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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러 새 결제 체계 구축 실효성 의문”


19일 북한 평양 공항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환영 행사에서 차량에 부착된 러시아와 북한의 국기가 보이는 모습.
19일 북한 평양 공항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환영 행사에서 차량에 부착된 러시아와 북한의 국기가 보이는 모습.

북한과 러시아가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미 제재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이 체계를 지원하는 은행에 2차 제재를 가할 경우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문가들 “북러 새 결제 체계 구축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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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뉴콤 전 미국 재무부 분석관.
윌리엄 뉴콤 전 미국 재무부 분석관.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은 1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새 결제 체계 구축’이 과거 실패로 귀결된 양국의 노력과 닮아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서 미국 측 대표로 활동한 뉴콤 전 분석관은 “과거 수 년 동안 두 나라가 송금 가능한 루블화를 결제 방식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북한과 러시아가 “숨기고 싶은 거래에 대해 물물교환을 하듯 ‘장부 거래’를 하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콤 전 분석관] “Well, recall in years past the two used transferable rubles as a payment system. Both also have practiced ledger accounting for deals that they wish to conceal, if just the two of them almost like barter. It gets more difficult if others somehow involved. Consider Russian factory producing from dollar imports a good sold to NK paid for in TR that NK earned from sale of “apples” to Siberia. How does factory balance its books and profit unless Russia has established some kind of exchange rate & bank mechanism. That is just a simple deal. Not easy to displace the $. Worth watching to see if idea gains traction with China, Iran, etc.”

이어 이 같은 거래는 “다른 나라가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하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구조적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뉴콤 전 분석관은 “러시아 공장이 미국 달러로 구입한 물품으로 만든 제품을 북한에 판매하고, 북한은 시베리아 지역에 판매한 ‘사과 대금’으로 이를 지불한다고 가정해 보자”면서 “이 때 러시아가 양국 거래에 대한 환율과 금융 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면 해당 러시아 공장은 장부에 기입되는 금액과 실제 이익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것은 단순한 거래이지만 달러를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과 이란 등이 호응을 할지도 지켜봐야 할 내용이라고 뉴콤 전 위원은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이 배포한 이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19일 평양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이 배포한 이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19일 평양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조선중앙통신’에 기고한 글에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과 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를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가 루블화를 이용한 결제 체계를 준비 중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이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미 지난 2010년대 북러 간 무역에서 러시아 루블화를 사용하기 위한 협의를 마쳤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전문가들은 대외 결제를 위한 복잡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점과 다른 나라들의 동조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 등을 실패의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사진=HRNK.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사진=HRNK.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으로 활동했던 대북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러시아와 북한이 적어도 지난 10여년 동안 루블화와 인민화폐 기반 결제 체계 구축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Russia and North Korea have been talking about setting up Ruble-based and Renminbi-based payment systems for at least a decade. It never worked before, it would probably violate U.N. sanctions, and if our Treasury Department is willing to impose secondary sanctions on the banks that facilitate it, it will fail again.”

이어 “이 체계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 유엔 제재에도 위배될 것”이라면서 “미국 재무부가 이 체계를 지원하는 은행에 세컨더리 제재를 가할 경우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이처럼 실패 가능성이 높은 결제 체계를 다시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두 정권의 잘못된 선택에도 불구하고 제재가 자국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국내 청중을 위한 정치적 메시지일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
브루스 벡톨 미국 앤젤로주립대 교수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도 1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러 간 새 결제 체계 구축이 이번에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어 두 나라의 결제 방식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물물 교환’이 될 것이라며 “현재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를 거래하며 유류와 식량, 군사장비, 기술 지원 등의 형태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With North Korea, as far as I can tell, all the reports I'm seeing are, it's much more a barter thing, much more a barter thing between Russia and North Korea than it is payments for weapons. The payments are in the form of oil, food stuffs, military gear, technological support. That's what I'm seeing in all the reports I've seen.”

다만 벡톨 교수는 이런 형태의 ‘물물 교환’은 외부에서 막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를 서방이 우려해야 할 사안으로 지목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How do you stop that? I know of no way we could stop. For example, Russian tankers from leaving Vladivostok and just sailing into North Korean ports. How would we stop that? We have no way to stop that. We're not going to send the US Navy out. And you know the technological support, a lot of that's in the form of Russian scientists and engineers, and again, those flights fly directly from from Russia to Sunan, right outside of Pyongyang.”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북한 항구로 향하는 러시아 유조선을 막을 수 없다는 겁니다.

벡톨 교수는 또한 두 나라의 무기 기술 부문 협력이 “러시아의 과학, 기술자가 직접 항공기를 타고 러시아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물물 교환’의 일종인 이 같은 거래를 중단시킬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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