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위성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으로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의 부산항 입항을 탐지했다는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찰위성이 정상 가동 중인 만큼 사진 촬영과 송∙수신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여전히 한계도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위성 전문가인 조너선 맥도웰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박사는 25일 “북한 정찰위성인 만리경 1호가 9월 23일 오전 10시 3분 부산 상공을 지나갔다”면서 “(위성에 탑재된) 카메라가 작동 중이었다면 미국 잠수함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만리경 1호의 위성 사진 촬영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특별히 이를 의심할 만한 이유가 없다”며 “북한이 구체적인 시각을 발표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각 위성이 부산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경우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도웰 박사] “I don't have any particular reason to doubt this. I mean that the fact that they announced this with a specific time and it is the right time that the satellite went over Busan, you know, I tend to think that they're probably telling the truth in this case.”
북한이 위성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선 “아마 북한이 카메라의 성능을 공개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맥도웰 박사는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4일 북한 대외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낸 담화를 통해 지난해 11월 쏘아 올린 북한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역량을 과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국가수반의 직속 독립 정보기관인 항공우주정찰소는 지난 23일 10시 3분 10초 한국 부산항의 상시 주목 대상인 어느 한 부두에서 이상물체를 포착하였으며 그 정찰자료를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SSN) 버몬트함이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것을 만리경 1호로 정찰∙탐지했다면서 분초까지 제시하며 그 역량을 과시한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만리경 1호가 사실상 군사정찰위성으로서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해 왔습니다.
지난 2월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은 “북한 위성이 일을 하는 징후는 없다”며 “하는 것 없이, 일없이 돌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앞서 북한이 지난해 5월 정찰위성 발사를 처음 시도했을 때 위성체에 탑재한 광학 장비는 3m급 해상도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군사정찰위성의 통상 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습니다.
통상 군사정찰위성은 가로∙세로 1m 이하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서브미터급 해상도를 갖춘 위성을 뜻합니다.
이에 반해 지난해 12월 한국이 쏘아올린 군사정찰위성은 가로∙세로 30cm 크기 물체까지 식별해 낼 수 있는 고성능 전자광학, 적외선 장비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리경 1호 이미지 송신 가능할 것”
위성 전문가인 마르코 랭브로크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25일 “북한이 위성을 통제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궤도를 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위성으로부터 영상을 수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랭브로크 교수는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북한이 부산을 탐지했다고 밝힌 날짜와 시각에 위성이 실제로 한국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만 위성 사진 이미지가 선박 등 서방의 주요 자산 등을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좋은지는 실제 이미지를 보지 않고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랭브로크 교수는 그러면서도 북한이 위성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위성 사진을 공개하면 서방에 자신들의 위성 탐지 역량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략적 이유로 공개하지 않으려 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랭브로크 교수] “However, given that they have their satellite under control, and that they are actively adjusting the orbit to keep it in the appropriate sun-synchronous orbit, I do think it is certainly possible that they receive imagery from it too. Whether such imagery is good enough to identify key Western assets such as ships etc., is another matter and impossible to give a meaningful answer to without having seen the actual imagery.”
“만리경 1호 정상 가동 중∙∙∙세 차례 궤도 상승”
맥도웰 박사는 “만리경 1호가 정기적으로 궤도를 상승시키고 있다”면서 “만리경 1호가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만리경 1호는 이달 초에 또 한 차례 궤도를 다시 올렸고, 이는 위성 발사 후 세 번째 재상승”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위성의 궤도 고도를 시간에 따라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 명백한 재상승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 데이터는 미국 우주군의 공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맥도웰 박사] “The satellite is showing signs of activity, namely it is boosting its orbit on a regular basis. The satellite made an orbit reboost earlier this month, the third such reboost in the mission.”
