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 문제로 한국과 러시아가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당분간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과 불법적인 군사 거래를 통해 한국의 안보를 계속해서 위협한다면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 대표는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여부는 전적으로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러시아가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러시아와 한국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든 관계가 빠르게 붕괴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만약 지금 하고 있지 않다면, 재래식 무기와 탄도 미사일, 핵무기 모두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서두를 것이며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it's pretty clear that the Russian Federation would react in a very negative way. And I think that whatever relationship there is now between the Russian Federation and the Republic of Korea will disintegrate quickly. And you know, I think that they'll, you know, I think Russia will, if they're not doing it now, they'll hasten their military support both in the conventional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s and nuclear weapons. They'll enhance that with North Korea.”
그러면서 “한반도와 역내에서 긴장이 고조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한국이 하는 일은 분명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주권 독립국가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0일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21일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위협했습니다.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에 따르면, 장호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3일 한국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며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재검토는) 러시아 측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실장의 발언은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할 경우 한국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제한 없이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한국과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수물자 직접 공급을 발표하거나 이미 높은 수준의 (미한일) 양자 또는 3자 대북 억제 조치와 훈련의 템포를 급격히 높이는 등 즉각적인 대응(보복)의 유혹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내 일부 보수층에서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문제를 미국과 재논의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미국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궁극적으로 긴장과 분쟁의 위험만 높이는 성급한 반사적 행동을 자제하고 미국 및 뜻을 같이하는 다른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중국, 심지어 러시아와도 현명하고 효과적인 외교를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길일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The wiser course would be to refrain from quick reflexive actions which ultimately only serve to heighten tensions and risks of conflict, inadvertent or otherwise, and pursue smart and effective diplomacy with Beijing, and even Moscow, in close coordination with the US and other like-minded partners.”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북한과의 불법적인 군사 거래를 통해 한국의 안보를 지속적으로 위협할 경우,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재검토 등을 통해 러시아를 압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이 고조될 것이란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러시아는 이미 석유와 식량, 군사 기술 등 상당한 방식으로 북한을 돕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가 이미 북한을 상당 부분 돕고 있고, 또 군사 기술 이전 등을 약속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란 겁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Now I understand that this will lead to increased tensions between the ROK and Russia but it seems to me that Russia has already committed to help North Korea in significant ways including oil and food and maybe military technology. And I think it would be appropriate for Soul to respond by helping Ukraine directly.”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이 러시아가 북한에 기술을 이전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있을 것이란 걸 알린 것은 옳은 일을 한 것”이라며 한∙러 양국 관계의 진전은 “이제 러시아가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러시아는 (북한에 정밀 무기 기술을 제공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면서 “만약 그들이 한국에 문제를 야기한다면,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원조를 함으로써 러시아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이제 한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유보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uth Korea has done the right thing right now they've let Russia know that there will be a price for it to pay by transferring technology to North Korea. Russia therefore has a choice, can choose to not cause problems for South Korea or it can choose to cause problems for South Korea. If they cause problems for South Korea, then South Korea is going to cause problems for Russia by sending aid to Ukraine.”
베넷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어떤 선택을 할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보면 곧 알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의해 금지된 기술 지원을 북한에 계속할 경우 한국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최근 실패로 끝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이나 핵추진 잠수함 및 핵∙미사일 등 첨단 기술을 북한에 계속 제공할 경우 한국으로선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할 경우 러시아가 북한에 정밀 무기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에 많은 (군사 기술) 지원을 해왔다”며 “푸틴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든 안 보내든 북한에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Putin's going to provide technology to North Korea whether or not South Korea sends weapons to Ukraine. I mean he's already demonstrated that he was doing that he's been doing that consistently over time. So you know, this isn't small things. It's hypersonic missile technology probably came from Russia to North Korea. The Iskander like missile, the KN-23, probably came from Russia to North Korea.”
이어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은 아마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넘어갔을 것이고,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KN-23 미사일도 아마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기술이 이전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 석좌는 이날 VOA의 관련 논평 요청에 “(한∙러 간) 외교는 계속돼야 하지만 푸틴의 전쟁 행보를 억제하는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은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면서도 “윤석열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자제력을 발휘하기를 바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무기 지원을 보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화책은 러시아를 기쁘게 할 수는 있지만 한국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Diplomacy should be ongoing, but I see no restraint in Putin’s war effort. While Seoul should act with prudent, the Yoon administration should not hold back all weapons to Ukraine in the hope Moscow will act with restraint on North Korea. Appeasement would please Moscow but not solve South Korea’s security problems.”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과 관련해 “한국이 침략에 맞서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행위자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I believe it will demonstrate that South Korea is stepping up to become an important player on the world's stage by standing against aggression.”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최근 방북한 푸틴은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과학, 핵 및 기타 기술 지원을 제공할 권리가 있음을 천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러시아가 그렇게 한다면 이는 한국 안보를 직접적으로 약화시킬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은 러시아의 한국 안보에 대한 공격에 강력하고 직접적으로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은 러시아의 한국 안보 약화 시도에 대한 합법적이고 중요한 대응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이런 식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러시아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그 다음 공은 러시아로 넘어갈 것”이라며 “푸틴의 방북과 김정은과의 회담은 러시아가 한국의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하며, 그럴 경우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Providing weapons to Ukraine would be a legitimate and important response to Russia's attempt to undermine ROK security. Seoul should make clear to Moscow that it is prepared to respond in this way. The ball will then be in Moscow's court as to the next move.”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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