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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톡] “문 정부, 미북 양측에 과도한 약속…북한, 비핵화 미끼로 이익 챙겨”


지난달 25일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항일빨치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2주년을 맞아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방문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지난달 25일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항일빨치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2주년을 맞아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방문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었다는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의 주장과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은 지난 30년간 비핵화를 미끼로 200억 달러 이상을 받아 챙겼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 관리들이 미국과 북한 양측 모두에 지나친 약속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정책 입안자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25일 VOA ‘워싱턴 톡’에 출연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과 이성윤 윌슨센터 연구원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미중 경쟁과 세계적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 일본, 중국 정상들이 오랜만에 서울에서 회동하는데요. 이번 회의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우선 4년 반 만에 열리는 회의인데요.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3국 관계가 경색됐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경색됐던 관계가 정상들이 모일 수 있을 만큼은 해결됐기 때문에 그래서 표면적으로나마 주로 경제, 개발, 과학과 기술 문제에 대해 대화할 겁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 이면엔 북한과 같은 안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겁니다. 인도 태평양 지역이 중국 중심이 되기를 바라는 중국의 구상에 대한 논의를 포함해서 말이죠. 그리고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화해와 미국과의 군사 훈련 재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일 겁니다.

이성윤 연구원) 클링너 선임연구원이 언급하셨듯이 적대 관계에 가까웠던 한국과 일본이 5년여 만에 화해하는 것은 중국과 아마 러시아에도 우려스러운 진전입니다. 왜냐면 공식적인 동맹은 아니지만 동맹에 가까운 미국 주도의 3국 동맹 체제 강화는 중국, 러시아, 북한에 점점 커지는 안보 우려 대상이죠. 따라서 중국은 지금 일본과 한국에 다가가 자국 입장과 국익을 표명할 강력한 동기가 생긴 거죠.

진행자) 특히 경제 협력과 관련해 3국 정상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촉진하고 원자재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합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이 생각하는 공급망 회복력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건데요.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동시에 미국과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도모할 수 있죠? 자유 무역과 관련해선 반도체 품목은 제외될 거라고 보세요? 한국과 일본은 중국산 범용 반도체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말이죠.

이 연구원)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또 다른 주요 반도체 생산국인 네덜란드에까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라고 압박합니다. 현 윤석열 정부에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번 주에 윤 대통령이 직접 한국 정부가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약 2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북동부 다롄엔 한국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라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아마 다른 나라들에도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다시 말씀드리지만, 국가 안보에 관한 한 한국의 유일한 조약 동맹은 미국입니다. 그래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한국은 지금 서서히 중국에서 멀어지고 있어요. 단박에 멀어지는 게 아니라요. 그러면서 미국 입장에 좀 더 부합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거죠.

진행자)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은 안보 문제에 있어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역내 안정을 최우선시하고요. 북한이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대신 러시아 도움을 받아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을 중국이 어떻게 볼 거라고 생각하세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 강화에 대해 비교적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중러 3국 동맹으로 너무 긴밀하게 연계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국제적 대응을 불러올 행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중국은 그런 일에 연루되길 원치 않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이 조용한 거죠. 중국은 북한,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하거나 개선하되 양국과 따로따로 그렇게 하고 싶어 하죠. 그래서 3국 동맹이 아니라 실제로는 연이은 양자 관계 같은 겁니다.

진행자) 일본, 한국, 중국의 협력에 있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보세요? 넘을 경우 미국의 이익을 훼손할 금지선이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극단적인 예를 생각해 볼 수 있겠죠.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요구에 따라 군사 훈련을 취소한다고 발표한다든가 중국에서 벗어나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로 경제를 다각화하는 현재의 흐름을 포기하는 행동 말입니다. 다른 덜 극단적인 예들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한일 두 지도자 모두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할 것이란 우려가 훨씬 덜합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선 우려가 훨씬 더 컸을 겁니다. 문 대통령이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거나 미국과의 관계나 동맹에 반하는 일을 할 것이란 우려 말이죠. 그래서 워싱턴에서는 이번 정상회의에 대한 우려가 훨씬 적습니다. 사실상 걱정이 없죠. 물론 정상회의 전후로 미한일 동맹들 간에 많은 3자 또는 양자 회의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나 기시다 총리 누구도 의제에서 벗어날 우려는 전혀 없습니다.

