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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공격’ 1주년] 3. 피해자들, 북한 책임 주장…소송 확대 전망


8일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지 난민 캠프에 이스라엘 공습 이후 파괴된 텐트 옆에 서 있는 어린이의 모습.
8일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지 난민 캠프에 이스라엘 공습 이후 파괴된 텐트 옆에 서 있는 어린이의 모습.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여파는 군사와 외교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미국에선 하마스의 지원 세력으로 지목된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되며 법적 문제로까지 확대됐는데요. 최근엔 소송 확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 이면에서 진행 중인 피해자들의 소송과 그 전개 상황을 함지하 기자가 짚어봅니다.

[‘하마스 공격’ 1주년] 3. 피해자들, 북한 책임 주장…소송 확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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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인해 약 1천200명이 숨졌습니다.

이스라엘에는 미국과 이스라엘 국적을 모두 보유한 소위 ‘복수 국적자’가 적지 않은데, 이에 따라 약 40명에 달하는 미국인 사망자도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부상자까지 합치면 적지 않은 미국인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인 피해자, 북한 상대 소송 제기

이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인이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기한 민사 소송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하마스의 당시 기습 공격으로 사망한 미국인 에이드리언 앤 네타의 유족 등은 올해 7월 미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피고는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를 군사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과 이란, 시리아 정권입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의 테러로 인해 당시 실종 상태였던 미국인 에이드리언 앤 네타(좌측 사진)의 유족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의 테러로 인해 당시 실종 상태였던 미국인 에이드리언 앤 네타(좌측 사진)의 유족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고에는 네타의 유족과 함께 다른 희생자와 가족, 부상자 등 총 130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어 약 3주 뒤, 워싱턴 DC 법원엔 하마스 피해자 약 90명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또 다른 소장이 접수됐습니다.

이 역시 하마스를 군사적으로 지원한 ‘북한’을 피소 대상으로 지목한 경우인데, 이전 소송을 합쳐 200명이 넘는 미국인이 하마스의 당시 공격을 이유로 북한을 미국 법원에 제소한 것입니다.

또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VOA와 만난 이스라엘의 닛사나 다르샨-라이트너 변호사도 하마스 피해자를 대리해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북한에 대한 소송인단 규모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이란, 시리아와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하마스 연계성에 초점

소송인단은 하마스의 당시 공격과 북한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을 소송의 근거로 내세웁니다.

특히 북한이 하마스의 테러 공격에 물질과 훈련을 제공했으며, 북한이 만든 무기가 하마스에 의해 이용된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7일 이스라엘 군이 츠리핀 지역의 군 기지에 북한산 무기를 포함하여 하마스로부터 압수한 무기들을 전시해 공개했다.
7일 이스라엘 군이 츠리핀 지역의 군 기지에 북한산 무기를 포함하여 하마스로부터 압수한 무기들을 전시해 공개했다.

앞서 다르샨-라이트너 변호사는 “안타깝게도 하마스는 10월 7일에 1천200명을 죽였고, 그중에는 미국인도 포함돼 있다”며 “이들에겐 북한을 고소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다르샨-라이트너 변호사] “Unfortunately, Hamas killed 1200 people in October 7th and they are some Americans who were killed and therefore they have a right to sue North Korea… So, they gave weapon to Hamas. They are responsible for the damages of Hamas carried out during this massacre.”

이어 “북한은 하마스에게 무기를 제공했다”며 “그들은 하마스의 이번 학살에 따른 피해에 책임이 있다”고 거듭 비판했습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이번 소송의 대리인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의 조너선 그린블랫 최고경영자(CEO)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 및 무장 세력 간 관계가 있다는 것은 수년 동안 알려져 왔다”며 “(지난해 10월 7일 공격을 계기로)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북한산 군수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린블랫 CEO] “We’ve know for years about the relationship between North Korea and Palestinian militants, and since October 7th, we have evidences been uncovered: number one, there are North Korean munitions in Gaza being used Hamas terrorists.”

