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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거드 전 NSC 보좌관] “한국, 나토에 ‘한반도 통찰력’ 제공…우크라 지원 확대 결정해야”


헨리 해거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유럽 보좌관이 8일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헨리 해거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유럽 보좌관이 8일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이 나토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한반도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헨리 해거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유럽 보좌관이 말했습니다. 주한 미국 대사관 정무공사도 지낸 해거드 보좌관은 8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와 관련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라고도 말했습니다. 또 해거드 보좌관은 북러 정상회담으로 한국의 셈법이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웨스트 이그젝어드바이저스’ 선임 고문과 브뤼셀자유대학 외교안보전략센터(CSDS)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해거드 전 보좌관을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9일에서 11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AP4) 정상들이 3년 연속 초청을 받았는데요. 나토 정상회의가 한국에 주는 의미와 혜택은 무엇일까요?

해거드 전 보좌관) 한국과 아시아태평양 협력국들, 그리고 나토에게 정말 좋은 순간입니다. 아시아태평양 협력국들이 이번에 3년 연속으로 정상회의에 초청 받았는데요. 국제 안보 대화에 더 이상 지리적 장벽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이며,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주요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한국이 안보와 경제, 기타 분야에서 갖는 세계적인 위상과 중요성, 명성 때문에 이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얼마 전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어떻게 역학관계가 변화하고 있는지 한국이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또 지난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국제 안보에 대해 한국과 나토가 서로 견해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지난달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서명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서명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기자) 한국이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유럽 국가들에 어떤 특별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해거드 전 보좌관) 유럽은 물론 북한의 핵확산 위협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위협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푸틴의 방북이 유럽인들로 하여금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더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한반도 비핵화는 좋고, 북한의 인권 유린은 나쁘다’고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말이죠. 이번 기회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유럽의 대화를 훨씬 더 광범위하게 이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대화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무엇보다도 북러 협력이 한국과 유럽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에서 일어난 일이 유럽의 안보 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한국이 그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사이버, 인공지능(AI) 등 우리 모두가 직면한 초국가적 위협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상황을 설명할 것으로 봅니다. 역내 평화와 번영, 안정에 대해 중국이 지난 몇 년 동안 제기한 도전을 놓고 나토와 매우 집중적인 논의를 할 것입니다.

기자) 북러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이 문제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요? 현 시점에서 한국의 어떤 무기가 가장 유용할까요?

해거드 전 보좌관)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 침공할 때 저는 주한 미국 대사관 정무공사로 근무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동맹인 한국 정부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은 수억 달러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했고 여러 대러 제재에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추가 지원과 관련해 제가 한국 측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눴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국이 방산 분야에서 매우 유능한 국가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은 지난해 약 140억 달러의 첨단 장비를 수출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크라이나가 사용할 수 있는 바로 그 장비들입니다. 방공 장비든 포탄이든 말이죠. 한국은 잠재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는 많은 방산 물품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 수단도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한국이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며,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이 바로 그 결정을 내릴 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결정이 무엇을 의미할지는 한국에 달려 있습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는지 한국 정부에 물어보셨나요? 지금 말씀하신 그 시기 즈음에 미국 정부가 한국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국 정부가 여전히 같은 기대를 가지고 있나요?

해거드 전 보좌관) 저는 미국 정부에서 나왔고, 한국 근무를 마친 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의 추가 침공 이후 제가 서울에 있었던 1년 반 동안, 우리는 모든 동맹국, 파트너,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은 2022년에 시작된 노력이 아닙니다. 제가 유럽에서 일하던 2013년과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침공했을 때부터 우리는 유럽 동맹들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는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대화의 성격을 규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는 항상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논리는 무엇인지 매우 솔직하게 말해왔습니다. 우리는 각국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을 존중해야 합니다. 한국은 처음부터 우크라이나에 의료 용품과 통신 장비를 제공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또 가스 터빈을 제공하고 에너지 인프라를 지원했죠.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돕기 위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계속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장호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했다.
지난달 20일 장호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했다.

기자) 지정학적 상황을 언급하셨는데요. 한국의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푸틴의 방북 이후 한국의 셈법에 변화가 생겼다고 보십니까?

해거드 전 보좌관)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도 이런 발언을 하셨고요. 우리는 이를 매우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미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그들은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전화기를 계속 곁에 두라”고 말할 것입니다. 푸틴과 김정은의 만남, 북러 무기 거래가 상황을 바꿨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우리와 유럽의 가치를 공유합니다. 그리고 큰 이웃 국가에 의해 침략을 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지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1950년에 똑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죠.

기자) 한국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반도 유사시 나토 국가들이 파병할까요?

해거드 전 보좌관) 무엇보다도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입니다. 우리는 1950년에도 한국에 있었고 지금도 그곳에 있습니다. 또 정전협정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국가들과 함께 유엔군 사령부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나토에 무엇을 해 주면 나토는 무엇으로 상응할 것인가?’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한국이 잠재적 위기 상황에서 나토의 지원을 받기를 원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더 많이 협력하는 겁니다. 나토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길입니다. 한국과 나토가 초국가적 위협, 사이버 등에 대한 추가 협력을 하고 그 몇 년 뒤에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 지 검토하는 것입니다. 점점 더 많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 모두가 수년간 이야기해왔던 것들을 실제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주요 프로젝트들이 발표되는 것입니다. 한국과 나토는 2005년부터 최선의 협력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나토 간 실질적인 협력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나토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헨리 해거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유럽 보좌관으로부터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에 한국 정상이 참여하는 의의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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