해 진정한 군사적 우위를 얻지 못한 채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비슷한 접근법을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 지능을 중국보다 훨씬 더 빨리 활용해야 하고, 중국이 자국의 군사력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야 합니다. 또 중국이 건조하고 있는 군함보다 저렴하게 군함을 제조하고, 중국 군함을 저비용으로 파괴할 수 있는 무기들을 확보해야 합니다. 결국 중국을 마이너스 비용 곡선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중국이 군사력에 모든 돈을 쏟아부어도 미국과 겨루지 못하도록 말이죠. 지금 우리는 비상사태입니다.
기자) 미중 경쟁은 이념 측면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적극적으로 자국의 이데올로기를 다른 나라에 전파하고 있는데요. 미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포틴저 전 부보좌관) 이 부분에 있어서 중국은 구소련보다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젊은 세대에 대한 뉴스와 정보의 주요 제공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자유사회에 위험한 상황을 만든 것이죠. 그런 면에서 압도적인 초당적 다수결로 틱톡을 중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미국 소유주 통제 하에 둬 최소한 미국법의 적용을 받도록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지금 우리는 근본적으로 우리 가치에 반하는 메시지가 확산하는 걸 보고 있습니다. 부정적이고, 파괴적이며 분열적입니다. 미국인들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체시키기 위해 고안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늦게나마 방어적 조치를 내놓은 건 다행입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더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정보전은 허위 정보와 거짓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반면 미국은 그런 열등한 행위에 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죠. 우리는 사람들이 사실에 근거한 뉴스 보도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우리의 가치는 전체주의적인 독재국가의 사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죠.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본토와 타이완을 통일시키겠다는 의지를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들은 타이완해협을 둘러싼 긴장 고조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포틴저 전 부보좌관) 저는 타이완 문제가 타이완뿐만 아니라 역내, 그리고 전 세계가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공개 발언에 고무됐습니다. 도덕적으로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용적으로도 현명한 결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 정부에게 이것이 단지 미국과 중국, 또는 타이완과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억제 강화에 힘을 더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미 이 신냉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러시아를 이용해 유럽에서 대리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유럽의 군수물자 재입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공급하지는 않지만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 즉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그 국가들이 비축한 무기의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역할이죠. 한편 북한은 ‘혼돈의 축’의 편에서 주요 무기 공급국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혼돈의 축’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고, 북한도 포함돼 있습니다. 러시아나 이란, 베네수엘라도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중국 공산당에 도움이 되죠.
기자) 경제 부문에 있어서 한국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우려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포틴저 전 부보좌관) 오히려 그 반대인 듯 한데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죠. 이는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숙련된 인력, 풍부한 엔지니어링 인재, 놀라운 지적 재산, 그리고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생산하는 검증된 역량이 있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가 자신들로부터 디커플링되도록 만드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장기적으로 얻을 이익이 많다고 봅니다. 이는 미국에 의해 주도되는 재편이 아닙니다. 시진핑은 2021년 초 발표한 5개년 계획에서 기술 부문에 있어서 중국이 자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서 벗어나겠다는 겁니다. 그런 전략을 통해 중국은 전 세계 산업이 중국에 더 의존하게 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전략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시진핑의 미래 비전에서 한국이 편히 머물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자유 세계에서 첨단 기술 공급망의 핵심 공급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 시진핑이 보여준 이 새로운 세계에서 한국이 꽤 잘 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중 전략에 잠재적인 변화가 발생할 경우,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포틴저 전 부보좌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일관적이었습니다. 물론 변형도 있었습니다. 베트남에서의 모험이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실수를 하지만 우리 전략의 전반적인 추진력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든 바이든 대통령이든 상관 없이 말이죠. 접근 방식은 다를 수 있겠지만 두 대통령은 공통점을 보여줬습니다. 결국은 동맹에 전념했고 그로 인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지켰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 우선주의’ 전략은 한반도는 물론 ‘제1 열도선’, 그리고 유럽과 그 너머에 좋은, 강력한 친구들을 두는 데서 이득을 얻습니다. 한국 등 동맹국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됐든 바이든 행정부가 됐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력은 신뢰할 수 있는 위협과 종종 이를 적용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미국 측에 상기시키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 매튜 포틴저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부터 미국의 대중 전략과 미중 경쟁에 대한 한국의 대처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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