또한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거리 밑에 터널 시스템을 건설해 인질을 붙잡아 두거나 무기를 저장하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북한 기술자들과 정부가 지원했다는 사실을 공개 법정에서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소송인단은 북한의 유탄발사기인 F-7이 당시 하마스에 의해 사용된 사실을 소장에 명시했습니다.

앞서 VOA는 이스라엘 현장 취재를 통해 하마스가 북한산 유탄발사기를 살상력이 더 큰 대전차 무기로 개조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또 F-7 내부 부품에 적힌 한글도 발견해 보도했는데, 이후 한국 국정원도 이 같은 VOA 보도가 사실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소송인단은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북한의 책임 부분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 외에도 소장에는 북한이 하마스의 대규모 땅굴 건설을 도왔다는 내용이 담기는 등 북한과 하마스의 연계성에 많은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발견된 헤즈볼라 땅굴. (자료사진)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발견된 헤즈볼라 땅굴. (자료사진)

하마스의 공격이 이뤄진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지역에선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의외의 장소인 미국 법원에서, 그것도 북한을 상대로 한 공방이 시작된 것입니다.

소송인단 규모 더 커질 듯

이번 소송이 더 주목되는 건 소송인단 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지난 2일, 2차 소송인단의 변호인은 새로운 원고가 포함된 소장 수정본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 군인 3명의 유가족이 추가됐는데, 이들의 사망 시점은 지난해 10월 7일이 아닌 올해 1~2월입니다.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투입됐다가 전사한 군인과 가족이 정식으로 원고에 포함된 것입니다.

하마스의 공격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인뿐만 아니라 이후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군인들도 소송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번 소송 규모가 앞으로도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전투가 하마스를 넘어 헤즈볼라나 이란까지 확대된다면 소송인단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소송이 북한을 겨냥한 만큼 북한의 배상 책임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배상액 최소 20억 달러 요구

소송인단은 북한이 각각의 소송에서 약 10억 달러씩, 총 20억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북한 입장에선 연간 국내총생산(GDP) 약 233억 달러의 8.5%에 해당할 만큼 큰 금액입니다.

과거 미국 법원이 북한에 비슷한 규모의 배상 판결을 내린 점으로 본다면 소송인단의 요구 금액이 무리한 수준은 아닙니다. 또 북한이 앞선 다른 소송과 마찬가지로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1972년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적군파 테러 희생자의 가족인 루스 칼데론 카도나 씨는 북한이 적군파 요원들에게 숙식과 통신 장비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해 2010년 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지난 1972년 7월 이스라엘에서 텔아비브 로드 공항 테러 사건 용의자인 일본 적군파 대원 오카모토 코조(가운데)의 재판이 열렸다.
지난 1972년 7월 이스라엘에서 텔아비브 로드 공항 테러 사건 용의자인 일본 적군파 대원 오카모토 코조(가운데)의 재판이 열렸다.

또한 지난 1968년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도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약 24억 달러의 배상 책임을 이끌어냈습니다.

아울러 북한을 방문했다 혼수상태로 돌아와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북한 당국의 고문으로 아들이 사망했다고 주장해, 지난 2018년 법원으로부터 약 5억 달러의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물론 북한이 미국 법원의 배상 명령을 이행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대신 북한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위반 기업의 벌금 등으로 충당한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 일부 피해자들은 미국 등에 압류된 북한 자산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법적 분쟁은 이제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앞서 VOA는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에 미국인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중동에서 북한제 무기나 기술이 사용됐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해 10월 유엔총회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회의에서 “일부 서방 국가들이 중동 위기를 우리와 억지로 연결하려는 대북 비방 책동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의 북한 대표부가 위치한 디플로맷 센터 입구에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VOA 취재진의 질의에 응하지 않고 외면하는 모습.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의 북한 대표부가 위치한 디플로맷 센터 입구에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VOA 취재진의 질의에 응하지 않고 외면하는 모습.

특히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스라엘 대사를 인터뷰한 VOA 보도를 겨냥해 “미국 행정부 소속 어떤 매체가 북한의 무기가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근거 없고 거짓인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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