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린 북러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북러 양국이 비준 절차를 마무리함에 따라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양국 군사협력이 공식화,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에 이어 북한도 북러 조약 비준을 마쳤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체결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령으로 비준됐다”고 12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국가수반이 11일 정령에 서명했다”고 전했는데, 국가수반은 김정은 위원장을 지칭합니다.
지난해 개정된 북한 헌법에 따르면 조약 비준은 최고인민회의 권한이지만 ‘중요 조약’은 국무위원장이 단독으로 비준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해당 조약에 서명해 비준 절차를 마쳤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김 위원장의 조약 비준 사실과 함께 푸틴 대통령의 서명 사실도 보도했습니다.
조약은 북러가 비준서를 교환하는 날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 조약 4조엔 ‘한 나라가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유엔헌장 제51조와 각자의 국내법에 따라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어 사실상 양국 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진행자) 양국 비준은 예고된 절차이긴 했지만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한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러 조약이 공식 발효되면 북한이 인민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새 조약의 비준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명 사실을 대내외에 공개한 데 대해 “북러 상호 간 비준서 교환을 통해 러시아 파병을 공식적으로 연관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조만간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 공식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조약을 양쪽이 함께 발효한 것은 국제사회가 보기에 흠결 없는 제도적 절차에 따라 당사자 간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조약 비준은 북러가 자신들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적법한 것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지금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밀착, 무기 지원뿐만 아니라 이번에 군대를 보내는파병까지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이뤄지는 모든 것은 적법한 것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국제사회가 시비 걸지 말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보여주려고 하는 그런 사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북러 조약 발효가 러시아에 있는 북한 군의 전선 투입과 관련성은 없을까요?
기자)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러 조약 발효가 러시아 내 북한 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본격 참전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타이밍상 북한이 파병한 상황에서 전투에 본격 투입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절차를 거친 다음에 실전에 투입할 그런 계획인 것 같아요.”
통일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북한에 앞서 비준 절차를 완료했고 큰 시차가 없이 북한도 비준 절차를 밟았다면서, “두 국가의 조약 이행 의지를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최대 현안’이 “실제로 전투에 언제, 어떤 식으로, 어느 계기에 임하게 될지 여부”라면서 “예단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우크라이나 군이 쿠르스크에서 적군 약 5만명과 교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1천명의 북한 군이 배치됐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해 “국제법적으로도, 우리 안보 측면에서도 수수방관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관련국과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조기 종전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번 북러 조약 비준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기자)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러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조약을 비준한 것은 각각의 셈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신속하게 외교안보 라인을 지명하고 있어 우크라이나전 해법과 관련한 미국의 정책 방향도 빠르게 윤곽을 잡아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으로선 트럼프 취임 이후 러-우 전쟁이 협상 국면에 들어가기 전에 조약을 확고히 제도화하고 파병의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트럼프 취임 이전에 북러 조약이 확고하게 제도적 기반에 올라서는 게 필요하겠죠. 또 한편에선 실제 파병을 통해서 북러의 군사동맹 위상을 확고히 하는 부분들, 그리고 파병이 협상 국면으로 인해서 효과가 반감하지 않도록 그 시기 동안 최대한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타이밍을 상당 부분 고려해서 일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 박사는 러시아 입장에서도 트럼프 취임 후 협상 국면 전개 이전에 쿠르스크에 대한 회복과 북한의 안정적 파병 지원 등을 확보하기 위해 비준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게 필요했을 것이라며 비준서 교환 이후 북한의 파병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조약 비준과 파병 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조만간 비준서 교환식을 공개적으로 열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진행자) 북러 조약 발효가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전망도 나옵니까?
기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러 조약 발효는 양국이 사실상 군사동맹 관계로 격상했음을 공식화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러시아와의 동맹 그리고 고도화된 핵 무력을 활용해 1기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다른 양상으로 미국에 맞서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고도화된 핵 무력과 동맹관계를 갖고 있는 러시아라는 강력한 두 개의 지렛대를 배경으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덜 서두르고 또 덜 조바심을 느끼면서 접근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이거든요.”
고유환 명예교수도 북한이 처한 상황이 2018년과 19년 미북 정상회담 당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며 자칫 수령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미국과의 협상보다는 자력갱생 기조를 고수하면서 러시아와의 동맹관계를 자기 식의 발전 전략의 동력으로 삼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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