진행자) 문재인 정부 때 한국 관리가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묘사해 미국에서 격렬한 논쟁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중국이 한국에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보세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한국과 일본 등은 모두 그들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을 포기하거나 모든 경제 관계를 단절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몇 년간 일본과 호주, 그리고 다른 나라들은 중국을 더 직접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반면 한국은 중국의 행위를 지속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중국을 가해자로 지목하지는 않았죠. 따라서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요구에 따르도록 협박하려 할 겁니다. 중국의 위협이나 강압이 얼마나 강경할지는 불확실합니다. 중국이 보다 호의적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 이익이 될 만한 경제적 거래를 제안하거나 새로운 경제 계획이나 제안을 제시하면서 말이죠. 아니면 특히 비공개적으로, 훨씬 더 강압적이고 훨씬 더 직접적이고 더 위협적일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2018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핵무기를 사용할 의도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 능력을 무시한 채 단지 그의 의도에만 초점을 맞추면 정세를 오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향후 북한과의 관계를 전망할 때 중요한 시사점은 뭘까요?

이 연구원) 북한은 반세기 이상을 핵폭탄 개발에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그 50년간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어요. 그러다 2005년 2월 음력 설 기간에 느닷없이 선언했죠. “이봐, 우린 핵보유국이야”라고 말이죠. 북한은 물론 수년간 간헐적으로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 소위 비핵화 회담을 해왔습니다. 전 세계 9개 핵보유국 가운데 국제사회가 비핵화에 매달리도록 그 가능성을 내비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합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몇 년 전 한국 대통령에게 말했다는 것처럼 핵 없는 한반도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상당히 감동적으로 들리지만 그 말의 진실성과 진정성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도 기본적으로 똑같은 말을 했으니까요. ‘한반도 비핵화가 선친의 유훈이었다’고 말이죠. 그 목적은 부분적으로는 달성했습니다. 1991년 미국과 한국은 한국에 배치된 모든 미국 전술 핵무기를 철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죠. 반면 북한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북한 김정은이 그들의 정책에 대해 말했거나 내비쳤다는 문 전 대통령의 주장은 수십 년간의 사실과 정면으로 모순됩니다. 그건 정말 순진해 빠진 생각이에요. 북한은 수십 년 동안 말해왔어요. 핵무기를 갖고 있고 미국 동맹을 포함한 국가들에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거라고 말이죠. 북한은 1997년과 다른 해에 핵 공격 모의 미사일 발사를 실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항구와 비행장, 지휘 본부를 타격 목표로 해서 말이죠. 따라서 북한이 한국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수십 년간의 북한의 발언을 모두 거스르는 것입니다. 북한이 분명히, 핵무기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말한 건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북한은 군사적 역량을 위해 이런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한 핵무기가 단지 방어와 억제만을 위한 것이냐 논쟁이 벌어질 때조차 북한은 수년간 핵무기가 공격적인 선제공격용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진행자) 문 전 대통령이 그런 견해를 갖고 있을 때가 바로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진행 중이던 때였는데요. 문 전 대통령의 이런 견해가 미국 당국자들이 북한과 협상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보세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문재인 정부 관리들이 2018년 3월 북한이 뭔가 할 의지가 있다고 지나친 약속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 정부 관리들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북한이 비핵화할 거라고 브리핑했습니다. 과장된 것이었죠. 북한이 그렇게 할 의지가 있다고 믿었든 아니면 임박한 것처럼 보이는 전쟁을 막기 위해 부풀려 말한 것이든 말이죠. 또 문 정부 관리들이 북한에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를 완화하도록 할 수 있다고요. 트럼프 행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요. 중간에서 양측 모두에 과도한 약속을 하려 했고 양측 모두 그런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최근 북한이 남북 관계를 ‘남북 관계’가 아닌 ‘조한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북한은 한국을 ‘꼭두각시 대한민국’이라고 불렀고요. 이런 언사는 북한이 남북이 적대적 두 국가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는데요. 이런 인식이 군사적 충돌 가능성과 확전 수위를 얼마나 높일까요?

