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과의 합동 군사훈련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러 협력 강화를 엄중 우려한다며 밀착의 진전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취하겠다는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좀 자세히 전해주시죠.
기자)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총회에서 북한과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켜봐야 할 일”이라면서도 “할 수도 있다. 왜 안 되겠냐”고 답변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언급하며 “다른 나라의 침략이 있을 때 상호 지원에 관해 언급한 협정4조가 있는데 모든 내용이 다 거기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협정 4조는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면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 협정이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에 대한 윤곽을 설명한다며 이를 “역내 안정의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협정에 새로운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으며 본질적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옛 소련 시대에 존재했던 관계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옛 소련은 소련 붕괴로 지금은 폐기된 조소 우호조약을 지난 1961년 체결했는데 여기에도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들어 있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동향에 국제사회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요?
기자)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의 정당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발언이라며 특히 연합훈련을 빗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도와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될 수 있고 나아가 전선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언급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중요한 건 법률적 기초를 갖고 러시아와 북한군이 연합태세를 갖추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걸 얘기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연합훈련이라는 건 결국 연합태세를 의미하는 것이거든요. 현재 연합태세라는 건 북한 땅이 아니고 러시아 본토에 전개한 북한 특수작전군과 러시아군이 함께 하는 연합태세이기 때문에 사실상 북러 연합군의 특별군사작전을 의미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은 강화된 미한 동맹에 대응해 북러동맹으로 대치구도가 만들어지길 원하고 있다며 최근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북한군 파병에 따른 국제사회 비난, 자국의 전력 공백 등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러시아에게 연합훈련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병력과 무기를 지원받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이 시점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역할을 강조하고 북한이 원하는 국제적 위상을 쥐여준다는 건 이미 북한에서 뭔가 약속을 받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거든요. 여기서 북한에게 러시아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무기와 추가병력 투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는 북러 합동 군사훈련 가능성에 대해 “동향을 지켜보며 진전에 따른 단계별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부대변인은 “정부는 북러 간 상호 군사적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 대통령 당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새로운 변수가 되지 않을까요?
기자) 그런 분석들이 나옵니다.
푸틴 대통령은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총회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 우크라이나 위기 종식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내용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 대선 유세를 펼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취임하고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고 “당선되면 취임 전에 해결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 트럼프 당선을 축하하며 “트럼프 당선인이 암살 시도를 당했을 때의 행동이 인상 깊었고 그는 용감하다”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홍민 박사는 트럼프 당선인 진영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패보다 종전 자체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지원 축소 또는 중단 그리고 현 상태를 인정한 종전 등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트럼프 진영도 러시아 팽창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협상에 들어가도 종전의 조건과 러시아 제재 문제 등을 놓고 줄다리기가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트럼프의 당선이 북러 밀착에도 영향을 줄까요?
기자) 장용석 박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북한이 많은 핵을 갖고 있고 자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잘 지내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해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은 ‘강 대 강 선 대 선’이라는 원칙 아래 러시아와의 협력과 핵 무력 강화 노선을 유지하면서 대미 협상에 대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리는 당연히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대미 관계에서도 나름 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을 지속할 가능성 이런 게 더 주목되지 않나 싶어요.”
두진호 박사는 푸틴 대통령의 경우 종전협상이 진행된다고 해도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주둔이 필요할 것이라며 북러 간 협력은 기존의 시간표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러 밀착이 지속된다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 협상 실현 여부엔 어떤 영향을 줄까요?
기자) 홍민 박사는 북러 밀착이 북한의 대미 협상과 충돌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 문제로 러시아 눈치를 봐야 할 입장도 아니고 러시아 또한 북한과 트럼프 행정부간 협상을 굳이 꺼려하지 않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홍 박사는 북한의 미 본토를 겨냥한 핵 위협 문제가 갖는 극적 효과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조기에 대북 협상을 추진할 수 있고 김정은 위원장도 일단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우크라이나 문제가 조금 평화협상 모드로 들어가면 한반도 문제도 바로 건드릴 가능성이 있어요. 이건 김정은과 탑다운을 다시 재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여기에 대해서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ICBM 본토 올 수 있는 것 실험 다 중지시키고 모라토리엄 선언하게 하고 이게 성과다 그러면 성과를 거둘 수 있거든요. 김정은도 빠르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어요. 미국과 대화국면이 오면 빠르게 접촉해서 탐색전을 벌이고 미국 셈법이 어느 정도 되는지 빨리 간파하려고 할 거에요.”
김인애 부대변인은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북한의 반응이 나오지 않는 데 대해 “북한은 과거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도 결과가 확정되자마자 즉각적으로 당선 사실을 알린 경우는 없었다”며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고 관련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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