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라진항에서 중국으로 석탄을 운송해 줄 선박을 찾아 나섰던 선박 브로커가 이 같은 운송이 불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으로 석탄을 실으러 들어갈 선박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러시아산 석탄을 운송할 선박을 찾는다는 ‘선박 수배 공고문’이 또다시 선박 업계에 배포됐습니다.
화주인 러시아 회사의 의뢰를 받은 브로커가 선박 회사 관계자 등에게 최초 선박 수배 공고문을 뿌린 지 약 2주 만입니다.
그런데 공고문의 형식이 이전과 비교해 조금 독특합니다.
출항지와 목적지 그리고 선적 내용물 등 필요한 정보만을 간략하게 담는 통상적인 선박 수배 공고문과 달리 장황한 배경 설명으로 가득합니다.
브로커는 공고문에서 “우리는 유엔 결의에 의거해 러시아 석탄을 중국으로 운송하려는 것”이라며 “결의의 일환으로 러시아 외무부가 유엔 안보리에 석탄 채굴 기업과 중국 내 구매자와 수취인, 중국의 하역 항구, 선박의 이름 및 북한에서의 선적 날짜와 중국에서의 하역 날짜 등을 통보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공고문은 모든 관련자가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안보리 결의 틀 안에서 행동한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곧 연락해주기를 바란다”며 “가장 좋은 조건으로 입찰해 달라”고 명시했습니다.
앞서 VOA는 이 브로커가 이달 8일경 북한 라진항에서 중국 다롄항으로 러시아산 석탄 총 1만t을 운송해 줄 선박을 찾는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배포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공고문에는 날씨가 허용하는 선에서 주말에도 선적과 하역 작업이 모두 이뤄질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ppt’ 즉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운송을 희망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후 이 브로커는 석탄의 양을 1만5천t으로 늘리는 공고문을 한 차례 더 배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공고문이 배포되면 전 세계 선박 회사나 선박을 빌려 운항하는 용선업자들은 해당 브로커에게 입찰하고, 이후 조건이 가장 좋은 선박에게 운송 기회가 돌아갑니다.
그런데 브로커가 이번엔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아 또다시 공고문을 낸 것입니다.
선박 업계 전문가는 VOA에 “선박 수배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선박을 찾기 위해 관련 내용을 담은 공고문을 한 번 더 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북한에서 석탄을 싣는다는 점이 선박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산 석탄 수출 금지를 담은 결의를 채택하면서,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으로 운영하는 ‘라진-하산’ 일대에서 선적되는 러시아산 석탄에 대해선 제재 ‘예외’가 인정된다고 명시했습니다.
따라서 공고문이 명시한 석탄 1만5천t이 실제로 러시아산이라면 이는 유엔의 제재 대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석탄을 싣기 위해 북한 항구에 입항한다는 점이 선박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선박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 나왔었습니다.
자칫 미국 등 일부 나라의 독자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박 업계 내 팽배하다는 것입니다.
또 한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은 북한에 기항한 선박의 자국 입항을 일정 기간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선주들이 북한발 화물을 맡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로 이어졌다는 게 선박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실제로 VOA는 2019년과 2020년 여러 차례에 걸쳐 라진항에서 러시아 석탄을 선적해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운송해줄 선박을 찾는다는 내용을 담은 ‘선박 수배 공고문’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취재 결과 이들 러시아 석탄은 어떤 배에도 실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박들이 나서지 않으면서 수출 자체가 무산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사실상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초 라진항을 통한 러시아 석탄 수출은 한국과 러시아의 합의로 시작됐습니다.
두 나라는 지난 2013년 11월 러시아 광물을 라진항으로 운송한 뒤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독자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북한에 정박한 선박에 대한 입항 금지를 결정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중단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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