이 연구원) 한국이 북한의 최대 주적이라는 모든 말들은 북한의 잘 다듬어진 심리전과 정치전의 확대일 뿐입니다. 한반도의 근본 역학 관계를 변화시키진 않습니다. 저마다 한반도 전체와 인근 부속 도서들을 지배하는 유일한 합법 국가라고 주장하는 두 국가가 있고 북한의 최고 국가적 과제는 북한 헌법에 명시된 대로 한반도의 통일 실현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의미하는 통일이 국경 이남의 더 부유하고 더 정당한 한국에 흡수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대신 한국 영토와 국민을 조선 민주주의, 사실은 독재주의 인민 공화국에 통합하는 것을 의미하죠. 따라서 김정은이 한국을 통일을 위한 협력 파트너가 아니라 적국으로 간주하는 그런 발언을 하면 한국 국민과 정부가 점점 더 우려하게 되는 거죠. 위험 부담이 커집니다. 북한은 매우 비전통적이고 다른 종류의 국가이기 때문이죠. 북한이 자신의 순가치를 높이는 방식은 불안감을 조성하고 위협을 고조시킨 뒤 ‘유화책’을, 말하자면 ‘외교’ 쳇바퀴로 돌아가는 거죠. 그리고 북한은 지난 30년간 감언이설로 200억 달러 이상의 돈을 받아 챙겼습니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세계의 다른 나라들로부터 진실하지 못한 비핵화 약속을 반복한 대가로 말이죠. 그러니까 이 게임은 북한 같은 독재 정권엔 아주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겁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어를 포함해 전 세계 11개 언어로 번역된 저명한 저서 ‘The Sister’의 부제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여인’인데요. 과장이 좀 섞여 있는 건가요? 김여정이 북한에서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갖고 있다고 보세요?

이 연구원) 제가 수사에서 과장하고 지나치게 극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김여정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장 위험한 여성으로 봅니다. 그녀가 핵 단추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고 세상에 반복적으로 말해왔기 때문입니다. 2022년 4월 공식 성명에서 그녀는 말했습니다. 만약 한국이 북한을 향해 재래식 미사일 공격이라도 한다면 그녀는 북한의 핵무기를 남한을 향해 발사해 한국 군대에 궤멸 또는 전멸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여정은 2020년 초 코로나 사태 이후 거의 50개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중 일부에서 그녀는 그녀가 단순히 젊고 예쁜 얼굴을 가진 여자가 아니라 그녀가 진정한 권력을 갖고 있으며 그녀의 권위와 권력은 김정은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2020년 6월 중순 발표한 특히나 무례한 성명에서 그녀는 순전히 한국 자금으로 지어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는데 사흘 뒤에 폭파했습니다. 그녀는 매우 심각하게 여겨져야 합니다.

진행자) 김여정이 권력 상승 과정에서 겪게 될 특별한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극도로 가부장적인 북한 체제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조카 김주애의 등장 이후 그녀가 권력을 다소 잃었다고 보세요?

이 연구원)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그의 사춘기도 안 된 어리고 귀여운 딸을 자주 공개하는 것을 단순하게 보면 마치 김정은의 아내와 여동생 사이에 틀림없이 어떤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평범한 일반 가정에서는 시누이와 올케 사이의 관계는 다소 복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평범한 가정이 아닙니다. 중세의 절대 군주제예요. 왕은 오류가 없고 반쯤 신성한 존재죠. 왕에겐 그의 아내조차 도전할 수 없습니다. 마오쩌둥 주석에게서도 이런 일을 볼 수 있는데요. 그는 명목상으론 공산주의 지도자였지만 첩들이 있었습니다. 그는 거의 매일 밤 젊은 여성들과 잠자리를 가졌습니다. 그의 가장 강력한 권력을 지닌 부인인 네 번째 아내 장청조차 남편의 방탕한 행위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저는 딸의 빈번한 등장은 선전선동의 여왕의 작품이라고 보는데요. 김주애의 고모 김여정 말입니다. 왜냐면 그것은 북한에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들이었다면, 만약 김정은이 아들이 있어 그 아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언론이나 각국 정부들의 반응은 덜 호의적이거나 더 비판적일 겁니다. 하지만 귀여운 딸을 보여줌으로써 화목한 가족 간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죠. 김정은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고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이봐, 우린 왕조야. 우리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어. 나의 권력과 핵은 다음 세대에까지 대물림될 거야.’라고 말이죠.