그러면서 오는 12월쯤 또 한 차례 궤도 상승을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만리경 1호는 이달 초에도 며칠에 걸쳐 조금씩 궤도 고도를 상승했다며 “아마 로켓 엔진이 매우 작아서 한 번 점화할 때마다 조금씩만 밀어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번에 많이 밀어 올렸다가 잘못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조금씩 밀어 올리면서 그 결과를 확인해 보고 다시 조금씩 밀어 올렸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녹취: 맥도웰 박사] “There may be, it may be that they also want to check each time how much it's reboosted. So they wait, you do a little bit, you wait and see was that right?
Okay then we'll do another little bit rather than doing one big bit that might go very wrong.”
맥도웰 박사는 북한 관제소에서 만리경 1호가 한반도 상공을 지날 때 위성에 무선 신호를 보내 위성을 가속시키는 로켓 엔진을 작동시켜 위성의 속도를 높여 고도를 높였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랭브로크 교수도 “만리경 1호는 올 2월 처음 궤도를 올렸고, 6월에 또 한 번, 그리고 9월 초에 세 번째로 궤도를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궤도 상승 기동은 모두 비슷한 패턴을 따랐는데 5일간 매일 한 단계씩 총 5단계에 걸쳐 궤도 고도를 높여 발사 직후의 궤도 고도로 되돌렸다”고 말했습니다.
만리경 1호의 고도가 9월 6일 499km에서 10일 511km로 12km 상승했다는 설명입니다.
랭브로크 교수는 위성의 궤도 고도는 외부 대기의 저항으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낮아지기 마련인데 주기적으로 위성을 다시 궤도로 되돌려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위성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위성의 점진적 궤도 상승은 위성이 평양 상공을 통과하는 현지 시각 오후 10~11시 사이에 이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약 100일마다 궤도 상승이 시작됐다고 부연했습니다.
9월 6~10일 사이 궤도 고도 상승이 이뤄진 만큼 다음 번 상승은 오는 12월 중순쯤 이뤄질 것이란 설명인데, 이는 맥도웰 박사의 전망과 일치합니다.
랭브로크 교수는 “이런 궤도 상승은 북한이 위성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면서 “궤도 상승 기동의 시간과 위치로 볼 때 평양에서 제어 명령을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주기적으로 궤도 고도를 원래대로 끌어올려 위성을 의미 있는 고도에서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랭브로크 교수] “These orbit raises clearly show that North Korea has control over its satellite, and from the times and locations we can reconstruct for the orbit raising manoeuvers, it appears they send the control commands from Pyongyang.”
“현재 위성이 하나뿐이라는 점은 큰 한계”
랭브로크 교수는 북한 정찰위성 역량 개발에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북한이 외부의 도움과 상관없이 미사일과 우주 프로그램에서 분명히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리경 1호의 가장 큰 한계는 현재 위성이 하나뿐이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구름이 끼지 않은 날에만 하루에 한두 차례 특정 지역의 사진을 얻을 수 있으며 이런 감시 활동은 매일 매우 짧은 시간에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론적으로 북한의 적들이 짧은 위성 통과 시간을 피하거나 활동을 잠시 중단해 탐지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랭브로크 교수] “The main limitation I see for Malligyong-1 so far is that currently it is on its own. It means North Korea can get one, maybe two picture of a certain locality each day – if cloud cover allows!- and that monitoring is limited to a very brief window of time each day. This means that North Korean adversaries in theory can try to conceal or briefly halt activities during this brief daily period of satellite overpasses, in order to evade detection.”
또 위성과의 접촉이 위성이 북한 상공에 있을 때만 가능해 지상 기지로의 이미지 전송은 매일 짧은 시간으로 제한되고, 이는 곧 하루에 전송할 수 있는 이미지의 양이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일부 목표물만 선별적으로 감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양에서 수신한 이미지는 이미 여러 시간 전에 촬영한 것일 수 있다는 겁니다.
랭브로크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장의 이미지’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비록 성능이 떨어지는 정찰위성이라도 여러 개를 갖추게 되면 정찰 탐지 능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을 것이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군사정찰위성 3개를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27일 북한이 발사한 2차 군사정찰위성이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