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올 상반기 북한 대중 가발 수출액 1억 달러 돌파…역대 최대 기록


중국 단둥 세관 직원이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단둥 세관 직원이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자료사진)

올해 상반기 북한의 대중 가발 수출액이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강제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북한산 가발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북한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일 VOA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은 올 상반기 중국에 총 1억548만7천 달러어치의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을 수출했습니다. 역대 최대치입니다.

이는 올 상반기 북한의 전체 대중 수출액 1억7천615만6천 달러의 59.9%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북한의 대중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전체 대중 수출 품목 가운데 1위였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북한의 대중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 수출액은 7천388만2천 달러로, 전체 대중 수출액의 54.9%였습니다.

올 상반기엔 전년 동기 대비 3천160만5천 달러가 더 증가한 것입니다.

북한은 2017년 6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7년 9월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해 기존 주력 수출 품목이었던 섬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자 2018년부터 비제재 품목인 가발과 속눈썹을 포함한 인조 모발 제품 등을 중국에 수출해 왔습니다.

중국에서 사람의 머리카락과 양모 등 재료를 수입해 가발 등을 만들어 완제품으로 중국에 되파는 방식입니다.

북한의 대중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 수출은 2017년 상반기엔 11만3천 달러에 그쳤으나 대북 제재로 섬유 수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대체 주력 수출 품목으로 떠올라 2018년 상반기에 93만2천 달러까지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급감했다가 2022년 상반기 39만4천 달러로 수출이 재개됐고, 지난해엔 7천388만2천 달러까지 폭증했었습니다.

올 상반기엔 역대 최고치까지 기록한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 등에서 강제 노동을 통해 만든 북한산 가발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 등 전 세계로 수출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 최대 수출국은 미국입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대미 인조 모발 제품 수출액은 11억6천38만 달러로, 전체 인조 모발 제품 수출액 17억7천349만7천 달러의 65.4%에 달합니다.

게다가 중국의 대미 인조 모발 제품 수출액은 최근 들어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상반기엔 9억4천106만1천 달러였고, 지난해 같은 기간엔 9억6천442만7천 달러로 소폭 증가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엔 11억6천38만 달러까지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으로 둔갑한 북한산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이 미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사진=HRNK.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사진=HRNK.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으로 활동했던 대북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법적으로 북한 노동력으로 만든 제품은 미국으로 수입할 수 없다”면서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와 사설 또는 준사설의 열악한 작업장에서 가발과 인조 속눈썹을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런 다음 북한 정부는 가발과 속눈썹을 중국 수출업자에게 외화를 받고 판매하고, 수출업자는 이를 '중국산'으로 둔갑시키고 소비자는 이를 알지 못한 채 가발을 구입해 착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Legally, products made with North Korean labor may not be imported into the United States. North Korea is known to manufacture wigs and false eyelashes, both in political prison camps for women and in private or semi-private sweatshops. The state then sells the wigs and eyelashes to Chinese exporters for hard currency, the exporters label them ‘Made in China,’ and consumers unknowingly buy and wear them.”

스탠튼 변호사는 “우리 정부는 이런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산 가발과 속눈썹은 세관에서 감시 목록에 추가해 공급망을 역추적하는 검사를 강화해 북한산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노동력이나 자재가 사용된 증거가 발견되면 법에 따라 해당 제품을 압수하고 제조업체의 자산을 동결해야 한다”면서 “또 강제 노동 사용에 대한 모든 정보를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 영국 등 동맹국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들도 중국산 가발과 속눈썹을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Our government is doing a very poor job enforcing those laws. Wigs and eyelashes from China should be watchlisted by Customs for enhanced inspection to trace their supply chains back to the original sources, to ensure that they are not of North Korean origin. If we find evidence of North Korean labor or materials in them, by law, the products must be seized, and the manufacturers' assets must be frozen. We should also share any intelligence on the use of forced labor with our allies in Canada, Mexico, the EU, the UK, and other states. Finally, consumers should boycott wigs and eyelashes from China.”

VOA는 국토안보부(DHS) 세관∙국경보호국(CBP) 등 당국에 북한산 가발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에 유입될 가능성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등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7년 ‘제재를 통한 적성국 대응법(CAATSA)’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북한 정권이 강제 노동을 통해 외화 수입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해 채굴, 생산, 제조 과정의 일부에라도 북한 노동력이 이용된 제품은 미국에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가발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 자체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생산 과정에서 북한의 강제 노동이 없었다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제재를 통한 적성국 대응법’을 위반하는 것이 돼 미국의 모든 입국항에서 압류∙몰수될 수 있습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소재 ‘엘프 코스메틱스(e.l.f. Cosmetics·엘프)’ 사가 2012년부터 약 5년 간 중국 소재 2개 납품업자로부터 수입한 인조 속눈썹에 북한산 재료가 포함된 사실을 적발, 2019년 엘프 사에 약 1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DHA)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2022년 12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노동력을 사용해 제조된 중국산 제품들을 미국의 모든 입국항에서 압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압류 대상은 징더무역(Jingde Trading Ltd.), 릭신식품(Rixin Foods. Ltd.), 저장 선라이즈 의류그룹 (Zhejiang Sunrise Garment Group Co. Ltd) 등 3곳의 중국 업체에서 생산된 제품들이었습니다.

당시 조치는 이들 업체들이 공급망에서 북한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미국의 '제재를 통한 적성국 대응법'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CBP 조사결과 드러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세관∙국경보호국은 앞서 지난 2월 VOA의 관련 질의에 “기업들은 북한의 노동력을 포함해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미국으로 수입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전 대책을 마련해 공급망을 모니터링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기업들이 공급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북한산 제품 반입) 위험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기업들은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실사를 진행하고, 전체 공급망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었습니다.

[국토안보부] “Companies have a responsibility to proactively monitor their supply chains to mitigate the risk of importing goods into the United States that were produced with forced labor, including North Korean labor. No one knows their supply chains better, and the risks have already been identified for them. Companies should exercise due diligence and closely examine their entire supply chain.”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