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한국 등 인도태평양 협력국들과 드론 등 차세대 전투 방식에 대비해 합동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로즈 고테묄러 전 나토 사무차장이 밝혔습니다. 또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문제와 관련해선 각국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 심화가 집중적인 핵 기술 전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했습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나토 사무차장을 역임했고 그보다 앞서 5년여 간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을 지낸 고테묄러 전 사무차장을 조은정 기자가 영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나토 창설 75주년 정상회의가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방공망과 전투기를 지원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불가역적 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일까요?
고테묄러 전 사무차장) 가장 큰 성과는 최근 몇 년 동안 나토 동맹이 일관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파트너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확고하게 지원한 것도 또 다른 성과입니다. 여기에는 물론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나토의 인도태평양 파트너들도 포함됩니다. 나토 동맹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저지른 침략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것이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다른 지역의 독재자들에게 본보기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나토 회원국들은 ‘워싱턴 정상 선언’에서 중국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는 ‘결정적인 조력자’로 규정하면서 역대 가장 강력한 표현을 썼는데요. 나토는 인도태평양 협력국들이 중국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압박을 가하길 기대하는 걸까요?
고테묄러 전 사무차장) 결국 나토 정상회의 성명에서 합의된 내용이 인태 협력국들과 공식적으로 합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용어를 선택한 것은 전 세계의 나토 협력국들에게도 유용하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침략 전쟁을 저지르는 것을 중국이 돕고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태 지역의 지도자들이 지금까지 언급한 것과 유사하죠. 그래서 저는 이것이 나토 동맹국들로부터 나온 중요하고도 일관된 메시지라고 봅니다.
기자) 나토는 공동성명에서 또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인도태평양 파트너들의 지속적인 기여를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는 한국이 어떤 기여를 하길 기대할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언급하지 않은데 대해 나토 회원국이나 우크라이나가 실망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고테묄러 전 사무차장) 모든 나토 회원국뿐만 아니라 협력국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와 지원은 각 국가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는 우크라이나에 얼마나 많은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해한다고 봅니다. 나토의 유럽 동맹국과 인도태평양 동맹국 간의 지속적인 협력에 대해 두 가지 점을 얘기하고 싶은데요. 우선, 나토는 인도태평양으로 진출하지 않습니다. 나토의 무게 중심은 북대서양에 있으며, 침략으로부터 유럽을 방어하고 필요할 때 대테러 전쟁을 돕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든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작전을 옮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급속한 기술 발전이 진행되고 있고 전쟁 수행 방식에 많은 발전이 있기 때문에 드론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포함하는 차세대 전투 방식에 대비해 유럽과 인태 지역의 동맹국이 함께 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자) 한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되는 북한 무기에 대한 정보를 상호 공유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 합의가 얼마나 중요한가요? 한반도의 분쟁이 점점 더 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으로 치뤄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고테묄러 전 사무차장)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와 장비를 공급한다고 해서 북한이 대리인으로서 전쟁에 참여한다고까지 보지는 않습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고 있죠.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장거리 미사일 등 점점 더 광범위하고 정교한 북한의 군사 장비가 발견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얻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탄두가 계속 고도화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죠. 저는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서 양방향으로 이뤄지는 기술 지원의 흐름을 우리 모두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 그리고 아시아 동맹국들과 협력국들 사이에 일종의 상호 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나토 정상회의 기간 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 공동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이 미국 핵전력 운용에 있어 한국의 발언권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요? 최종 결정권은 결국 미국 대통령에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미한 간 협정은 어떤 점에서 특별한가요?
고테묄러 전 사무차장) 미국 대통령은 항상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핵 교리와 정책의 일부이자 대통령 권한의 고유한 부분입니다.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결정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이며, 현실입니다. 그러나 워싱턴 선언의 중요성은 그것이 미한 간 훨씬 더 정교하고 강화된 핵 계획 관계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세부 사항은 기밀이기 때문에 저는 잘 모릅니다. 나토에도 오랫동안 핵 계획 절차가 있었죠.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한 간 협의하고 있는 핵계획은 나토의 계획 과정과 유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토 핵계획과 같은 수준의 정교함이 미한 간에도 구체화되고 있으며 이는 핵 확장억제의 매우 중요한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클린턴 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라시아 담당 보좌관으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의 비핵화 업무를 담당하셨죠. 일부 한국인들이 핵무기를 갖고 싶어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우크라이나와 어떻게 다르다고 보시나요?
고테묄러 전 사무차장) 저는 핵무기가 사람들이 상상하는 방식으로 안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와의 협상과 관련하여 일어난 일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죠. 러시아를 포함한 이 모든 신생 독립국들은 매우 취약했습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모두 혼란스러웠고, 앞으로의 전망도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핵무기 획득과 소유권을 놓고 이들 국가가 모두 전쟁이나 내전으로 붕괴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와의 지휘 통제 관계를 끊고, 자국 영토에 배치된 핵 무력에 대한 자체적인 지휘 통제권을 구축해야 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말할 수는 없죠. 그리고 저는 그 비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과 같은 국가들이 독립과 주권, 경제적 건전성, 정치적 안정을 구축할 수 있도록 30년간의 안정과 안보를 보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비핵화 이후 핵무기는 그들 국가들의 셈법의 일부가 아니었습니다. 비핵화는 그 나라들이 오늘날 강하고 독립적인 국가가 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현재 벨라루스는 러시아 무기를 자국 영토에 다시 배치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벨라루스의 안보가 강화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그 가설의 기본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기자) 소련 붕괴 이후 동유럽에 대한 정책을 오랫동안 입안하고 집행하셨는데요. 이번 푸틴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점에 주목하셨습니까?
고테묄러 전 사무차장) 두 정상이 비공개로 합의한 기술 협력에 대해 꽤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러시아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에 더 나은 탄두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 예를 들어 대기권 재진입을 견딜 수 있고 실제로 그것을 폭발시키는 상당히 어려운 기술을 전수해 줄 가능성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그런 가설을 비웃었죠. 저는 러시아 전문가들의 말이 맞기를 바랍니다. 김정은은 핵탄두와 핵미사일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 지원을 원하고 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시사점은 양국이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며, 핵 분야에서 매우 깊고 집중적인 기술 협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을 역임한 로즈 고테묄러 전 나토 사무차장으로부터 한국 대통령의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의의와 북러 협력의 파장 등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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