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 3척이 또다시 공해상에서 발견됐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로에서 포착된 이들 유조선이 러시아에서 불법으로 유류를 선적하려는 것은 아닌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공해상에서 신호가 포착된 유엔 제재 대상 유조선은 안산1호와 월봉산호, 유정2호입니다.
VOA가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지도를 살펴본 결과 북한 유조선인 안산1호와 월봉산호는 현지 시각 9일 새벽 3시경 일본 시마네현 북부 해상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유정2호는 지난 7일 새벽 4시경 이 지점을 통과한 뒤 위치 신호 장치를 끄고 잠적했습니다.
이들 유조선은 한반도 서해 지역에서 출발해 제주도 남해상과 대한해협을 거쳐 이날 이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이 항로는 보통 북한 선박이 동해의 항구나 러시아 극동지역으로 이동할 때 이용합니다. 목적지가 북한 동해의 항구나 러시아 극동지역의 항구라는 의미입니다.
다만 북한 서해를 출발한 선박이 굳이 큰 반원을 그리며 반대쪽 동해로 갈 가능성이 적은 만큼 이들의 최종 목적지가 러시아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실제로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해상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최근 급증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정에 힘이 실립니다.
앞서 VOA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지난달 20일 러시아 극동지역의 보스토치니항에 입항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천마산호는 이보다 앞선 15일 새벽 제주도 남쪽 해상을 통과해 약 닷새 만에 러시아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천마산호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목적지를 북한 동해의 청진항으로 밝혔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항구로 향한 것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불법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됐다며 안산1호와 유정2호, 천마산호 등을 전격 제재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 유조선은 다른 나라 항구로의 입항이 금지되고, 입항을 하더라도 곧바로 자산 동결 즉 억류 조치를 받아야 합니다.
월봉산호는 소유회사인 합장강무역회사가 안보리의 제재 명단에 오른 경우로, 다른 나라로의 운항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데도 이들 유조선이 남포에서 수백km나 떨어진 지점에서 위치 신호를 노출한 것입니다.
만약 러시아 정부가 안산1호와 유정2호, 월봉산호의 입항을 허가한다면 이는 명백한 대북 결의 위반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산 동결 대상인 제재 선박은 압류돼야 한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안보리 결의 2270호 12항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A vessel subject to asset freeze, a designated vessel should be seized. That's what asset freeze means. And if you look at 2270 paragraph 12, you'll see that the vessel is an economic asset that may be frozen, in other words, seized.”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항구에서 유류를 싣는다면 이 역시도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5월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올해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했습니다.
[녹취: 커비 보좌관] “Russia has been shipping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Russian shipments have already pushed DPRK inputs above mandated by the UNSC. In March alone, Russia shipped more than 165,000 barrels of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를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3월 제공분을 포함해 이미 두 나라의 유류 거래가 한도를 넘었다는 게 커비 보좌관의 설명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브리핑이 이뤄진 5월 이후 북한에 유류를 공급한다면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최근 러시아는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며 기존 대북제재 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감독하는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무산시켰으며, 북한 라진항에선 러시아 선박이 북한 무기를 선적하는 장면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가의 차량을 선물하며 사치품과 차량의 대북 수출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북한 군 1만여 명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위해 러시아로 파견됐습니다.
앞서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질문에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돼 우크라이나 군과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동맹, 파트너와 적절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밀러 대변인] “We are consulting with our allies and partners about the appropriate response to the deployment of North Korean soldiers inside Kursk to potentially engage in combat with, or I should say against Ukrainian soldiers. We are going to continue to support them on the battlefield, and we are going to continue to work to maintain the alliance that we have put together to back Ukraine, to respond to Russia's aggression.”
또한 “우리는 전장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고, 러시아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한 동맹 유지를 위해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