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북한을 비롯한 적성국들의 금융 제재 회피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권위주의 국가들의 자금 세탁 등을 돕도록 설계된 대체 금융 시스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입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공화당 중진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30일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을 겨냥한 ‘2024 제재 회피 방지 및 감축 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들 나라가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입니다.
구체적으로 법안에는 “중국의 국제결제시스템(CIPS)과 러시아의 금융통신시스템(SPFS) 또는 이란의 전자금융메시지시스템(SEPAM)을 사용해 거래를 확인하거나 실행하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쿠바, 베네수엘라 등 우려 국가와 러시아 점령 지역의 모든 금융 기관에 제재를 부과할 것을 대통령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법안] “Direct the President to impose sanctions on any financial institution from a country of concern (China, Russia, Iran, North Korea, Cuba, and Venezuela, as well as Russian-occupied territory) that uses China’s 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 (CIPS), Russia’s 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 (SPFS), or Iran’s System for Electronic Payment Messaging (SEPAM) to verify or conduct a transaction.”
또한 제재를 받은 금융 기관의 미국 내 대리계좌 또는 대리지불계좌를 해지 혹은 금지하거나, 해당 기관 또는 기관 경영진의 미국 내 혹은 미국인 소유의 모든 재산 거래 및 비자를 차단하는 조치를 내리도록 하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됐습니다.
[법안] “Terminate or prohibit any correspondent accounts or payable-through accounts of offending financial institutions in the U.S., or block all transactions in property and visas of such institutions or institution leadership in the United States or in the possession of a U.S. person; and
Require a report from U.S. Department of Treasury outlining the scope and usage of CIPS, SPFS, and SEPAM around the world, the risks of widespread adoption of these systems to U.S. national security, and recommendations to preserve and strengthen U.S. influence in the global financial system.”
아울러 “중국의 국제결제시스템(CIPS)과 러시아의 금융통신 시스템(SPFS), 그리고 이란의 전자금융메시지시스템(SEPAM)의 전 세계 규모와 사용 현황, 그리고 이런 시스템의 광범위한 보급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위험 등을 기술한 보고서를 재무부에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법안] “Require a report from U.S. Department of Treasury outlining the scope and usage of CIPS, SPFS, and SEPAM around the world, the risks of widespread adoption of these systems to U.S. national security.”
중국, 러시아, 이란은 국제 금융 거래에 필수적인 금융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 서구의 제재에 맞서 스위프트를 대체하는 자체 금융 시스템을 각각 만들어 제재 회피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루비오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제재 시행은 우리 법을 집행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우리의 적들이 미국의 제재를 회피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우리 금융 시스템을 보호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루비오 의원] “Sanction enforcement is vital to enforcing our laws. When our adversaries evade U.S. sanctions, we must do everything in our power to ensure they are held accountable and safeguard our financial system.”
VOA는 루비오 의원의 법안에 대한 재무부의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31일 VOA와의 통화에서 국제 금융망에 대한 북한의 접근성은 “상당히 좋지 않다”며 “그들의 은행을 통하는 것이 유일한 접근 방법이지만 여러 은행이 제재를 받고 있어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브라운 교수] “They don't have very good access. Now the access is via their banks, you know, one bank to another bank. Several of their banks are sanctioned so that they can't do that… if the Chinese banks allow that, they can do that… I think what this does is it makes it more difficult and that's the idea of the legislation…I also suspect they're trying to make it more difficult for a Chinese companies or any outside companies to lend money to North Korea for a transaction.”
다만 중국 은행이 북한의 접근을 허용한다면 이를 통해 국제 금융망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법안은 이를 더 어렵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중국 기업 혹은 외국 기업이 거래를 위한 자금을 북한에 대출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북한은 핵과 미사일 자금 조달 우려로 인해 스위프트 접근을 차단 당하는 등 국제 금융 체제에 대한 접근이 상당히 제한된 상황입니다.
미국은 2005년 9월 당시 북한과 거래하던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하고, 이 은행과 미국 금융기관들의 거래를 금지시키도 했습니다.
그러자 각국 금융기관들이 BDA와의 거래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에 BDA 측은 스스로 2천500만 달러에 달하는 북한 계좌를 동결 조치하면서 북한은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사실상 퇴출됐습니다.
의회에서 대북 제재 관련 입법을 자문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VOA에 루비오 의원의 법안과 관련해 “이 법안은 권위주의 및 불법 국가 동맹의 자금 세탁과 제재 위반을 용이하게 하도록 설계된 대체 금융 시스템의 부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This bill is a step toward preempting the rise of an alternative financial system that's designed to facilitate money laundering and sanctions violations by an alliance of authoritarian and outlaw states. This bill does not require the blocking of banks that facilitate payments through those systems or their disconnection from our financial system…It would have been far better if this bill's alternative sanctions were to collect more customer information from those banks, or to harness the subpoena authorities of the Anti-Money Laundering Act of 2020 to create a better pool of financial intelligence against states like Iran and North Korea.”
다만 “이 법안은 이런 시스템을 통해 결제를 촉진하는 은행을 차단하거나 미국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을 끊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법안에 담긴 대체 제제가 해당 은행으로부터 더 많은 고객 정보를 수집하거나 ‘2020년 자금세탁방지법’의 소환 권한을 활용해 이란과 북한과 같은 국가에 대한 더 나은 금융 정보 기반을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었다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20년 제정된 자금세탁방지법은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의무를 강화하고 정보 공유와 법 집행을 증진하는 법안입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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