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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하마스 지원’ 피해자들, 미 법원에 소장 송달 요청…‘평양 전달’ 난항


이스라엘 군이 공개한 하마스로부터 압수한 무기들. 붉은색 띠가 둘러진 탄두는 북한산 F-7 로켓추진식 수류탄으로 의심된다.
이스라엘 군이 공개한 하마스로부터 압수한 무기들. 붉은색 띠가 둘러진 탄두는 북한산 F-7 로켓추진식 수류탄으로 의심된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된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들이 소장 송달을 법원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최선희 외무상이 수신인이지만 이번에도 평양에 전달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7월 북한 정권을 제소한 소송인단이 북한에 소장 전달을 시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사망한 미국인 에이드리언 앤 네타의 유족 등 130명은 당시 공격에 북한과 이란, 시리아 정권이 연관됐다며, 지난 7월 1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이들 나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피해자 가족 등의 변호인은 지난달 30일 워싱턴 DC 연방법원 서기관실에 소장 송달을 공식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소장의 송달 주소는 평양 소재 북한 외무성으로, 수신인은 최선희 외무상으로 명시했습니다.

또 이번 소송의 ‘소환장’과 소장의 한글 번역본, 소송 근거를 명시한 법 조항 사본도 첨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국제우편 서비스인 ‘DHL’과 ‘페덱스(FedEx)’가 북한에 어떤 형태의 우편물도 배송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 우체국을 통한 송달을 시도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소송인단 130명은 북한 등이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의 무장 단체를 군사적으로 지원한 사실을 소송의 주요 배경으로 명시하고, 하마스가 당시 공격에서 북한제 유탄발사기인 F-7을 사용한 사례를 들었습니다.

소장은 하마스의 대규모 땅굴 건설을 북한이 도왔다는 내용을 담는 등 북한과 하마스의 연계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인단은 북한과 이란, 시리아가 배상금 10억 달러에 더해 징벌적 손해 배상 30억 달러 등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변호인단의 ‘송달’ 요청을 받은 법원 서기관실은 해당 우편물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냅니다.

한때 북한행 소장 전달 창구였던 국제 우편 서비스 DHL은 2020년부터 유엔 업무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 취급을 중단했습니다.

페덱스는 애초에 북한으로의 우편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현재로선 미국 우체국이 유일한 소장 송달 수단으로 남아 있지만 이 역시 성공 가능성이 낮습니다. 우체국을 통해 북한으로 송달된 법원 문건이 약 1년 만에 반송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통상 미국인의 대북 소송은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로 최종 결론이 납니다. 다만 이를 위해선 피고에게 소송 내용이 정식으로 고지돼야 하고, 60일 이내에 피고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공식 확인돼야 합니다.

그렇다고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최근 미국 연방법원이 소셜미디어와 이메일을 통해 북한에 소송 사실을 고지할 수 있도록 허가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북한에서 훈련받은 일본 적군파 요원의 테러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부상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의 엑스(구 트위터) 계정에 소송 사실 고지했습니다.

그러자 법원은 소송 사실이 북한에 정식으로 고지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후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와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도 북한의 소셜미디어와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을 통해 소송 사실을 알렸고, 이를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인단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에 소송 사실을 고지할 수 있습니다.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소장을 전달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앞서 북한대표부는 케네스 배 씨가 보낸 우편물을 즉각 반송했지만 배 씨 측은 이런 행위 자체를 ‘소송 인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3년이나 걸리긴 했지만 국무부 법률자문실(the Office of the Legal Adviser)이 미국인 대북 소송인의 소장을 뉴욕 북한대표부에 전달한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이란, 시리아와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하마스의 공격과 관련된 이번 대북 소송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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