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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러, 냉전 수준 관계 회복…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도전”


19일 북한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해방기념탑에서의 헌화식에 앞서 함께 걷고 있다.
19일 북한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해방기념탑에서의 헌화식에 앞서 함께 걷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미 전문가들은 냉전 이래 가장 강력한 양국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두 나라가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도전한다는 진단도 나온 가운데 양국 간 구체적인 협력 수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문가들 “북러, 냉전 수준 관계 회복…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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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19일 VOA에 북한과 러시아가 공격당할 경우 서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맺은 것과 관련해 “두 나라가 냉전 수준으로 관계를 회복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 think it's pretty clear that they have restored the relationship to that Cold War level. You know, after the Cold War, when the Soviet Union collapsed, so did the defense pact between North Korea and Moscow. Russian experts, I remember telling me, insisted that there was no security commitment from Russia to North Korea. But now, apparently there is.”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냉전 이후 소련이 붕괴되면서 북한과 소련 사이의 방위 협정도 종료됐다”며 “당시 러시아 전문가들은 내게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안보 공약이 없다고 말했었지만, 지금은 분명히 안보 공약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쪽이 공격 당하면 지원한다’는 문구가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러시아가 약속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빠져나갈 구멍”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담은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은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이 체결했다가 소련이 1991년 붕괴된 이후 1996년 폐기됐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양국이 강력하게 밀착하는데 대해 서로 국제적인 고립을 돌파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t's certainly isolated from the West. And so it needs partners where it can find them. North Korea has proven already to be an important military partner with the artillery shells and missiles it is sending. And Russia needs to expand its range of partnerships. So if it can get as much as it can from North Korea, it wants to get it and improve. From the point of view of North Korea. It is probably the most isolated country in the world. So having a stronger partnership with Russia is important.”

“러시아는 서방으로부터 고립돼 있어서 파트너가 필요하고, 북한은 포탄과 미사일 제공을 통해 이미 중요한 군사 파트너임을 입증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인 북한은 러시아와 더 강력한 협력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19일 북한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서명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19일 북한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서명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마치고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협정에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하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두 나라 관계는 동맹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밝혔습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 기업연구소(AEI) 정치경제 석좌. 사진 = AEI 웹사이트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 기업연구소(AEI) 정치경제 석좌. 사진 = AEI 웹사이트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 기업연구소(AEI) 정치경제 석좌는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은 “협력과 상호 지원의 광대한 새 지평을 암시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에버스타트 석좌] “This obviously follows in the shadow of the so-called no limits deliberations between Xi Jinping and Vladimir Putin two years ago. It clearly is meant to suggest vast new horizons of cooperation and mutual support. But we have watched this movie in the past in North Korea-Kremlin relations, including during the Cold War. So while I think we should pay very careful attention to the potentialities of these new ventures. We should also bear in mind what history has shown us about the gap between exalted language and actual results in that relationship.”

에버스타트 석좌는 VOA와 전화통화에서 “이것은 2년 전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 사이의 소위 ‘제한없는 협력’을 조용히 뒤따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러가 “10년 20년 전에 비해 서로를 매우 필요로 하고 있다”며 “상호 오용(mutual misuse)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군사기술과 자금, 석유, 에너지를 절실히 원하고 있고 러시아는 “실패할 경우 통치에 치명적일 수 있는 전쟁을 치르고 있고 군수물자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우드로윌슨센터 이성윤 연구원
우드로윌슨센터 이성윤 연구원

우드로윌슨센터의 이성윤 연구원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이후 북러가 군사협력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연구원] “So whether this new cooperation agreement leads to a treaty or not matters less than what the two leaders pledged to do and what kind of action ensues comes in the wake of the summit meeting. The two despots will accelerate their military technology cooperation, while intimating that there are no limits to their modern day bromance, military partnership with or without a signed treaty and so forth.”

특히 “정상회담 이후 이어지는 두 정상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푸틴과 김정은이 “군사기술 협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군사 협력에 한계가 없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또 “두 사람은 ‘사악한 미 제국주의’에 맞서는 상호 우호와 협력이라는 수사 아래 양국 관계 강화와 상호 안보 협력을 선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도 북한과 러시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도전한다는 면에서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러는 미국을 ‘선동자’나 ‘제국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며 공동 대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냉전 수준으로 북러 관계가 복원된 것은 북한의 ‘모험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소장] “I think that we also have to take into account that during the Cold War, North Korea, took, more advanced risks and risky actions, when they were confident that they had a patron. So my main concern is that, the North Korean challenge would become more serious and less predictable, less contained with Russian support, than it might be as long as North Korea feels diplomatically isolated.”

“냉전 당시 북한은 후원국(patron)이 있다고 자신했고 그 때 더 위험한 행동을 취했다”며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다고 느낄 때보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을 때 더 심각하고 예상이 어려운 도전을 제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협력 수준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새뮤얼 웰스 우드로윌슨센터 냉전 연구원. 사진=우드로윌슨센터
새뮤얼 웰스 우드로윌슨센터 냉전 연구원. 사진=우드로윌슨센터

새뮤얼 웰스 우드로윌슨센터 냉전 연구원은 VOA와 통화에서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은 “동맹이라기보다는 협력관계(partnership)로 분류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두 나라 관계는 “러시아가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진 일방적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이후 경제협력을 추진하더라도 러시아가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웰스 연구원] “This is basically sort of a one way system, because what in terms of energy do the North Koreans have to provide? They have coal. I don't think the Russians need any extra coal. There’s certainly not any food elements the North Koreans can provide.”

“에너지 측면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만한 것이 없으며, 북한에 석탄이 있긴 하지만 러시아가 추가 석탄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어 “북한이 식량을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러시아가 북한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무기와 인력이라며, 다른 것들은 ‘포괄적 관계’처럼 보이기 위해 포함한 것이지만 사소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전문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 후 푸틴 대통령과 함께 공동 언론발표를 하면서 “두 나라 관계는 정치와 경제, 문화, 군사 등 여러 방면에서 호상협력 확대로서 두 나라의 진보와 인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보다 훌륭한 전망적 궤도에 올라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양자 관계의 모든 분야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를 집중적으로 나타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버스타트 석좌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에서 경제적 잠재력이 많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러시아가 과거 경험으로 인해 북한을 신뢰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에버스타트 석좌] “Russian aid providers have been burned very severely by North Korea in the past. They've been cheated by Kim Jong un's grandfather. I think they've also been cheated by his father. I doubt that Putin's delegation is unaware of this history. So we'll have to see what the actual results are, as opposed to as opposed to the fanfare.”

에버스타트 석좌는 “러시아의 원조 제공자들이 과거에 북한에게 크게 당했다”라며 “김정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속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푸틴의 대표단이 이런 역사를 모를 리가 없다”며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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