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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진항 석탄항구에 한 달 만에 대형 선박 입항...선박 수배 어려움 여부 주목


라진항을 촬영한 20일 자 위성사진에 190m 길이의 대형 선박(사각형 안)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라진항을 촬영한 20일 자 위성사진에 190m 길이의 대형 선박(사각형 안)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북한 라진항의 석탄 선적 부두에서 대형 선박이 포착됐습니다. 한 달 만에 대형선박이 입항한 것인데 선박 수배에 어려움이 있는 게 아닌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라진항 석탄항구에 한 달 만에 대형 선박 입항...선박 수배 어려움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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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진항 석탄부두에서 20일 선박이 포착됐습니다.

이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는 러시아 전용으로 분류된 석탄 선적 부두에 선체를 밀착시킨 190m 선박이 보입니다.

선박의 적재함 5개가 열려 있고 이중 일부에는 검은색 물체가 자리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부두에 놓인 석탄을 선적 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VOA는 지난 4월 7일부터 이곳 부두에 석탄이 쌓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지난 5월 17일 190m 길이의 대형 선박이 정박했고, 지난달 2일과 20일에도 같은 길이의 선박이 자리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그리고 이날 4번째로 선박이 발견된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선박의 길이는 190m로 동일했는데, 이는 이들이 모두 같은 선박이라는 점을 추정케 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석탄을 포함한 북한산 광물의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배에 실린 석탄이 북한산이고, 해당 선박이 해외로 향한다면 이는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에 해당합니다.

다만 안보리는 라진항에서 선적되는 제3국 석탄에 대해선 제재 예외가 인정된다고 명시한 바 있어 만일 해당 석탄이 러시아산일 경우에는 대북제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에 쌓인 석탄의 양에 비해 선박의 입출항 횟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재 이 부두와 주변 공터에는 최초 석탄이 발견된 지난 4월과 비교해 훨씬 많은 양의 석탄이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3개월 동안 입항한 선박이 4척에 불과한 것입니다.

2~3일에 1~2척 꼴로 대형 선박이 드나드는 남포나 송림, 대안 등 북한의 다른 석탄 항구에 비해 라진항이 매우 한산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라진항에서 선박 수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회사의 상황과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앞서 VOA는 지난 6월 러시아 회사의 의뢰를 받은 선박 브로커가 북한 라진항에서 중국 다롄항으로 석탄 총 1만5천t(최초 1만t)을 운송해 줄 선박을 찾는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배포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공고문이 배포되면 전 세계 선박 회사나 선박을 빌려 운항하는 용선업자들은 해당 브로커에게 입찰하고, 이후 조건이 가장 좋은 선박에게 운송 기회가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 브로커는 이후 추가로 공고문을 2번 더 냈습니다. 특히 공고문에는 해당 운송이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내용이 담겨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에 대해 선박 업계 관계자는 VOA에 “선박 수배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북한에서 석탄을 싣는다는 점이 선박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러시아산 석탄을 운송하는 건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위해 북한에 기항했다가 자칫 미국 등 일부 나라의 독자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박 업계 내 팽배하다는 것입니다.

또 한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은 북한에 기항한 선박의 자국 입항을 일정 기간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선주들이 북한발 화물을 맡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로 이어졌다는 게 선박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라진항의 ‘러시아산 석탄’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정황은 과거에도 관측됐었습니다.

VOA는 2019년과 2020년 여러 차례에 걸쳐 라진항에서 러시아 석탄을 선적해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운송해줄 선박을 찾는다는 내용을 담은 ‘선박 수배 공고문’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취재 결과 이들 러시아 석탄은 어떤 배에도 실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박들이 나서지 않으면서 수출 자체가 무산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사실상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주목됩니다.

당초 라진항을 통한 러시아 석탄 수출은 한국과 러시아의 합의로 시작됐습니다.

두 나라는 지난 2013년 11월 러시아 광물을 라진항으로 운송한 뒤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독자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북한에 정박한 선박에 대한 입항 금지를 결정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중단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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