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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미국 전술핵 한국 재배치 논의해야… 새로운 대북 접근법 필요”


2020년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진행된 상호운용성 실험에서 F-35A 차세대 스텔스전투기가 비활성 B61-12 중력폭탄을 투하하는 장면. (출처 : 미 국방부 F35합동프로그램국)
2020년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진행된 상호운용성 실험에서 F-35A 차세대 스텔스전투기가 비활성 B61-12 중력폭탄을 투하하는 장면. (출처 : 미 국방부 F35합동프로그램국)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핵무기 보관 시설을 운영하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논의해야 한다고 미국 민간연구소가 제안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로 위협이 증대됐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현 바이든 행정부 입장과는 다른 견해여서 주목됩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은 30일 발간한 ‘차기 행정부를 위한 핵태세검토’ 보고서에서 북핵 억제를 위해 한반도에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점증하는 중국, 러시아,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고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핵무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한반도에 대해서는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중국과 북한은 핵무기고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보고서] “The U.S. will therefore discuss with our allies in Korea the reopening of nuclear weapons storage sites on the Korean Peninsula and potentially forward deploying NSNW to Korea. Such a move is not taken lightly, but given that the U.S. and its allies have attempted for two decades to engage in denuclearization discussions with North Korea only to be rewarded with continued threats of nuclear holocaust against the U.S., South Korea and Japan, it is time for a different approach.”

그러면서 “미국은 동맹인 한국과 한반도 내 핵무기 저장시설의 재가동과 잠재적으로 비전략핵무기(NSNW)의 전진배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동맹국들이 지난 20년간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시도했지만 북한이 미국, 한국, 일본에 대한 지속적인 핵 대학살 위협으로 응답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이 고도화됐다며 “미한일 3국 모두에 용납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역량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미사일 기지의 요격미사일 용 사일로(지하격납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등에 대비한 요격미사일을 지하에서 곧바로 발사할 수 있다.
미국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미사일 기지의 요격미사일 용 사일로(지하격납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등에 대비한 요격미사일을 지하에서 곧바로 발사할 수 있다.

그러면서 미한일이 미사일 방어망을 통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보고서] “The U.S. will also pursue further integration and expansion of missile defenses with Japan and South Korea as a means to intercept missile threats. In addition, the U.S. retains the right and capabilities to engage North Korean missile threats prior to launch in a situation in which it has sufficient warning of a North Korean strategic attack.”

보고서는 “미국은 미사일 위협을 요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본, 한국과 미사일 방어의 추가 통합과 확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또한 미국은 북한의 전략적 공격에 대한 충분한 경고가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발사되기 전에 교전할 수 있는 권리와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 미사일 발사전 요격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또 깊은 곳에 숨겨진 북한 핵무기와 지휘통제부를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전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 “The U.S. will therefore continue to field capabilities that can hold at risk the Kim family, key regime control nodes such as internal security forces, and North Korea’s own nuclear capabilities. Given that North Korea houses many of these components in hardened and deeply buried targets, the United States will field the requisite capabilities to hold such targets at risk.”

보고서는 “미국은 김씨 일가, 내부 보안군과 같은 핵심 정권통제 기구, 북한 자체 핵능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러한 요소 중 상당수를 단단하고 깊숙이 매설된 표적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은 이러한 표적을 위험에 빠뜨리는 데 필요한 역량을 전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

보고서를 작성한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31일 VOA와 화상통화에서 북한 지하 깊은 곳을 타격하기 위해 미국이 재래식 무기와 핵 무기를 함께 써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The United States has put a lot of effort into developing conventional capabilities, sometimes called bunker busters, that can hold at risk targets that are buried underground. But another component of that I would offer be certain types of nuclear capabilities that can get at targets that even conventional weapons can't get at. It would be a force mix.”

피터스 연구원은 “미국은 지하에 묻혀 있는 위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재래식 능력을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재래식 무기로도 공격할 수 없는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 특정 유형의 핵 능력도 포함될 수 있다”며 “핵과 재래식 무기의 혼합이 될 것이며, 북한 내 핵심 목표물을 위험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또 미국의 핵무기를 아시아 전구에 배치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United States divested of its tactical nuclear weapons in Asia at the end of the Cold War. So we really have nothing that's postured within the region to respond quickly, unless it comes out of the North American homeland. And I would offer that this is a deterrence gap when it comes to trying to prevent China or North Korea from using nuclear weapons if they see an opening.”

피터스 연구원은 “미국은 냉전 말기에 아시아에서 전술 핵무기를 철수했다”며 “북미 본토에서 발사하지 않는 한 역내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나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기회를 포착했을 때, 이를 막는데 있어 억지력 격차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아시아 전구에서 신뢰할 수 있는 대응책을 내지 못한다면 중국과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며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핵 무력에서 미국과 최소한 동등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핵무기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현재 추진하는 핵무기 현대화 노력보다 더 큰 규모로 핵 무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술핵무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2030년까지 연간 80개, 이후 2035년까지 연간 200개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전략핵잠수함(SSBN) 전력을 확대하고, 센티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 일부는 이동식 발사가 가능하게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

미 국무부는 지난달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제안한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전진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The United States has no plans to forward deploy nuclear weapons to the Korean peninsula. U.S. security commitments to allies and partners in the Indo-Pacific region are steadfast and U.S. extended deterrence commitments to the Republic of Korea, Japan, and Australia remain ironclad.”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 및 파트너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은 확고하며 한국, 일본, 호주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도 철통같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행정부는 역내 확장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 억제 의사 결정에 대한 미한 대화를 증진하기 위한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한 것을 상기시켰습니다.

또한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한국의 전폭적인 신뢰와 미국의 핵 억지력에 대한 지속적인 의존의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혜택에 대한 인식을 거듭 강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그리고 그 너머의 역내 도전에 대응하고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이런 유형의 협력을 계속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공격 위협에 노출된다는 점을 들어 전술핵 재배치의 군사적 효과가 낮다고 지적합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핵 공격의 기준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매우 높은 가치의 목표물이 고정된 장소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밖에 미국 전술핵의 한국 배치에 대해 일각에서 핵확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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