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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하마스 관련 피소된 북한에 소환장 발부…SNS∙이메일 등으로 송달될 듯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법원 건물.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법원 건물.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피해를 입은 미국인들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북한 정권에 공식 소환장이 발부됐습니다. 최근 법원이 허가한 이메일 송달 방식으로 북한에 피소 사실이 통보될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 서기관실이 29일 북한 정권을 수신인으로 한 민사 소환장(Summons)을 공개했습니다.

소환장의 수신인 란에는 북한의 공식 명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최선희 외무상의 이름이 명시됐으며, 평양 소재 북한 외무성이 송달 주소로 적혔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게시된 이 소환장에는 “귀하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다”는 문구와 함께 “이 소환장이 전달된 시점부터 60일 이내에 원고 측의 소장에 대해 답변을 하거나 연방민사소송규정에 의거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한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소장의 요구 사항에 대한 궐석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고도 명시됐습니다.

이스라엘 군이 압류한 북한 무기. 위에서 아래를 기준으로 첫 번째와 세 번째 무기가 하마스가 북한 F-7의 로켓 추진체를 이용해 만든 대전차 로켓. 두 번째와 나머지 아래 3개 무기는 F-7이다. 모두 뒷부분에 같은 추진체가 달려있다.
이스라엘 군이 압류한 북한 무기. 위에서 아래를 기준으로 첫 번째와 세 번째 무기가 하마스가 북한 F-7의 로켓 추진체를 이용해 만든 대전차 로켓. 두 번째와 나머지 아래 3개 무기는 F-7이다. 모두 뒷부분에 같은 추진체가 달려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망한 미국인 에이드리언 앤 네타의 유족 등 130명은 당시 공격에 북한과 이란, 시리아 정권이 연관됐다며, 지난 1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이들 나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인단 130명은 북한 등이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의 무장 단체를 군사적으로 지원한 사실을 소송의 주요 배경으로 설명하면서, 하마스가 당시 공격에서 북한의 유탄발사기인 F-7을 사용한 사실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소장에는 북한이 하마스의 대규모 땅굴 건설을 도왔다는 내용 등이 담기는 등 북한과 하마스의 연계성에 많은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인단은 북한과 이란, 시리아가 배상금 10억 달러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 30억 달러 등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이란, 시리아와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한 대북 소송은 이번 소송 외에 1건이 더 제기된 상태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소환장이 발부된 만큼 소송인단의 변호인은 조만간 법원 서기관실에 북한 측에 대한 소장 송달을 공식 요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반적으로 법원 서기관실이 이 같은 요청을 받으면 국제 우편 서비스를 통해 북한 외무성에 소환장과 소장, 한글 번역본 등을 보냅니다.

하지만 국제 우편 서비스 ‘DHL’이 2020년부터 유엔 업무나 외교 목적이 아닌 평양행 우편물에 대한 송달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우편을 통해 북한에 소환장 등을 보낼 방법은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변호인은 법원 측에 소셜미디어 혹은 이메일을 통한 소송 사실 고지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이 북한의 소셜미디어 계정과 이메일을 통해 소송 사실을 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 원고는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의 공식 엑스(옛 트위터) 계정과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 등으로 소장 등을 보냈습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인단 역시 동일한 방식을 이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후 북한이 응답을 하지 않는다면 법원 서기관실은 북한의 ‘궐석’을 공식 확인하고,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원고의 승소 즉, 북한의 패소를 공식 명령하게 됩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여러 번 이런 절차를 거쳐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적군파 피해자 측이 X(옛 트위터)에 게시한 법적 고지. 출처=X
적군파 피해자 측이 X(옛 트위터)에 게시한 법적 고지. 출처=X

1972년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적군파 테러 희생자의 가족인 루스 칼데론 카도나 씨는 북한이 적군파 요원들에게 숙식과 통신 장비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해 2010년 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또한 지난 1968년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도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약 24억 달러의 배상 책임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밖에 북한에서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와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제기한 소송과 대북제재 위반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미 검찰의 몰수 소송 등도 북한 정권을 미 법원에 세워 승소한 사례로 꼽힙니다.

앞서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하마스의 공격과 관련된 이번 대북 소송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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