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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하마스 피해 소송인단에 ‘대북 소장’ 전달 방안 마련 지시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법원 건물.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법원 건물.

미국 법원이 최근 북한을 제소한 하마스 공격 피해 미국인들에게 대북 소장 전달 계획을 보고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다른 대북 소송인단이 이용한 소셜미디어와 이메일, 외교적 경로를 통해 북한에 소송 사실이 고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5일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하마스 공격 피해 미국인에게 ‘보고서’ 제출을 명령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소송을 담당 중인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30일 이내에 그리고 이후 30일마다 원고가 소장 송달을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한 서면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스라엘계 미국인 아옐렛 아르닌의 유족 등은 북한이 당시 공격과 관련해 하마스를 지원했다며, 지난달 17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제소했습니다.

또 이보다 앞선 지난달 1일에는 미국인 에이드리언 앤 네타의 유족 등이 당시 공격에 대해 북한과 이란, 시리아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이 소송들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이들 사건은 별개로 진행되지만 담당 판사는 동일합니다. 이에 따라 램버스 판사는 2건의 소송인단 모두에게 같은 명령을 내렸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인의 대북 소송은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로 최종 결론이 내려집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피고에게 소송 내용이 정식으로 고지돼야 하고, 60일 이내에 피고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공식 확인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이 2020년부터 유엔이 아니거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대북 소송인 등은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에 따라 램버스 판사는 북한에 소장을 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청취하려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편을 통한 소장 전달이 사실상 막힌 상태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미국 연방법원이 미국 대북 소송인 등이 소셜미디어와 이메일을 통해 북한에 소송 사실을 고지할 수 있도록 허가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북한에서 훈련받은 일본 적군파 요원의 테러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그리고 부상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의 엑스(구 트위터) 계정에 소송 사실 고지했습니다.

이후 법원은 이를 북한에 소송 사실이 정식으로 고지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후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와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도 북한의 소셜미디어와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을 통해 소송 사실을 알렸고, 이를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케네스 배 씨는 소셜미디어와 별도로 미국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우편물을 보냈습니다. 당시 북한대표부는 이 우편물을 받은 즉시 반송했지만, 배 씨 측은 이런 행위 자체를 소송 사실을 인지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직접 북한 측에 소장을 전달하는 일명 ‘외교적 경로’를 통한 방식도 있습니다.

최근 국무부 법률자문실(the Office of the Legal Adviser)은 대북 소송 관련 문건 3건을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전달한 사실을 법원 서기관실에 통보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국무부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됐다 이듬해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과 일본 적군파 피해자 등의 대북 소송에 대한 소장 등을 북한 측에 전달했습니다.

또 2021년 북한의 23억 달러 배상 책임을 명시한 미 해군함정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등의 최종 판결문과 의견서 등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전해졌습니다.

다만 국무부가 실제 법원 문건을 북한 측에 전달하기까지 최대 3년이 걸렸습니다. 이는 소송인단이 ‘외교적 경로’ 방식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VOA는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인들에게 북한에 소장을 전달할 방안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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