진행자) 화목한 가족 모습이라고 하니 항공우주기술총국에서 그들이 입었던 단체 티셔츠가 생각나는데요. 김여정의 역할이 북한의 외교 정책, 특히 대한, 대미 정책엔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선전선동부 고위 관리로서 국제사회의 북한과 북한 정권에 대한 인식 형성에 효과적이었다고 보시나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그녀가 자신의 권위를 활용해 훨씬 더 목소리를 내는 건 틀림없습니다. 당의 성명 발표를 맡은 외무상보다 말이죠. 그녀는 분명 다른 어떤 북한 관리들보다 훨씬 더 잘 눈에 띄고, 더 목소리를 내고 더 단호합니다. 그녀가 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녀가 진짜 정책 입안자인지 또는 그녀의 오빠에게 강력한 조언자인지 그녀의 오빠의 의중을 수행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그녀는 다른 어떤 북한 지도자들보다 훨씬 더 대담하고 단호하죠. 가족 관계에 따른 권력 기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때때로 싸움닭이나 나쁜 경찰 역할을 맡아왔던 것 같아요. ‘나는 매우 강력한 조치를 권하지만, 내 오빠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수 있어’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일종의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이 있으면 좋은 경찰이 좀 더 온정적이길 바라게 되는 거죠. 다른 때는 역할을 바꿔서 그녀의 오빠는 강경한 정책을 원하지만 그녀는 좀 더 온화한 정책을 원한다고 넌지시 암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동맹들을 분열시키려 하거나 특정 국가들에 호소하려는 것 같아요. 북한에 더 많이 양보하면 북한이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할 수도 있다고 말이죠. 우리는 그녀가 어느 정도의 정책 결정권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어떤 지도자보다 훨씬 더 강력한 건 분명합니다.

진행자) 북한이 미국, 중국, 러시아라는 강대국 사이를 헤쳐 나가는 데 김여정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세요? 김정은이 그의 여동생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이것이 그의 의심과 편집증, 그리고 그가 활용할 수 있는 좁은 인재 풀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요?

이 연구원) 아뇨. 김정은이 여동생이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매우 유능하단 걸 인정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동영상에서 두 남매 간의 몸짓을 보면요. 정상 회담과 같은 공식 행사에서 특히 놀라운데요. 두 사람은 하루 종일 서로를 언뜻언뜻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짓습니다. 2013년 12월 그들의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되기 전 그에게 적용된 공식 죄목 중 하나는 반역죄와 여성 편력뿐 아니라 김정은 연설 후에 박수를 건성건성 쳤다는 것입니다. 저는 제 책을 쓰면서 북한 동영상을 과장 좀 보태 100시간 이상 봤는데요. 때때로 김여정은 그의 오빠의 연설이 끝난 뒤에 박수를 전혀 치지 않았습니다.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500명이든 5천 명이든 열렬히 박수를 치는 동안에도 말이죠. 때로 그녀는 박수를 이렇게 칩니다. 때로는 팔을 완전히 아래로 내려뜨리고 있어요. 이는 그녀의 실제 위상, 계층 내에서 그녀가 가진 실제 권력을 말해줍니다. 그녀는 매우 유능하고 영리합니다. 그녀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녀가 매우 훌륭한 학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그들이 스위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 때 말입니다. 반면 김정은은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김정은이 전적으로 그의 여동생을 신뢰하고 그녀의 조언에 의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여정은 많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2023년 1월 말 그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북한의 첫 입장을 밝힌 것이었는데요. 북한은 영원히 영웅적인 러시아 인민 및 군대와 함께 같은 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그해 9월 푸틴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죠. 불행히도 그녀는 진정한 정책 입안자입니다.

지금까지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과 이성윤 윌슨센터 연구원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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