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수립을 통해 역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역내 다자간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0일 한국과 아세안이 정상회의에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한국이 국경을 넘어 역내 공동 도전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 think first of all, it's yet another manifestation of President Yoon's pledge to have South Korea play a larger role in the Indo Pacific as we saw in the December 2022 Indo Pacific Strategy, which was the first one that South Korea had ever issued. Since then, we've seen a number of steps that the Yoon administration has taken and this is really kind of a continuation of ongoing efforts. So I think it's very commendable that Korea is looking beyond the peninsula and as indeed.”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지난 2022년 12월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볼 수 있듯이 윤석열 대통령은 역내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면서 “이번 조치는 계속 이어져 온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동북아 넘어 더 중요한 역할 모색”
특히 북한 문제 뿐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와 경제, 사이버 안보,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협력 의제가 구체적으로 다뤄진 점에 주목하면서 한국이 역내에서 역할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도 이날 VOA에 한국과 아세안 간 협력 강화가 최근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자 하는 중요한 시기에 이뤄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아세안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것은 한국이 이들과 경제-외교 영역을 넘어선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한국은 동북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받고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앤드류 여] “The designation of ASEAN-ROK relations as a ‘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is significant as Korea seeks to find ways to enhance cooperation with ASEAN members that go beyond the economic and diplomatic realm. South Korea wants to play a more important role, and be recognized as a strategic partner beyond Northeast Asia.”
앞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0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국-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양측은 이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정치 안보와 경제, 사회 문화 등 세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오는 11월 한-아세안 첫 국방장관 대면회의를 개최하고, 아세안의 사이버 안보 역량 강화 지원을 비롯한 전략 공조와 안보 협력 수준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또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비롯해 국제법에 따른 항행의 자유 증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경제 분야 협력 강화 측면 주목”
데이비드 필즈 위스콘신주립대 동아시아학연구소 부소장은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지난 20년간 주로 외교·안보 분야에 국한해서 관계를 맺어왔지만, 이번에는 특히 경제 분야 협력 강화 측면에 중점을 둔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필즈 부소장] “So I see this development as just another step down the road that South Korea has been on for the last 20 years of deeper ties diplomatically and economically with ASEAN. It's a strategy that to me makes perfect sense to try to diversify its trade and economic partners especially when US and China tensions are, you see, there's no sign that they're going to relax at any point in the future.”
필즈 부소장은 특히 제조업과 무역 부문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이 미중 관계 갈등 국면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에 대한 활로를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무역 및 경제 파트너를 다양화하려는 한국의 전략은 타당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반도 집중만으로 안보 유지 불가”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단순히 한반도에만 집중해서는 안보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점도 이번 아세안과의 협력 확대에서 눈여겨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re's no way South Korea can simply focus on the peninsula and maintain its security. It's got to work i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try to help to stop North Korea's illicit activities and control the dangers that North Korea is able to compile by working in many different countries with many different people, some of whom are criminals. And so South Korea's got to work with many different countries to try to get all that under control. South Korea is also anxious to do whatever we can with the various countries around the world to prevent things that North Korea needs for its weapons from getting to North Korea whether it's advanced electronics, special materials, critical minerals, all of those things we need good cooperation with globally to gain a control and try and minimize North Korea's growing threats.”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여러 나라에서 다수와 협력하며 제기하는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함께 나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첨단 전자제품이나 특수 소재, 주요 광물 등 북한의 무기에 필요한 것들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여러 나라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싶어한다”며, 아세안과의 안보 협력 확대도 이런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중국해 언급, 역할 확대 신호”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날 VOA에, 이번 한-아세안 공동성명에서 두드러진 또 한가지 특징으로 ‘남중국해 문제와 항행의 자유’에 대해 언급한 것을 꼽았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commitment of all parties to "peace, stability, security, safety, and freedom of navigation" in and above the South China Sea demonstrates Seoul's appreciation of the importance of territorial and legal matters in these hotly contested waters. And while China is not mentioned in the text, the language agreed upon can readily be interpreted as a message to Beijing and its ongoing violations of international law and the Law of the Sea in these troubled waters. Seoul's role in the region is evolving and remains a work in progress. Nevertheless, the current emphasis on ties with ASEAN is a sign that the ROK is prepared to play a greater role and contribute more to regional peace, security, stability, and development.”
그러면서 “남중국해 안팎의 ‘평화와 안정, 안보, 안전, 항행의 자유’에 대한 모든 당사국의 약속은 한국이 이 첨예한 분쟁 해역의 영토 및 법적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역내에서 한국의 역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면서도, “현재 한국이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는 것은 한국이 역내 평화와 안보, 안정, 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하고 더 많은 기여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석좌도 이날 VOA에 “아세안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작전을 중단시키거나 미얀마의 장기적인 내전을 막지 못했더라도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이 역내 다자 외교 체제를 지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It is vital that the United States, South Korea, and other liberal democratic countries support multilateral diplomatic frameworks in the region, even if ASEAN has failed to halt Beijing’s illegal and coercive maneuvers in the South China Sea or stem the protracted civil war in Myanmar. The upgraded partnership also underscores the Yoon administration’s Korea-ASEAN Initiative and reinforces Seoul’s role in supporting a free and open Indo-Pacific region and becoming a pivotal global state.”
그러면서 남중국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논의한 것은 “한국 정부가 아세안과의 이니셔티브를 강조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지원하며 중추적인 글로벌 국가가 되기 위한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인태 전략과 ‘일치’…시너지 낼 것”
미국의 전문가들은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협력의 틀을 넓히고 역할을 확대하려는 한국의 전략이 미국의 인태 전략과도 일치한다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무부 출신의 토머스 신킨 알스트리트연구소 정책국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자신을 역내 플레이어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과 외교, 안보, 무역 정책에서 북한만이 아닌 다른 방향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킨 정책국장] “I think it's a very encouraging sign that Korea is beginning to view itself more as a regional player and that Republic of Korea instead of just looking north, it is also looking in other directions of the compass, including South when it comes to its foreign policy, its security policies, trade policy and so forth. So that's certainly encouraging and I'm sure it's something that you know, the United States should welcome. It plays in very well or complements the US strategy of developing a network or web of interrelationships among the countries in the Indo Pacific region first for its own merit and second as a means of constraining and counterbalancing China.”
특히 “이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도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 간 네트워크 또는 상호 연결망을 개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매우 잘 부합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을 억제하고 역내 균형을 맞추는 측면에서도 미국은 환영하는 입장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앤드류 여 석좌는 한국이 아세안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것은 “전통적인 양자 동맹을 넘어서는 역내 동맹, 파트너십 및 다자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여 석좌] “ASEAN-ROK cooperation also strengthens the growing network of alliances, partnerships, and minilaterals in the region that go beyond the traditional US hub-and-spokes alliances. This is in line with the Biden administration’s goal of building the lattice work of alliances and institutions designed to strengthen cooperation, prosperity, and peace in the Indo-Pacific.”
그러면서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과 번영, 평화를 강화하기 위해 설계된 다자간 ‘격자 구조’ 동맹을 구축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와도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미국과 한국, 일본에서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역내에서 북한과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포괄적인 협력을 넓히려는 기조는 유지·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한일 3국 간 인도태평양 역내 협력 강화 추세 속에서 한국이 역내 역할을 더욱 확대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이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중국의 압박에도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의 실행력 강화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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